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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목련 잎사귀 ‘여우가면’ 쓰고 “아웅~아웅~”

등록 2006-07-30 20:50수정 2006-07-31 18:38

붉나무와 함께 떠나는 생태기행

잎잎 잎사귀, 머리 위에도 잎사귀, 발 밑에도 잎사귀, 빼곡빼곡 잎사귀, 수북수북 잎사귀. 얘들아, 잎사귀 놀이 하러 가자!

덥고 더운 여름 빼곡빼곡 잎사귀 덕에 수북수북 잎사귀 덕에 숲은 시원시원. 하지만 숲모기들 윙윙웽웽 모기밥 되지 않으려면 조심조심. 긴 팔이랑 긴 바지 옷을 꼭 입어야 해. 더우면 긴 팔은 안 입더라도 긴 바지는 꼭 입으렴. 잎사귀 놀이 하러 막 숲으로 들어서서는 우리 사랑점이나 한번 쳐볼까?
하트 모양 수수꽃다리 잎을 따서 한 번 두 번 세 번 접은 다음, 눈을 감고 좋아하는 사람을 생각하면서 다섯 번을 연달아 이로 꼭꼭 깨물어. ‘잎에 난 문 자국으로 사랑점을 칠 거야!’(히히히) 좋아하는 사람 생각하며 꼭꼭 깨물 때는 몰랐지. 다 깨물자마자 입안에 퍼지는 쓰디쓴 맛. 나무랑 단이는 어찌나 쓴지 둘 다 팔짝팔짝. 팔짝거릴 정도로 쓰다 써. ‘사랑은 그렇게 쓴 거야.’ 사랑을 알 만한 녀석들이 아닌데도 둘이 계속 궁시렁궁시렁. ‘으익, 사랑이 왜 이리 쓴 거야!’ ‘침 뱉으면 사랑이 안 이루어지는 거야?’ 하트 모양 시큼한 괭이밥 조그만 잎사귀로 얼른 입안을 가셔 봐. 그래도 쓰다 써.

얘들아, 숲으로 들어가면서 우리 가지가지 잎사귀를 모으자꾸나. 땅바닥에 떨어져 있는 커다란 일본목련 잎사귀도 모으고, 도토리거위벌레가 알을 낳고 가지 끝을 잘라 떨어뜨린 신갈나무 잎사귀도 모으고. 병들어 말라 비틀어진 아까시나무 잎사귀는 왕관 만들 거니까 많이많이 모아야지. 마, 단풍잎, 산수유, 산딸기, 고마리 잎사귀도 모으고, 벌레 먹어 구멍 송송 난 개나리 잎사귀도 모아야지. 삐죽빼죽 잎사귀, 동글동글 잎사귀, 구멍 송송 잎사귀, 커다란 잎사귀, 조그만 잎사귀. 잎사귀 모양 가지가지 놀 거리도 가지가지. 누가누가 더 재미난 잎사귀를 모았을까? ‘이 잎사귀는 몇 점이야?’ 나무랑 단이는 서로서로 더 재미난 잎사귀를 모았다고 점수를 더 달라고 아웅다웅.

그늘에 돗자리를 펴고 앉아 모아온 잎사귀를 펼쳐 놓고 마음에 드는 걸 골라 색연필로 싹싹 칠해 종이에다 ‘잎사귀 모양 뜨기’를 하는데 나무랑 단이는 시큰둥. 얼른 바꿔서 잎사귀에 물감 칠해 종이에다 살짝 엎어 손바닥으로 살살 문지르는 ‘잎사귀 물감 찍기’ 놀이다. 그랬더니 재미나서 쓱싹쓱싹 물감 칠하고 손바닥으로 살살살 문지르고 잎사귀 모양 잘 나오라고 수리수리 술술이 주문을 걸었지. 아기 손바닥 모양 단풍잎, 창검 모양 고마리 잎사귀, 산딸기 잎사귀는 털까지 숭숭숭 나오고, 산수유 잎사귀는 잎맥이 나란히나란히 다른 잎사귀랑은 무늬가 색다르게 나와. 뭐니뭐니 해도 가장 멋진 잎사귀는 커다란 일본목련 잎사귀 찍기! 커다란 잎사귀에다 한 줄 두 줄 세 줄 다른 색깔을 칠하고선 물감이 마르기 전에 서둘러 이쪽저쪽 잘 나오게 꼼꼼히 문질러 찍었더니, 정말정말 멋진 알록달록 잎사귀가 나왔지. ‘내 게 더 멋져!’ 나무랑 단이는 또 아웅다웅. 더 놀려고 하는데 숲모기가 괴롭혀서 후다닥 자리 접고, 다시 다른 데로 어서어서 옮겨가자.

산으로 올라가는 길에 얼굴보다 더 커다란 떡갈나무 잎사귀랑 일본목련 잎사귀를 주워서 떡갈나무 잎사귀로는 울퉁불퉁 도깨비가면 만들고, 일본목련 잎사귀로는 주둥이가 뾰족한 여우가면을 만들었지. 단이는 여우가면 쓰고는 자꾸 ‘아웅~ 아웅~’ 하면서 여우누이 흉내를 내. ‘우헤헤헤 아웅아웅 우헤헤헤 아웅아웅’ 아까 모은 아까시나무 잎사귀 가운데 그나마 잎이 성한 잎사귀로 ‘가위바위보 잎 따기’ 놀이를 하고 잎자루만 모아 모아서 아까시나무 잎자루 왕관을 만들었지.(지난 번 나온 토끼풀 화관 만든 방법이랑 같아) 단이 잎자루 왕관은 위로 뾰족뾰족 나무 잎자루 왕관은 옆으로 삐뚤빼뚤. 나무 왕관은 조금 눕혀져서 꼭 자유의 여신상 왕관 같아. 나무도 자유의 여신상 왕관이 마음에 드는지 답답할 텐도 계속 쓰고 우쭐우쭐. 왕관 쓰고 가면 쓰고 길로 길로 가다가 어라, 혹부리 영감님이 주웠던 개암 열매가 있네. 다른 개암나무에는 열매가 별로 안 달렸는데 이 개암나무에는 주렁주렁 달렸어. 우리도 몇 개 따서 먹어 볼까?
일본목련 잎사귀로 ‘여우가면’을 만드는 순서
일본목련 잎사귀로 ‘여우가면’을 만드는 순서

숲모기가 덜 모여드는 산책로 옆에다 돗자리를 깔고 도시락을 먹는데 자꾸자꾸 청설모가 놀러와. 우헤헤! 도깨비가 있는데도 안 무서운가 봐. 아웅! 여우가 있는데도 안 무서운가 봐. 개암 열매 몇 개를 던져 주었더니 한 개 주워 먹고는 맛이 없는지 홱, 던져 버려. 청설모는 먹는 거보다는 우리랑 놀고 싶은지 계속 우리 곁에서 쪼르르쪼르르. 나무랑 단이는 청설모가 되어 쪼르르쪼르르 청설모 뒤를 쫓아다녔지. na-tr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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