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교육부총리. 박종식 기자
[김진표 교육부총리 인터뷰 전문] 만난사람 이기준 교육팀장
지난해 1월 취임한 이래 1년4개월 남짓 동안 교육부처의 수장으로 교육정책을 이끌어온 김진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을 <한겨레>가 만났다. 인터뷰 내내 그의 화두는 입시교육 탈피를 통한 교육 질 개선이었다. 이는 구체적으로 대학 특성화와 새 입시제도 정착, 그리고 공영형 혁신학교였다.
김 부총리는 경제부총리 출신답게 ‘수요자 중심의 교육’을 표방해 교육의 시장화정책을 가속시켰다는 비판을 교육단체 등으로부터 받아왔다. 여기에는 대학자율이란 기조 아래, 치솟는 등록금에 대한 방관, 국립대 특수법인화, 그리고 교원평가 강행이 놓여 있다. 다른 한편으론 그는 최근 내신 중심 대입시 정착 노력과 자사고·국제중 확대 등에 제동을 통해 고교 교육 정상화와 평준화정책 틀을 지켜내는 노력을 하고 있다는 평도 받고 있다.
대담은 이기준 <한겨레> 교육팀장이 지난 30일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교육부총리실에서 진행했다. 1시간 반 남짓 진행된 이날 대담에 앞서 사전에 장문의 서면 인터뷰도 이뤄졌다.
외국처럼 입학사정관제 도입해야 할 것
자사고·국제중 확대는 바람직하지 않아 시장주의자로 알려져 있다. 시장주의자가 교육이라는 가장 공적인 영역을 책임지는 자리에 있는 것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경제부총리 시절에는 주로 ‘자율과 경쟁’이라는 경제적 관점에서 우리 교육을 바라본 측면이 있다. 그러나 교육정책을 담당하면서 ‘기회균등과 형평성’이라는 교육의 공공성 측면에 대한 균형잡힌 시각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재직기간중 가장 역점을 둔 일은 무엇인가. =고등교육에선 대학을 특성화하는 일이고, 초중등교육에선 ‘입시지옥에서 아이들을 어떻게 풀어주느냐’였다. 전문가들의 평가를 종합해 보면, 우리나라 초등교육은 세계적 경쟁력이 있다. 하드웨어는 물론 소프트웨어에서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전국 시·교육청의 학교 현장을 두바퀴를 돌았으니까 안다. 아주 여건이 나쁜 학교도 초등은 이제 교육여건이 좋다. 중학교도 괜찮다. 그런데 고교에 오면 그렇지 않다.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학업성취도비교(PISA)를 보면 우리나라 고1 아이들 세계적으로 우수하다. 그런데 대학에 갓 입학한 학생들이나 고3 학생들 평가한다면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본다. 입시 때문이다. 입시제도를 바꿔 입시지옥에서 벗어나게 하지 않으면 안된다. 2008 대입시는 인수위 때부터 논의했다. 경제부총리 할 때도 청와대 토론회 참여했다. 그 결과가 2004년 10월 발표된 것이다. 입시가 바뀌지 않으면 중등교육 바뀌기 어렵다. 어떻게 하면 2008학년도 대입시를 정착시켜 선순환하도록 함으로써 고등교육 질 개선으로 이어지도록 하느냐가 머리를 짓누르는 과제였다. -대학 특성화사업에서 수도권 편중 등 논란도 여전하다. =처음 와서, 지난해 상반기 대학 특성화에 역점을 두었다. 특성화, 수도권 특성화, 누리사업, BK21사업을 통해 대학들이 경쟁체제로 들어갔다. 이제, 특성화 않으면 정부 지원하는 모든 재정사업에서 불이익을 받는다는 것을 대학들이 실감하고 있다. 정부 인적자원개발회의에서 산자부·과기부·정통부 모두 다 정부가 대학에 재정 지원할 때는 특성화 지표를 최우선적으로 보게 됐다. 특성화하고 구조개혁해서 대폭 교수 투자 늘려야 한다. 그러려면 다른 부분 줄여야 한다는 거다. 대학 전체 정원도 줄고 있으니까. 대학들이 정책 당국 의지 충분히 알고 있고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5년 뒤면 대학 경쟁력 달라질 것이다. 400여개 대학이 다 백화점식으로 해서는 대학이 경쟁력 가질 수 없다. 대학이 특성화되면, 첫째 소비자 입장, 학부모 입장에선 선택할 대학이 많아진다. 예를 들어 한동대는 석·박사는 양성 안 한다. 오직 학사만, 중국어 영어 등 어학 뛰어난 사람을 양성해서 국내외 좋은 대학원과 일류 기업에 보낸다는 특성화 전략이다. 지방대학, 전문대 등에도 좋은 학과 가진 대학들이 생겨나고 있다. 정부가 재정 지원한다든가 대기업이 기술인력 지원할 때, 그 분야에 전공을 한 박사(PHD) 수를 따진다. 미국의 경우 연방정부 지원 기준이 200명으로 높아지고 있다. 우리로선 상상하기 어려운 수치다. 예를 들면 바이오쪽은 우리나라 웬만한 대학들이 다한다. 대부분 교수가 20명, 50명 정도밖에 안된다. 그래서는 대기업 말을 들어보면, 그런 데를 믿고 기업이 전적으로 돈을 투자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올해 비케이21 해보니, 약진한 대학이 두곳이다. 성균관대, 부산대다. 두 대학이 특성화·구조조정 철저히 했다. 석사, 박사, 교수, 중견교수, 첨단 교수들이 ‘트리’를 이루고 있어야 활용될 기술 만들 수 있다는 건데, 교수 50명 있는 분야에는 기업이 교수 한두명만 믿고 돈 줄 수는 없더고 한다. 피에이치디가 한 200명쯤 되면, 삼성 같은 대기업도 기업연구소 없애고 대학에 기업연구인력 넣어서 같이 머리 맞대고 연구해야 제대로 된 게 나온다는 거다. 이것이 바로 특성화다. 지역별로 규모 작은 대학이 특성화에 유리하다. 특성화 대학이 많아지면 수급 불균형에 따른 치열한 대입시 경쟁이 줄고, 우리 사회에서 지방대 나온 사람이 좋은 직장으로 대거 진출하게 될 것이다. -2008대입시와 관련해 대학을 직접 찾아 설득하면서 ‘대학 자율 침해’논란에도 휩싸였는데. =대학은 특성화로 가고, 고교에선 대입시제도가 학생부 중심으로 가니까, 반영비율 높여가면 입시지옥 문제 해결된다. 대학별고사는 세계 선진국 가운데 일본만 빼고는 대학별 고사를 따로 보는 데가 없다. 일본도 자국의 교육제도에 후회를 하고 우리보다 훨씬 속도감 있게 대학 개혁을 하고 있다. 다른 선진국들 왜 대학별고사 안 보느냐? 대학별고사라는 것이 수능하고 비슷하게, 아무리 문제를 잘 내도 초중등 12년 교육성과를 단 한번에 판단하는 것이다. 그건 매우 위험한 거다. 서울대 연·고대 총장들도 다 동의하는 게 수능도 학생부도 없이 대학별고사로만 신입생을 뽑으라고 하면 불가능하다고 한다. 지금도 대학별고사 내려면 서울대도 우수한 교수 100여명을 한달씩 합숙시키고 해야 하는데, 점점 보안 관리도 어려워지고, 본고사형으로 가게 된다면, 더 많은 인원을 더 장기간 동원하는데 돈도, ‘리스크’도 감당할 수 없다는 거다. 그래서 그보다는 서양처럼 입학사정 전문가들을 양성해서, 이들 동원해 1년 내내 지원받고, 입사시험 지원처럼 교육이력을 다 학교에 제공하고, 컨설턴트 교사의 의견도 붙이고, 자기 에세이도 붙이고, 여기에 학생부 하고 해서 서류 심사를 하고 해야 한다. 3불정책 법제화 다름없어
-2008입시와 관련해 입학사정관제, 교사별평가제와 교육이력철도 표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서울대는 정부가 법제화를 해주지 않아 입학사정관제 도입이 어렵다고 한다.
=입학사정관제의 경우 법제화로 가면 대학별 개성이 없다. 대학들 특성화되면 그에 맞는 방법을 대학별로 고안해야 한다. 입학사정관제 고용하려면 돈이 들어가니, 입학사정관제 도입을 위해서 예산 지원하고 재정적 인센티브를 주는 것부터 풀어나갈 것이다. 교사별평가제는 2010학년도 중학교 신입생부터 학교 여건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도입하기로 돼 있다. 교육이력철은 대입제도 개선안 마련과정에서 도입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한 만큼 ‘표류’라는 표현은 맞지 않다고 본다.
지난달 대교협은 24개대 합의사항으로 ‘2008입시에서 모든 전형에서 학생부를 50% 이상 반영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는데, 대학별로 취재해 보면 다른 말을 한다. 어떤 대학은 모든 전형이 아니라 ‘수시·정시에서만’이라거나, ‘여러 전형에서 평균적으로 50%이상’이라고 한다. 대학들이 말하는 반영율도 실질반영률이 아닌 명목반영률이라는 점에서 애초 학생부 중심 2008대입시 취지가 후퇴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렇다고 법적으로 제도화하는 것은 입시를 획일적으로 묶는 폐해가 생기니까 바람직하지 않다. 대학 입학처장이나 총장, 학장들은 교육부 정책에 공감한다. 다만 특히 이공계에서 과학고 출신 학생들 많이 뽑으려면, 대학별고사 비중을 높이고 학생부 최소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실제로 대학 내부에 있는 걸로 안다. 대학별고사를 최소화하는 것은 계속해서 관리해 갈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대학별고사로 학생을 뽑을 수 있는 능력이 있는 대학이 전국에서 30곳이 안된다. 20곳 정도다. 정부가 여러 정책 수단이 있는 만큼 계속 관리해 가면, 50% 이상 학생부 반영도 대학들이 교육부의 강한 정책 의지를 대학들이 따라오리라고 확신한다.
대입시와 관련한 정책 수단이라면 행·재정 제재일텐데, 구체적으로 연계되나?
=실제로 대학 특성화 평가 뒤 재정 지원을 한다. 예컨대 두뇌한국(BK)21 평가에서도 결정적 역할을 했다. 실제 선정할 때 막판 1~2점 차가 나는데 그런 점에서 감점을 주었다. 감점되고 평가대상에서 제외된 것을 경험으로 대학들이 알고 있다. 이번 2007년도 수시모집1학기부터 시작되니, 지켜보면 알 것이다. 대학 정원 규제도 한 수단이고.
지역균형선발제와 지역할당제 같은 대입전형을 전국 국립대와 주요 사립대에서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서울대가 2008학년도부터 모집정원의 3분의1을 뽑는 등 많은 대학이 학생부 위주로 뽑는 지역균형선발이나 지역할당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걸로 안다.
대학들은 내신 비중 높이면 학교간 학력차 반영이 어렵다고 주장한다.
=2008년 대입시 시스템은 대교협을 통해 공감대가 어느 정도 만들어졌다. 이제 고교 교육의 신뢰도를 어떻게 높이느냐 하는 것이다. 대학 교수님들이 우리 고교 선생님들을 믿어야 한다. 중간, 기말 합쳐 12번 시험 봐서 교과성적이 만들어지고, 비교과활동도 잘 기록되기 때문에, 이것만 가지고도 충분히 변별력 있는 자료를 대학들이 만들 수 있다.
학생부 신뢰도를 대학들이 안믿으려 하는데, 그건 해결했다. 대학들 찾아가서 시뮬레이션 해보라고 자료 줬다. 분석을 해보면 교수님들이 아니까, 그거는 이제 자꾸 얘기할 수 없을 거다. 2008제도는 정착될 수 있다는 자신이 있다. 학생부 반영률을 높이고 수능은 상당한 변별력 있으니, 학생부와 수능을 콤비네이션하면, 원하는 학생을 뽑을 수 있는 변별력 있다. 세칭 일류대학이라는 데는 그걸 못 믿겠다고 하는데,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대학별고사는 보충적 전형자료로 줄어들 것이다. 외국대학도 면접은 하니까.
대학들이 억지춘향처럼 따라가는 형국이어서 내신 중심 입시에 대한 불안감이 잠재해 있다. 수장이 바뀌면 또다시 번복되는 상황을을 막으려면 3불정책(고교등급제·본고사·기부금입학 금지) 법제화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따로 법을 안만들어도 이미 법제화가 돼 있다고 본다. 고교등급제는 헌법의 균등한 교육 받을 권리가 명시돼 있다. 선배들 성적으로 수험생을 평가하는 것도 소송 걸리면 백전백패다. 법제화라는 게 결국은 소송을 통해서, 마지막에 가면,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는 것 아니겠나. 본고사 금지는 시행령으로 실질적 규제하고 있다. 본고사 시행 대학에는 정부가 행·재정 제재를 한다. 논술을 본고사 형태로 보려는 것을 평가심의위를 만들어서 평가·심의해서, 사전 자문하고 사후에 시정권고한다. 문제 있으면 또 행·재정 제재하는 시스템이 있다.
다만, 학생부 반영비율 50% 이상 하는 것을 법제화하라는 요구도 나올 수는 있다. 이것은 대학에 자율권을 주면서 충분히 유도해갈 수 있다고 본다. 학생부 신뢰도를 높이고, 공교육의 질을 높이는 노력이 계속돼야 한다고 본다. 그 대안의 하나로 자율학교 형태의 학교를 혁신적으로 만들어 가도록 하는 공영형 혁신학교로 보여줄 것이다.
얼마 전 고교생들 사이에 ‘죽음의 삼각형’ 동영상이 떠돈 적이 있다. 수험생들의 입시부담을 덜어줄 대책은?
=대학들이 내신중심, 수능중심 등으로 대입전형을 트랙화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수능이 고교 교육과정 위주로 출제되도록 출제위원단 절반 이상을 현직 고교 교사로 위촉하고 문제은행식 출제체제로 전환할 것이다. 대학별고사가 최소한으로 반영되고 논술고사가 본고사로 변질되지 않도록 사후 심의를 확실히 할 것이다.
대부분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학생 평가권을 학교내 개별 평가에 주지 않고 있다. 전국단위 평가(전국학력고사, 수능 등)가 있기 때문이다. 공영형 학교를 만들어도, 전국단위 평가를 통해 전국단위로 서열화한다면 충돌할 수밖에 없다. 학교간 비교보다는 평가를 학교 안으로 돌려줄 때 학교 자율성도 높아지고 다양한 학교 교육이 살아날 수 있다. 이 두 논리의 충돌을 어찌 보는지.
=학생 평가권은 학교와 교사에게 있다. 다만 수능·전국연합학력평가 등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가 있는데, 시도교육청간, 학교간 비교는 하고 있지 않으므로, 학교 서열화나 학교의 평가 자율권을 침해하고 있지 않다고 본다.
입시제도가 복잡할수록(내신-수능-대학별고사), 저소득층 및 중간계층 이하에는 불리한 게 사실이다. 때문에 국립대 통합전형 같은 대입제도 대개편을 하거나, 근본적으로 대학 평준화로 대학 서열구조를 해체하는 것이 교육의 양극화 문제를 풀고 입시몰이 고교 교육을 정상화하는 근본 방안이라는 견해도 있다.
=입학생들의 성적에 의해 결정되는 대학서열구조가 해소되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 하지만 인위적으로 대학 구조를 개편하기보다는 특성화를 통해 다수의 경쟁력 있는 대학이 생겨남으로써 자연스럽게 서열구조가 완화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립형 사립고 확대와 관련해 부총리가 말을 번복했단 보도도 있었다. 자사고 등의 확대는 사실상 평준화 해체라는 시각이 많다. 자사고 확대 정책이 추진되고 있는지.
=확대한다고 했다가 번복한 게 사실이다. 자사고 입학을 위한 중학생 단계의 과외가 우려할 수준이다. 현행 방식의 자사고 확대는 바람직하지 않다.
대학교육에 대한 정부 재정 부담이 경제협력개발기구 최하위 수준이다. 교육비용이 개인에게 떠넘겨져 대학 등록금 1천만원을 육박한다. 등록금이 중산층 이하 계층에는 대학교육 진입장벽이 되고 있다. 등록금 후불제를 도입할 의향은?
=이를 도입할 경우 현재 교육재정 체계를 전면 개편하는 것이다. 정부의 재정부담에 대한 국민 여론을 수렴하고 부담 가능성에 대한 종합적 연구가 필요하다.
-국제중 확대에 대한 견해는 무엇인가. 국제중에 입학시키려고 자녀들을 조기유학 보내는 웃지 못할 일도 빚어지고 있다.
=교육의 다양성, 수월성 추구하다보면 여러 학교가 떠오를 거다. 중학교는 의무교육이다. 외국어고 같은 중학교 만들어지면, 지금도 외고반, 과고반, 자사고반 등이 학원마다 붙어 있는데, 초등학생 상대로 그런 사교육이 생길 것 아닌가. 그런 식의 학교가 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서울시교육청에 메시지를 분명히 전달했다.
국제화 교육이 필요하다면 어학교육 아니겠나. 초등 3년부터 가르치고 있고, 사회 전체적으로 어학교육 붐이 일어나고 있고, 대부분이 초등 1,2학년도 70% 이상이 영어 사교육 한다는데, 영어교육의 질 개선으로 풀어갈 문제라고 본다.
초등영어교육 질 높여야
-초등 영어교육을 1·2학년으로 확대할 경우 가뜩이나 성행중인 영어 사교육에 불을 지핀다는 우려 높다. 1·2학년 영어교육 확대가 영어교육에 실효성 있느냐는 것은 전문가들 사이에도 의견이 다르다.
=시범운영 결과를 토대로 전문가들 평가 들어봐야 할 것이다. 사교육이 더 증가하리라는 건 이미 초등1~2학년 70% 이상의 학생들이 유치원부터 영어 공부시키는 상황이니까. 사교육 증가 우려는 별 의미 없다고 본다.
다만, 초등1학년에게 영어 가르치는 것이 교육적으로 어떤 효과 있겠나 하는 건 엄정하게 봐야 한다. 앞으로 어린이들이 국제화 환경에서 다언어 다인종 사회에서 살아야 한다. 서유럽의 대부분 선진국과 핀란드도 80% 이상이 두 가지 언어 유창하게 한다.
현재 초등 3학년부터 영어교육을 하고 있는데도, 초등1,2학년생들의 74% 가까이가 영어 사교육을 받고 있다는 조사결과(교육부 의뢰 정책연구)가 있었다. 교사, 학부모 등이 90% 이상이 초등 1학년부터 영어교육을 할 경우 영어사교육이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회적 합의를 모아나가는 합리적 교육 정책 추진이라면 초등1,2학년 영어교육 도입을 추진하기에 앞서 이런 조사 결과를 공개하는 것이 옳았다고 보는데.
=그 연구결과(초등학교 조기 영어교육확대방안연구)는 초등1·2,학년부터 영어교육을 시행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어, 교육부 공식 입장과 다르다. 확정된 입장으로 오해할 여지가 있어 공개하지 않았으며, <한겨레>의 정보공개 청구 이후에 공개하게 됐다.
-초등1년부터 영어교육을 도입할 경우 유아단계에서부터 사교육 바람이 더 거세질 것이다. 사교육 방지 대책은?
=사교육을 부추길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종전에 영어를 접하기 어려운 아이들에게도 최소한의 영어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줄 것이다.
-교육계에선 이른바 ‘영어 열풍’이 김 부총리 재임기간의 두두러진 현상이며, 초중등 교육을 영어 중심으로 돌려놓았다고 지적한다. 시대 흐름에 따른 우연인지, 공교육에서 영어교육 확대가 소신인지 궁금하다.
=영어교육 질이 획기적으로 높아져야 한다. 조기유학은 물론 방학 때 연수하는 애들이 매년 늘고 있다. 전부 영어 때문이다. 원어민 교사는 당장은 급하니까 2010년까지 전국 모든 학교에 한명씩 배치하기로 했는데, 그 이후에 어떻게 하느냐가 문제다. 일선 교육감들이 원어민 교사 관리방법이 없어 학교에서 힘들어한다고 말하고 있다. ESL, Tesol 등 제대로 자격을 갖춘 교사는 비싸고 수도 적고, 우리나라 원어민교사의 10%도 안 된다.
사범대, 교대 교육과정에 영어몰입교육을 도입하고, 현직 교사들을 대상으로 내년부터 5개년 계획으로 영어몰입교육 연수를 도입하겟다. 2015년 가면 원어민교사 필요없게 되도록 하겠다.
전교조의 경우 교원평가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시범실시도 반대하고 있다. 교원평가를 예정대로 추진할 경우 전면적인 충돌이 예상된다. 또, 근평제 개선과 관련한 구체적 정책 일정은?
=지난해 11월 교원평가 시범운영안에 대해 전교조 포함 교원단체들과 거의 타결 직전까지 밤을 새워가며 갔다가, 막판에 최종 서명에 이르지 못했다. 학교 교육력을 높이려는 게 목적이니까, 학교교육력 제고 위한 다른 종합적 정책과 함께 추진한다. 근평제와 교감·교장 승진제 개선안은 안을 만들어 교육혁신위에 넘긴 상태다.
학부모는 교원평가 필요하다고 하고, 여론 80~90%도 그렇다. 학교교육력 제고사업을 모두 교원단체와 함께 만들고 있다, 교원양성 방안까지 함께 패키지로 제시되면, 교원단체가 반대할 이유가 없으리라고 본다.
방과후학교가 사교육을 받을 수 없는 저소득층의 부담을 줄여준다는 교육격차 해소에 애초 취지만큼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 영어, 논술 등 이른바 인기강좌의 경우 저소득층 자녀에 무료 수강권을 주지 않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초등 저학년 방과후 보육 지원을 확대해 2008년에는 전체 초등학교의 60%에 해당하는 3700개교에 보육시설을 설치할 계획이다. 지난해 교육소외계층 및 농어촌 빈곤자녀에 대한 방과후학교 교육비 지원을 받는 학생은 모두 44만5242명으로 전체 학생의 6%다. 또, 프로그램당 10%의 수강인원을 추가하여 이 추가인원을 저소득층 자녀로 할당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예컨대, 20명 강좌의 경우 2명을 추가해 저소득층 아이들이 듣게 하는 것이다.
-전문대학들이 수업연한 자율화를 비롯해 사실상 전문대-일반대 구분을 없애달라고 요구하고 있는데.
=학제개편 하게 되면 전문대, 실업고가 중요한 고려대상이다. 개편의 중요한 이유가 우리 입직연령을 어찌 낮추느냐 하는 문제다. 모두 4년제 대학으로 가는 것은 옳지 않은데, 학제개편의 틀 속에서 장기적으로 논의한다. 2010년까지 인적자원개발 5개년 계획 끝날 때까지 실행계획이 나오면 성공일 거다.
외국대학 유치해야할 형편
-한미 FTA에서 교육 개방 폭은 어느 정도인가
=교육까지는 아직 진도 안 나가 있다. 알다시피 초중등은 제외된다. 초중등교육은 어느 나라나 개방을 않는다. 다만 사교육과 공교육을 넘나드는 부분에서 문제될 게 있을텐데, 이도 미국이 요구할 때 문제가 되는 건데, 요구가 있지는 않았다.
-한미 FTA는 초중등교육이 개방대상이 아니지만, 제주도와 경제자유구역의 경우 이미 개방이 이뤄졌는데, 비판론도 있다.
=경제자유구역 두군데 외에 더이상 초중등 교육개방을 확대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공영형혁신학교 잘되면 교육개방 필요없다. 현재 초등학교에 외국에서 배우러 오는 판에, 중학도 문제 없고, 문제는 고교다.
대학시장은?
=대학은 폭넓게 개방해야 한다. 오히려 우리가 유치해야 할 형편이다. 대학들이 들어오지 않아서 문제다. 들어오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삼성 이건희 장학금 8천억원은 어떻게 쓸 계획인가.
=기부자 뜻을 존중해서, 우리 사회의 공감대를 얻어 처리할 생각이다. 이달 안에 이사추천 위원회 구성해 이사를 선임해 새 이사회에서 삼성이건희장학재단의 이사를 바꾸고, 이 장학재단의 명칭 바꾸는 문제, 사업 목적 등을 결정하게 된다. 사용처는 그간 여론이 저소득층 교육을 실질적 지원하자는 목소리가 있다. 하나의 안으로 고민해보겠다.
경제부총리를 지낸 뒤 교육부총리로 왔다.
=교육부총리가 열 배는 더 힘들다. 국민 의견이 통일돼 있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정책마다 의견이 다른데, 갈등을 줄여가기가 참 어려운 것 같다. 경제는 단기 성과로 설득할 수 있는데 교육은 성과로 설득하기 힘들다. 다소 반발이 있더라도 2008입시처럼 일관성을 지켜나가야 할 것이다. 정권이 바뀌더라도 지켜나가야지, 흔들리면 불안하다. 법으로 가지 않고 말이다. 이런 점에서 한겨레가 앞장서주길 기대한다.
못다한 이야기가 있다면.
=교육을 둘러싸고 우리 사회에서 보수와 진보로 진영 나뉘어, 교육 구석구석이 이념 대립의 장으로 되고 있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 학생을 잘 교육하는 게 중요한 만큼, 한발씩 물러서서 실제 할 수 있는 일부터 한가지씩 풀어가야 한다고 본다.
정리: 허미경 이수범 기자 carmen@hani.co.kr 사진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자사고·국제중 확대는 바람직하지 않아 시장주의자로 알려져 있다. 시장주의자가 교육이라는 가장 공적인 영역을 책임지는 자리에 있는 것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경제부총리 시절에는 주로 ‘자율과 경쟁’이라는 경제적 관점에서 우리 교육을 바라본 측면이 있다. 그러나 교육정책을 담당하면서 ‘기회균등과 형평성’이라는 교육의 공공성 측면에 대한 균형잡힌 시각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재직기간중 가장 역점을 둔 일은 무엇인가. =고등교육에선 대학을 특성화하는 일이고, 초중등교육에선 ‘입시지옥에서 아이들을 어떻게 풀어주느냐’였다. 전문가들의 평가를 종합해 보면, 우리나라 초등교육은 세계적 경쟁력이 있다. 하드웨어는 물론 소프트웨어에서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전국 시·교육청의 학교 현장을 두바퀴를 돌았으니까 안다. 아주 여건이 나쁜 학교도 초등은 이제 교육여건이 좋다. 중학교도 괜찮다. 그런데 고교에 오면 그렇지 않다.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학업성취도비교(PISA)를 보면 우리나라 고1 아이들 세계적으로 우수하다. 그런데 대학에 갓 입학한 학생들이나 고3 학생들 평가한다면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본다. 입시 때문이다. 입시제도를 바꿔 입시지옥에서 벗어나게 하지 않으면 안된다. 2008 대입시는 인수위 때부터 논의했다. 경제부총리 할 때도 청와대 토론회 참여했다. 그 결과가 2004년 10월 발표된 것이다. 입시가 바뀌지 않으면 중등교육 바뀌기 어렵다. 어떻게 하면 2008학년도 대입시를 정착시켜 선순환하도록 함으로써 고등교육 질 개선으로 이어지도록 하느냐가 머리를 짓누르는 과제였다. -대학 특성화사업에서 수도권 편중 등 논란도 여전하다. =처음 와서, 지난해 상반기 대학 특성화에 역점을 두었다. 특성화, 수도권 특성화, 누리사업, BK21사업을 통해 대학들이 경쟁체제로 들어갔다. 이제, 특성화 않으면 정부 지원하는 모든 재정사업에서 불이익을 받는다는 것을 대학들이 실감하고 있다. 정부 인적자원개발회의에서 산자부·과기부·정통부 모두 다 정부가 대학에 재정 지원할 때는 특성화 지표를 최우선적으로 보게 됐다. 특성화하고 구조개혁해서 대폭 교수 투자 늘려야 한다. 그러려면 다른 부분 줄여야 한다는 거다. 대학 전체 정원도 줄고 있으니까. 대학들이 정책 당국 의지 충분히 알고 있고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5년 뒤면 대학 경쟁력 달라질 것이다. 400여개 대학이 다 백화점식으로 해서는 대학이 경쟁력 가질 수 없다. 대학이 특성화되면, 첫째 소비자 입장, 학부모 입장에선 선택할 대학이 많아진다. 예를 들어 한동대는 석·박사는 양성 안 한다. 오직 학사만, 중국어 영어 등 어학 뛰어난 사람을 양성해서 국내외 좋은 대학원과 일류 기업에 보낸다는 특성화 전략이다. 지방대학, 전문대 등에도 좋은 학과 가진 대학들이 생겨나고 있다. 정부가 재정 지원한다든가 대기업이 기술인력 지원할 때, 그 분야에 전공을 한 박사(PHD) 수를 따진다. 미국의 경우 연방정부 지원 기준이 200명으로 높아지고 있다. 우리로선 상상하기 어려운 수치다. 예를 들면 바이오쪽은 우리나라 웬만한 대학들이 다한다. 대부분 교수가 20명, 50명 정도밖에 안된다. 그래서는 대기업 말을 들어보면, 그런 데를 믿고 기업이 전적으로 돈을 투자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올해 비케이21 해보니, 약진한 대학이 두곳이다. 성균관대, 부산대다. 두 대학이 특성화·구조조정 철저히 했다. 석사, 박사, 교수, 중견교수, 첨단 교수들이 ‘트리’를 이루고 있어야 활용될 기술 만들 수 있다는 건데, 교수 50명 있는 분야에는 기업이 교수 한두명만 믿고 돈 줄 수는 없더고 한다. 피에이치디가 한 200명쯤 되면, 삼성 같은 대기업도 기업연구소 없애고 대학에 기업연구인력 넣어서 같이 머리 맞대고 연구해야 제대로 된 게 나온다는 거다. 이것이 바로 특성화다. 지역별로 규모 작은 대학이 특성화에 유리하다. 특성화 대학이 많아지면 수급 불균형에 따른 치열한 대입시 경쟁이 줄고, 우리 사회에서 지방대 나온 사람이 좋은 직장으로 대거 진출하게 될 것이다. -2008대입시와 관련해 대학을 직접 찾아 설득하면서 ‘대학 자율 침해’논란에도 휩싸였는데. =대학은 특성화로 가고, 고교에선 대입시제도가 학생부 중심으로 가니까, 반영비율 높여가면 입시지옥 문제 해결된다. 대학별고사는 세계 선진국 가운데 일본만 빼고는 대학별 고사를 따로 보는 데가 없다. 일본도 자국의 교육제도에 후회를 하고 우리보다 훨씬 속도감 있게 대학 개혁을 하고 있다. 다른 선진국들 왜 대학별고사 안 보느냐? 대학별고사라는 것이 수능하고 비슷하게, 아무리 문제를 잘 내도 초중등 12년 교육성과를 단 한번에 판단하는 것이다. 그건 매우 위험한 거다. 서울대 연·고대 총장들도 다 동의하는 게 수능도 학생부도 없이 대학별고사로만 신입생을 뽑으라고 하면 불가능하다고 한다. 지금도 대학별고사 내려면 서울대도 우수한 교수 100여명을 한달씩 합숙시키고 해야 하는데, 점점 보안 관리도 어려워지고, 본고사형으로 가게 된다면, 더 많은 인원을 더 장기간 동원하는데 돈도, ‘리스크’도 감당할 수 없다는 거다. 그래서 그보다는 서양처럼 입학사정 전문가들을 양성해서, 이들 동원해 1년 내내 지원받고, 입사시험 지원처럼 교육이력을 다 학교에 제공하고, 컨설턴트 교사의 의견도 붙이고, 자기 에세이도 붙이고, 여기에 학생부 하고 해서 서류 심사를 하고 해야 한다. 3불정책 법제화 다름없어
김진표 교육부총리. 박종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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