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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소비 사회, 성찰하는 삶은 가능한가

등록 2006-06-04 17:53수정 2006-06-05 17:20

2부-논술 단골 주제 뜯어보기 ② 제2영역: 윤리와 욕망 (2. 기출 문제에서 논제 찾기)
박용성 교사의 실전강좌

[기출 문제] 다음 (가)의 글은 현대 소비 사회의 특성을 묘사하고 있다. 오늘날 (나)와 (다)의 삶의 방식이 (가)의 소비 사회와 갈등을 빚는 이유와 양상을 서술하고, 그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자신의 관점에서 논술하시오. (2004학년도 이화여대 논술 고사)

(가) 소비의 시대인 오늘날에는 상품의 논리가 일반화되어 노동 과정이나 물질적 생산품뿐만 아니라 문화, 섹슈얼리티, 인간 관계, 심지어 환상과 개인적 욕망까지도 지배하고 있다. 모든 것이 이 논리에 종속되어 있는데, 그것은 단순히 모든 기능과 욕구가 이윤에 의해 대상화되고 조작된다고 하는 의미에서뿐만 아니라 모든 것이 진열되어 구경거리가 된다는, 즉 이미지, 기호, 소비 가능한 모델로 환기되고 유발되고 편성된다는 보다 깊은 의미에서이다.

소비 과정은 기호를 흡수하고 기호에 의해 흡수되는 과정이다. 기호의 발신과 수신만이 있을 뿐이며 개인으로서의 존재는 기호의 조작과 계산 속에서 소멸한다. 소비 시대의 인간은 자기 노동의 생산물뿐만 아니라 자기 욕구조차도 직시하는 일이 없으며 자신의 모습과 마주 대하는 일도 없다. 그는 자신이 늘어놓은 기호들 속에 내재할 뿐이다. 초월성도 궁극성도 목적성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된 이 사회의 특징은 ‘반성’의 부재, 자신에 대한 시각의 부재이다. 현대의 질서에서는 인간이 자신의 모습과 마주하는 장소였던 거울은 사라지고, 대신 쇼 윈도만이 존재한다. 거기에서 개인은 자신을 비춰보는 것이 아니라 대량의 기호화된 사물을 응시할 따름이며, 사회적 지위 등을 의미하는 기호의 질서 속으로 흡수되어 버린다. 소비의 주체는 기호의 질서이다.

소비의 가장 아름다운 대상은 육체이다. 오늘날 육체는 광고, 패션, 대중 문화 등 모든 곳에 범람하고 있다. 육체를 둘러싼 위생, 영양, 의료와 관련한 숭배 의식, 젊음, 우아함, 남자다움 혹은 여자다움에 대한 강박 관념, 미용, 건강, 날씬함을 위한 식이 요법, 이것들 모두는 육체가 구원의 대상이 되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육체는 영혼이 담당했던 도덕적, 이데올로기적 기능을 문자 그대로 넘겨받았다. 오늘날 육체는 주체의 자율적인 목적에 따라서가 아니라, 소비 사회의 규범인 향락과 쾌락주의적 이윤 창출의 원리에 따라서 다시금 만들어진다. 이제 육체는 관리의 대상이 된다. 육체는 투자를 위한 자산처럼 다루어지고, 사회적 지위를 표시하는 여러 기호 중의 하나로서 조작된다.

(나) 그는 애정을 담은 눈길로 흘러가는 강물 속을 들여다보았다. 속이 맑게 보이는 초록빛 강물은 온갖 불가사의한 무늬를 만들어내며 수정처럼 빛나고 있었다. 찬연히 빛나는 진주들이 물 속 깊은 곳에서 솟아올라 물거품을 내며 거울 같은 수면 위를 헤엄쳐 다녔다. 그 물거품 속에는 하늘의 푸른빛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강물은 초록색, 하얀색, 투명한 하늘색, 그런 형형색색의 눈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이 강물을 얼마나 사랑하는가! 이 강물은 나를 얼마나 황홀하게 해주는가! 나는 이 강물에 얼마나 감사하고 있는가!’ 그는 마음속으로부터 새로이 깨어난 음성이 자신을 향해 말하는 것을 들었다. 그 음성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이 강물을 사랑하라! 그 곁에 머물러라! 강물로부터 배우라!’ 그는 강물의 가르침을 배우기 위해 강물이 들려주는 말에 귀를 기울이기로 했다. 강물의 비밀을 이해할 수 있다면, 더 많은 비밀, 나아가 모든 비밀까지도 이해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 얻기를 탐내는 자는 만족함이 없으니, 모두가 사치를 좋아하는 일념 때문이다. 만약 마음이 담담하여 만족할 줄 알면 세상 재물을 구해서 어디에 쓰겠는가. 청풍명월(淸風明月)은 돈으로 사는 것이 아니요, 대 울타리 띠집에도 돈 쓸 일이 없고, 책을 읽고 도(道)를 이야기하는 데도 돈이 필요하지 않으며, 자신을 깨끗이 하고 백성을 사랑하는 데도 돈이 필요하지 않다. 다만 사람을 구제하고 만물을 이롭게 하는 데는 돈을 남기지 않는 것이다. 이처럼 마음을 가다듬고 성찰하면 세상 맛에서 초탈하게 될 것이니 탐욕스러운 마음이 또 어디로부터 나오겠는가?

유의 사항

1. 띄어쓰기를 포함하여 1500자 내외(1400~1600자)로 서술할 것.

2. 시험 시간은 150분임.

3. 제목은 쓰지 말고 본문부터 시작할 것.

4. 수험번호, 성명 등 자신의 신상에 관련된 사항을 답안지에 드러내지 말 것.

5. 반드시 흑색 연필이나 흑색 볼펜으로 작성할 것.

[논제 파악] 이 문제의 발문에는 세 가지 요구 사항이 나와 있어. ‘① (가)의 글을 통해 현대 소비 사회에서의 삶의 방식을 정리한 뒤, ② 오늘날 (나)와 (다)의 삶의 방식이 (가)의 소비 사회와 갈등을 빚는 이유와 양상을 서술하고, ③ 그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자신의 관점에서 논술하는 것’이 그것이야. 이러한 문제를 풀 때에는 각각의 제시문이 가지고 있는 내적 연관성을 파악하여 일관성 있게 분석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지.

우선 제시문 (가)는 프랑스의 사상가인 보드리야르의 <소비의 사회>(1970)에서 발췌한 것으로, 소비 물자와 상품으로 둘러싸인 오늘날의 소비 사회에서 인간과 사물, 인간과 자연, 심지어는 자신과 자신의 관계조차도 변화된 현실을 묘사하고 있어. 상품의 무한한 생산과 함께 새롭게 창출되는 의미 연관들은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할 수도 있지만, 사물의 풍성함과 소비의 일반화는 기호의 질서로 표현되는 관념적 허구의 세계로 인간을 밀어 넣을 수 있어. 이러한 세계에서 인간은 자신의 육체마저도 여러 이미지와 의미 질서에 따라서 관리하고 재구성해야 할 대상으로 바라보게 되지.

여수여고 교사, <교과서와 함께 구술·논술 뛰어넘기> 저자
여수여고 교사, <교과서와 함께 구술·논술 뛰어넘기> 저자
제시문 (나)는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1922)에서, 제시문 (다)는 정약용의 <목민심서>(1818)에서 발췌한 글이야. (나)의 글은 근원적 실재로서 자연의 존재를 보여 주면서 인간이 반성적 사유를 통해 자연의 질서를 깨달을 수 있음을 말하고 있고, (다)의 글은 인간은 사물과 건실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질박한 삶의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말하고 있어. 하지만, (나)와 (다)에서 보여 준 삶의 태도는 자연과의 만남이나 남을 돕는 행위마저도 여행 상품이나 자선 상품과 같은 판매 논리 안으로 포섭되는 (가)와 같은 소비 사회에서는 견지하기 힘든 것으로 보이지.

따라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우리는 우리 사회를 진지하게 성찰하여 소중한 가치로 여겨야 할 자기 자신의 존재, 타자에 대한 배려, 자연과의 만남 등이 어떻게 자리잡을 수 있을지 생각해 보아야 해. 그리고 우리가 경험하는 소비 사회의 다양한 측면을 되돌아보면서, 왜 이제는 인간이나 자연과 순수한 관계를 가질 수 없게 되었는지를 분석하고, 그 관계 회복은 어떻게 해야 가능할지를 논해야 해.

여수여고 교사, <교과서와 함께 구술·논술 뛰어넘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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