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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동일여고 비리폭로 교사 부당 파면

등록 2006-06-30 15:31수정 2006-06-30 15:37

28일 동일학원 재단비리를 폭로한 교사들에게 파면조치가 내려졌다. 이 소식을 들은 ‘동일학원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는 즉각 비상집회를 열었다.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28일 동일학원 재단비리를 폭로한 교사들에게 파면조치가 내려졌다. 이 소식을 들은 ‘동일학원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는 즉각 비상집회를 열었다.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학생들 “선생님 잘못한거 없어요!”
학교 재단의 비리를 폭로하여 1년 넘게 직위해제 상태였던 동일여고 음영소, 박승진, 조연희 교사가 결국 파면 당했다. 지난 21일 열린 동일여고 교원징계위원회에서는 세 교사의 파면을 결정, 28일자로 통보 조치했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동일학원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보복파면을 철회하라!”며 급히 비상집회를 열었다. 동일여고 앞 공원에서 열린 집회에는 약 20여명의 재직 교사와 졸업생, 학부모들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여 한 목소리로 징계의 부당함을 항의했다.

재단 비리를 폭로한 교사들 형사고발, 직위해제에 이어 파면까지

지난 2003년 동일학원 교사들은 ▲동창회 없는 동창회비 징수 ▲학생식당 회계비리 의혹 ▲협동조합 부당운영 등을 지적하며 1인 시위와 천막 농성을 진행하였다. 이에 서울시교육청은 특별감사를 진행, 61건의 행정상 조치와 74건의 신분상 조치라는 특별감사처리지시를 내렸고 김동섭 전 이사장은 벌금 천만원의 처분을 받았다.


그러자 학교 측은 집회, 천막 농성 등의 활동을 이유로 2004년 6월 검찰에 음영소, 박승진, 조연희 교사를 형사고발하였고 2005년 2월 26일부로 이들을 직위해제 시켰다. 그러나 1심에서 법원은 이들의 행위가 사회 공공의 이익을 위한 행위였고, 근무시간 전후나 점심시간등을 이용했기 때문에 명예훼손, 업무 저해 등을 인정할 수 없고 쟁의행위에도 해당되지 않는다며 교내에 천막을 친 것과 불법 시위에 대해서만 유죄를 인정하고 나머지 공소 사실은 모두 무죄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학교는 이와 상관없이 교사들을 직위해제 조치했고, 재단 이사장이 추가 징계의결을 요구, 결국 파면 결정을 내렸다.

수업을 마치고 나오던 학생들은 가던 걸음을 멈추고 집회를 유심히 바라봤다.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수업을 마치고 나오던 학생들은 가던 걸음을 멈추고 집회를 유심히 바라봤다.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저기 봐, 우리 선생님이야!”, “음악 선생님도 계셔, 생물 선생님도!”

때마침 하교 중이던 학생들은, 자신들을 가르치던 선생님이 구호를 외치며 집회에 참가하는 것이 신기했는지 걸음을 멈추고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를 지켜보던 한 여학생은 눈물을 흘리며 “선생님들은 잘못하신게 없는데…”란 말을 되풀이 했다.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이를 지켜보던 한 여학생은 눈물을 흘리며 “선생님들은 잘못하신게 없는데…”란 말을 되풀이 했다.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이미 세 교사가 직위해제 당한지 1년 6개월이 지났기에 재학생 중 이들을 잘 모르는 학생 수도 상당수이다. 조연희 교사는 “직위해제 조치를 내린 시기도 새 학기 직전이었다. 학교 측은 학생들과 우리를 철저히 단절시키려고 한 것이다.”라며 “하지만 매일 아침 길거리 수업을 하면서 아이들과 만나고, 반응도 좋았다. 우리를 잘 모르는 학생들도 이 상황을 안타까워하며 응원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집회를 지켜보던 학생들도 “선생님들은 잘못한 게 없으세요!”라며 입을 모았다. “애들 생각해주시고, 학생 하나하나 마음 잘 써주시는 분들이세요.”, “아침에 1인 시위 하실 때, 저희보고 좋은 하루 보내라고 꼭 인사하세요.”, “수업 안 해도 맨날 교무실에 앉아 계신 걸 볼 때 너무 안쓰러웠어요.”

“정말 좋으신 분들이신데‥”김 모양은 울먹이며 말했다. “선생님들께 직접 배운 적은 없지만, 같은 재단 중학교를 다니면서 이렇게 투쟁하시는 모습을 봤어요. 솔직히 잘못한 건 선생님들이 아니잖아요.” 김 양은 끝내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급식비 빼돌리기 등 비리 끊이지 않아‥, 감사 결과도 상관없는 ‘그들만의 학교’

부당한 징계조치에 항의하는 동료 교사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부당한 징계조치에 항의하는 동료 교사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비대위 학부모 대표를 맡고 있는 정만승 씨도 “선생님들의 주장이 모두 사실인 걸 목격했다.”며 “어떻게 교육자라는 사람들이 그런 짓을 저지를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무엇보다 자녀를 둔 아버지로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너무 많다고 했다. “가뜩이나 여자애들은 아침은 잘 안 먹고, 저녁도 살 뺀다고 굶는다. 결국 점심이 하루에 섭취하는 영양소의 전부나 마찬가지인데 이를 질 낮은 식재료로 만들고, 남는 돈을 빼돌렸다는 것은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며 분개했다.

지난 2003년 시교육청 감사 결과, 동일학원에서는 동창회비 불법 모금 및 부당사용, 위탁급식 시설비 기부 채납금 부당 징수 등 약 16억 원 규모의 비리가 적발됐다. 그러나 이외에도 체육복 공동구매나 지정 문구점 이용을 강요하고, 이사장이 학생들이 낸 등록금을 차량 유지비로 사용하는 등의 크고 작은 비리가 끊이질 않았다.

직위해제에 이어 파면까지 당한 조연희 교사. 그는 아이들을 만나지 못해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직위해제에 이어 파면까지 당한 조연희 교사. 그는 아이들을 만나지 못해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조연희 교사는 “이번 징계는 시효가 지났음에도 이뤄진,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이라며 “교육청 감사결과 재단 측에 중징계가 내려졌지만 그들은 이와 상관없이 자기들 기준대로 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학교라는 교육기관이 공적인 장소이지만, 재단 측은 사회윤리나 헌법정신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그들만의 법’에 따라 우리에게 ‘괘씸죄’를 적용했다.”

세 명의 교사와 비대위는 28일 저녁 비상총회를 가진 뒤, 이번 파면조치의 부당함을 지역사회에 적극적으로 알릴 계획이다. 조 교사는 “학교는 공공 장소인 만큼, 이 문제는 지역 모두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를 널리 알려 학생탄압, 재단비리 등의 악순환을 끊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혔다. 더불어 천막 농성, 학생 서명 운동 등 다양한 형태로 이번 사태를 공론화할 예정이다.

“김수영의 ‘풀’이라는 시가 있습니다. 억압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꿋꿋이 일어나는 민중의 모습을 담고 있죠. 험난한 동일의 역사 속에서도 모두 함께 뭉친다면 이번 일은 분명 전화위복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원하는 동일의 혁신을 이뤄낼 수 있을 것입니다.” - 집회에 참가한 한 교사의 말

박소희 기자 sost38@nate.com
ⓒ2006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즐겨찾기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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