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주산지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경북 청송군 둘러보기
테마가 있는 체험학습
이번 여름방학 동안 아이들과 체험학습 겸 나들이 장소로 정한 곳은 경상북도에 위치한 청송군이다. 청송군의 주산지는 김기덕 감독의 <봄, 여름, 가을 , 겨울 그리고 봄>이라는 영화로 잘 알려진, 멋진 경치를 가진 곳이기도 하다. 여행을 가기 전 청송군 사이트(tour.cs.go.kr/culture)를 찾아 미리 청송군을 둘러보고 무료로 보내주는 관광안내책자도 신청을 해두었다. 또 청송군에 관련된 자료들을 인터넷에서 찾아 워크북을 만들어 보았다. 일단, 숙박은 ‘송소고택’으로 정해 예약을 하였고 주왕산, 주산지, 한지 체험장, 야송 미술관, 청송5일장 등을 가보기로 했다.
서울서 청송까지 4시간이 넘게 걸리는 여행길, 아이들과 미리 준비한 청송에 대한 여러 가지 퀴즈 맞추기 놀이를 했다. “청송의 특산물은 뭘까요? 힌트는 뉴턴, 아담과 하와”라고 말하니 아이들이 “사과!”를 외친다. “맞아, 바로 꿀 사과란다. 그렇다면 중국 당 나라 때 진나라의 부활을 꿈꾸며 반란을 일으킨 주 왕이란 사람이 숨어들어와 살다가 신라 마 장군 형제에 의해 죽임을 당하고 그 피가 흘러나와 주방천을 붉게 물들였는데, 그 때 핀 꽃의 이름은 무엇일까? 진달래와 비슷한 이름을 가졌고, 5월 초순에 청송에서는 이 꽃 이름이 들어간 제례도 치른다고 하네요.” “정답! 수달래요!” 아이들과 청송의 동물은 수달이고 청송의 군조는 꿩이고, 청송 심씨중 세종대왕의 왕비인 소현 왕후에 얽힌 이야기들을 풀어놓으며 가다보니 어느덧 안동까지 와 있다.
안동에서 간 고등어 정식을 먹으며 왜 바다도 아닌데 안동은 간 고등어가 유명한지 물어보는 아이들에게 내륙지역인 안동사람들이 냉동시설이 없던 시절, 고등어를 먹기 위해 간을 해서 저장했는데 그게 유명해져서 지금까지 이어져온다고 설명해주니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청송군 진보면을 지나 파천면에 들어서니 청송에 사는 무형문화재 23호인 한지장 이자성 선생님의 공방이 나온다. 미리 연락을 해두어(054-872-2489) 선생님의 한지에 대한 설명과 함께 직접 한지 만들기를 해 볼 수 있었는데, 한지를 만들고 다시 예쁜 꽃잎을 넣어 만들기도 하고 마블링 기법으로 색깔을 넣어 만드니 아이들이 너무너무 좋아했다. 우리 한지의 명맥을 이어가는 한지장인의 면모를 느껴 볼 수 있는 소중한 체험이다.
신천 약수탕 근처에 폐교를 고쳐 만든 야송 미술관에도 가보았다. 널따란 운동장과 아담한 미술관이 반겨주는 그곳에서 긴 회색머리를 질끈 동여맨 야송 이원좌 선생님을 뵐 수 있었다. 아이들에게 직접 그림을 그리게 된 계기와 대작으로 유명한 여러 그림들을 설명해주셨다. 아이들은 가로 12.7m, 세로 2.에 달하는 <주왕운수도>를 보고는 크기에 놀라고 그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들인 정성에 또 놀랐다. 이곳에는 미술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위해 작은 미술 도서관도 마련해 두었다.(야송 미술관 054-870-6535)
해가 뉘엿뉘엿질 쯤 달기 약수탕 근처에서 닭백숙으로 맛난 저녁을 먹고 송소 고택(경상북도 민속자료 63호)으로 찾아갔다. 덕촌동 심부자댁으로 유명한 99칸의 고택은 사랑채와 별채, 안채 등으로 나뉘어 있으며 꽃담과 헛담, 아궁이, 굴뚝 등 한옥의 아기자기한 멋을 느끼게 한다. 아이들과 여름밤 에어컨과 선풍기의 유혹에서 벗어나 시원한 툇마루에 누워 별을 보며 도란도란 이야기도 하고 군불에 감자도 구워 먹으면 신선이 부럽지 않다. (송소 고택 songso.co.kr, 054-873-0234)
다음날 찾아간 곳은 청송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소인 주산지. 조선 경종 1년인 1720년에 만들어진 이 저수지는 그 이후 300년간 아무리 가물어도 바닥을 드러낸 적이 없단다. 특히 저수지 한가운데 뿌리를 내리고 자라는 왕 버드나무의 기이한 모습은 처음 찾는 이들에게 감탄을 자아낸다.
다시 주왕산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주차장 입구에 주왕산 탐방안내소가 있는데 미리 예약을 해두면 해설사가 함께 주왕산의 생태를 해설해 주는 자연해설프로그램이 운영되어 더욱 뜻 깊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주왕산 관리사무소 054-873-0014) 또 주왕산안내소 안에는 주왕산의 생태계와 이름 유래, 생태 책자 등이 있는 작은 도서관도 함께 있어 도움이 된다. 주왕산은 보통 대전사 쪽으로 올라 제1폭포, 제2폭포, 제 3폭포순으로 둘러보고 내려오는 코스가 무난한데 산을 오른다기 보다 산을 걷는다고 표현할 만큼 아이들도 힘들이지 않고 오를 수 있다.
이밖에 아이들과 함께 가볼만한 곳으로는 장대하고 멋진 기암괴석들로 둘러쌓인 얼음골, 항리 계곡을 지나 영덕방향가다 만나는 옥계계곡이 있다. 옥계계곡에 가면 물이 흐르고 깊이도 적당해서 물놀이를 즐기는 가족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이곳을 지나 영덕 쪽으로 나가면 크고 작은 해수욕장을 만날 수 있다.
돌아와서 아이들과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과 찍은 사진과 그분들과 짧게나마 나눈 이야기들을 모아 ‘인물편’을 만들고 각종 관련 지도를 붙여 ‘지리편’, 관련 이야기등을 모아 ‘역사편’, 각종 문화, 역사 관련 시설들의 자료를 모아 ‘문화편’을 만들어 하나의 ‘청송 체험 답사북’을 만들어 보았다. 작업 내내 아이들의 마음은 송소 고택의 시원한 툇마루에 있는 듯 했다.
<시골장터 둘러보기>
청송에서 시골의 맛을 느끼기 위해 장터를 둘러보는 것도 좋다. 장터는 안덕장, 청송장(4,9일장) 도평장(5,10일장) 부남장, 진보장 (3,8일장) 화목장(1,6일장)이 있는데, 장은 아침 일찍 서고 대부분 4시 이후에 파하기 때문에 시간을 잘 맞추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 자세한 내용은 청송문화관광 사이트(tour.cs.go.kr/culture)에 나와있다.
글·사진 홍준희/나들이 칼럼니스트
무형문화재 23호인 이자성 선생님과 함께 한지 뜨기 체험을 하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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