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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우리 교장선생님은 요리사”

등록 2006-06-26 19:35

26일 오후 충남 당진군 면천중학교 가사실습실에서 김성삼 교장이 간식으로 피자를 직접 구워 한 학생에게 먹여주고 있다. 당진/송인걸 기자
26일 오후 충남 당진군 면천중학교 가사실습실에서 김성삼 교장이 간식으로 피자를 직접 구워 한 학생에게 먹여주고 있다. 당진/송인걸 기자
학교 남아 공부하는 애들에 간식
무화혜택·교육기회 많이 주고파
“조리사 자격증 없지만 정은 넘쳐요”
당진 면천중 김성삼 선생님

“교장 선생님, 다 구워졌어요?” “다 됐다. 뜨거운데 누가 맛보련?”

26일 오후 충남 당진군 면천중학교의 간식시간. 3학년 아이들이 가사실습실로 몰려들었다. 김성삼(59) 교장이 오븐에서 갓 구운 피자를 꺼내자 ‘와~’ 아이들은 구수한 냄새에 ‘꼴깍’ 침을 삼켰다.

김 교장은 제자들을 위해 요리를 한다. ‘교장 새임’이 지금까지 만든 간식은 피자 외에 햄버그스테이크, 샐러드와 샌드위치, 닭죽, 감자요리, 튀김, 케이크 등 20여 가지에 이른다. 이른 새벽이면 시장에서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고르고 유통기한이 충분히 남아 있는 햄, 치즈 등을 산다.

그가 수준급 요리 실력을 익힌 것은 뛰어난 요리 실력을 갖춘 어머니 김은덕(4년 전 작고) 여사의 주방 보조였기 때문이다. 기독교 신앙인이던 어머니는 선교사 집에서 서양음식 만드는 법을 배운 뒤 아들에게 틈틈이 조리법을 가르쳤다.

그가 제자들에게 요리 솜씨를 들킨 것은 충남 보령시 미산중에 근무하던 지난해부터다.

“농촌 아이들인지라 대부분 하교하면 방치되는 게 현실입니다. 아이들에게 공부하는 법을 가르치려면 학교에 남아 있어야 하잖아요? 그래서 자비를 들여 간식을 만들었어요.”

하루, 이틀이 지나고 ‘교장 선생님이 학교에 남아 공부하는 애들에게는 무지 맛있는 간식을 만들어 주신다’는 입소문이 나자 전교생 44명이 교실에 남았다. 처음에는 아이들에게 간식을 만들어 주는 대신 ‘의자에 조용히 앉아 30분 지내기’를 숙제로 냈다. 이 아이들은 4개월여 뒤 치른 도 학력평가시험에서 도시지역 중학교 수준의 성적을 올렸다.


김 교장은 올해 초 전교생이 112명인 면천중으로 자리를 옮긴 뒤에도 아이들의 간식을 만드는 일을 쉬지 않고 있다. 그가 간식 만들기를 계속하는 것은 시골 아이들에게도 도시 아이들만큼 문화 혜택과 교육 기회를 주고 싶기 때문이다. 그의 꿈은 독서와 학습하는 법이 몸에 배도록 가르치고 악기도 연습시켜 전국 최고 수준의 현악부를 만드는 것이다. 면천중은 한달에 한번 밤샘 독서토론을 한다. 노는 토요일 전날인 넷째 주 금요일 오후 5시부터 다음날 아침 8시까지 열리는 이 토론회는 캠핑하듯 학생들이 직접 저녁거리를 준비하고 독서와 공부를 한다. 밤 12시에 간식을 먹고 나면 영화를 본 뒤 운동장에 나가 별을 보며 이야기꽃을 피우다 여명을 맞는다.

조주석(3학년)군은 “교장 선생님 피자는 재료를 듬뿍 넣었는데도 담백하고 느끼하지 않아 맛있다”며 “나중에 선생님이 되면 교장 선생님처럼 아이들에게 사랑을 담은 간식을 만들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탈이 나고 급식이 중단됐다는 뉴스를 보고 안타까웠습니다. 재료를 남기지 않고 그날그날 쓰고 내 아이에게 준다는 마음으로 정성을 다한다면 이런 일은 없을 겁니다.”

그는 “스승과 제자도 부모 자식처럼 정을 주고받아야 하고 그에 따른 책임과 의무 역시 다해야 한다”며 “잘하는 게 요리와 음악이어서 이를 통해 아이들과 정을 나눈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신나게 피자 먹는 걸 바라보던 교장 새임이 묻는다.

“참! (난) 조리사 자격증도 없는 돌팔이인데 (애들 간식해 준다는) 기사가 나도 되나요? 허허허.”

김성삼 교장선생님 블로그 blog.daum.net/sam0743

당진/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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