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교육

왜곡된 촌지 문화는 버리고 작은 감사의 뜻 취지 살리자

등록 2005-02-20 19:13수정 2005-02-20 19:13

졸업식 날 학부모 한 분이 찾아오셨다. 올해 졸업을 하는, 2년 전 담임 반 아이의 어머니였는데, 인사가 늦었다며, 한과 한 상자를 놓고 가셨다. 따지자면 촌지일 터이나, 사양하기가 어려워 결국은 “맛있게 먹겠습니다.”하며 그 마음을 받았다.

사실 교사로서는 그 동기나 내용이 어떠한 것이든 ‘촌지’만큼 부담스러운 것도 없다. 특히 학기 초나 상담 때 부모님이 (간혹) 슬쩍 놓고 가는 상품권 같은 촌지는 곤혹스럽기 짝이 없다. 편지를 써서 조심스럽게 돌려드리긴 하지만, 아이에게도 그렇고 영 뒷맛이 개운치 않다.

다행히 요즘은 그런 관행이 많이 사라져 학부모를 대하기가 참 편해졌다. 촌지 문화는 당연히 없어져야 한다. 어찌 학교뿐이겠는가. 허나 한편으로는 그와 관련해서 아쉬운 점도 없지 않다. 이를테면 학년말에 소박하게 감사의 뜻을 전하는, 말 그대로 감사 나누기의 미덕까지도 더불어 사라지는 추세가 확연한 것이다. 사실, 그것은 대단한 선물일 필요도 없이 편지 한 통만으로도 충분한데 말이다.

몇 해 전 종업식 날 학부모에게 작은 선물을 받은 적이 있다. 목사탕이었는데 겉포장에 이런 쪽지가 붙어 있었다. “일년간 철부지들 데리고 고생 많으셨습니다. … 그런데 선생님께서 담배를 많이 피우신다고 아이가 걱정을 많이 합니다. 이 참에 끊어 보시지요. 애 아빠도 담배 끊을 때 이 사탕 드셨습니다.” 그 편지 한 통으로 며칠 동안 기분이 유쾌했다.

딱히 보상이나 감사를 받고자 해서가 아니다. 요즘 아이들을 대하다 보면 누군가에게 진실로 감사하고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일에 참 인색하다는 것을 느낄 때가 많다.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을 일궈내는 것, 그리고 그 마음을 표현하게 하는 것도 중요한 교육이다. 이것만큼은 부모의 역할이 크다. 저녁 밤참으로 만든 찐고구마 중에 몇 개 덜어서 아이를 통해 밤잠 설치며 아파트를 지키는 경비 아저씨에게 보내드리는 일, 얼마나 따스한 교육인가.

종업식도 끝났고, 졸업식도 치러졌다. 아이들은 이제 한 단계씩 진급하게 될 것이다. 이 아이들에게 ‘새 학년이 되었으니 공부 열심히 해야 한다’고 주문하기 전에, 지난 학년 선생님들께 편지라도 한 통 쓸 수 있게 토닥여주는 부모님이 많았으면 좋겠다. 감사는 곧 자신에게 돌아오게 되어 있거니와, 신뢰와 정이 없는 교육은 감동이 없다. 감동과 상상력이 없고서야 어찌 교육이 살아나겠는가. 덧붙여 고백하자면, 교사만큼 쓸쓸함과 마주 서 있는 직업도 드물다. 그 쓸쓸함을 딛고 거듭나게 밀어주는 힘이 다름아닌 위로와 격려인 것이다.

이상대/서울 신월중 교사 applebighead@hanmail.net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