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갈래 조국을 모두 사랑했던
세계적 작곡가 고 윤이상 위인전
책읽고 남북분단 토론 해볼까요?
세계적 작곡가 고 윤이상 위인전
책읽고 남북분단 토론 해볼까요?
1318 책세상/상처 입은 세기의 거장 윤이상
6월이다. 해마다 이맘 때면 우리 사회에는 ‘민족분단’이니 ‘민족공동체’라는 말들이 난무한다. 학교 역시 5월 말부터는 ‘민족공동체’ 관련 글쓰기, 포스터 그리기, 웅변 대회 등을 준비하느라고 꽤 바쁘다. 그러나 정작 ‘민족분단’의 문제를 ‘나의 문제’, ‘나의 아픔’으로 느끼고 생각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요란하게 떠들어대기 보다는 그것을 ‘나의 문제’, ‘나의 아픔’으로 살아간 사람들, 살아가고 있는 현장을 찾아 조용히 우리의 삶을 반추해보면 어떨까?
세계 5대 현대작곡가 중 한 사람으로 세계 곳곳에서 자신의 음악이 열렬히 환영받았지만 정작 자신의 조국에서는 연주조차 금지가 되는 아픔을 감당해야 했던 윤이상.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 조국의 독립을 위해 젊음을 바쳤던 그에게 북한은 적이 아니라 같은 역사와 아픔을 지니고 있는 한 민족이었다. 강대국에 의한 남북 분단은 그에게 이해할 수 없는 횡포, 지울 수 없는 상처였다. 그렇기에 마흔에 고향 통영 땅을 떠나 독일에서 살며 이미 세계적인 작곡가로 이름을 떨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동강난 두 조국의 통일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다.
그러나 그의 조국은 하나의 조국만이 아닌, 두 조국을 위해 일했다는 이유로 그를 납치해서 감옥에 가두고 모진 고문을 가한 후 종신형을 선고하기에 이른다. 세계의 음악인들과 문화운동가들이 대대적인 그의 구명 운동에 나서고 독일 정부에서도 힘을 쓴 끝에, 그는 구속된 지 2년 후 대통령 특사로 사면될 수 있었다. 이 사건은 그에게 씻을 수 없는 아픔과 상처를 주었다. 그토록 밟아보고 싶어 하던 땅, 그토록 갈망하던 조국이었건만 조국은 그를 처절하게 짓밟고 거부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죽는 그 순간까지도 그는, 서로 맘 편히 오고갈 수 있는 조국, 자신의 양심과 사상에 따라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는 조국, 어떤 나라로부터도 주권을 침해 받지 않는 완전한 독립을 이룬 통일 조국을 위해 자신을 바쳤던 것이다.
생전에 그는 고향 땅을 다시 밟아 보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 그의 음악은 그의 고향 땅에서 당당히 연주되고, 그를 기념하는 행사들도 곳곳에서 열린다. 아직도 그가 그토록 갈망했던 하나 된 조국은 아니지만 말이다.
이 책은 교학사에서 발간한 ‘세기의 인물 오디세이’ 중 첫 번째 작품이다. 삽화도 많고 어려운 문장이나 중요한 역사적 사건에는 간단한 해설의 말도 있어 초등학교 고학년이면 읽을 수 있다. 남에게 주워들은 이야기로 해마다 같은 글, 같은 그림, 같은 말을 되풀이 하도록 강요하기보다는 이런 사람이 있다는 것을 소개해주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다. 더 욕심을 낸다면, 아이도 선생님도 부모도, 이 책을 함께 읽으며 우리는 ‘민족 분단’을 극복하기 위해 실제로 한 일이 무엇이었나, 스스로 성찰도 하고 토론도 해보면 어떨까 싶다.
백화현/전국학교도서관담당교사모임 회원, 서울 관악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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