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정에 참여한 한국 청소년들이 지난 8월16일 우스리스크에서 한·러 청소년 문화교류 캠프를 열고 현지 고려인 학생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청소년 24명 ‘17일 동안의 대장정
고려인 4세들 만나 친구되고…평화네트워크 모색 17일간 여행
고려인 4세들 만나 친구되고…평화네트워크 모색 17일간 여행
연해주에서 출발해 시베리아를 거쳐 몽골까지, 8천 킬로미터에 이르는 대장정을 끝낸 청소년들이 돌아왔다. ‘동북아 평화벨트 구축을 위한 청소년 대장정’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이 여정은 서울시대안교육센터의 주도로, 꿈틀학교, 셋넷학교(새터민 청소년 학교), 하자작업장학교 등 국내 대안학교 학생 24명이 참여해 8월13일부터 17일 동안 계속됐다.
사실 이번 여행은 ‘시작’에 불과하다. 서울시대안교육센터쪽은 이번 여행을 계기로 동북아 청소년들의 네트워크인 ‘동북아 청소년 평화 회의’를 만든다는 계획을 세워놓았다. 첫 여행은 대안학교 학생들 중심으로 이루어졌지만, 앞으로는 관심있는 일반학교 학생들에게도 문을 열어놓을 참이다. 서울시대안교육센터 강원재 팀장은 “방학을 이용해 외국 여행을 가거나 영어 연수를 가는 학생들이 많은데, 우리가 속한 동북아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이 지역 사람들이 살아온 삶과 현실을 알고자 하는 청소년들도 있을 것”이라며 “장차 자신들의 활동 무대가 될 동북아 친구들을 직접 만나고, 발로 걸어다니며 동북아 평화를 고민하는 여행이 가능하도록 토대를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여정에서 학생들이 가장 고대했던 것은 연해주에 살고 있는 고려인 4세들과의 만남이다. 최근 연해주에는 80년 전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를 당했던 고려인들이 돌아와 만든 정착촌이 여러곳 생겨나고 있다. 소련연방에서 분리된 국가들이 자민족언어정책을 펼치면서 차별을 견디지 못해 연해주로 온 것인데, 교육 환경이나 문화적 여건이 몹시 안좋은 상황이다. 서울시대안교육센터쪽은 연해주 고려인 마을을 동북아 청소년 평화 네트워크의 ‘진지’로 삼기로 했다. 고려인들과 지속적인 문화 교류를 한다는 취지도 있지만, 80여개 소수민족이 살고 있는 연해주가 동북아인들의 평화로운 공존을 모색할 청소년들에게 더없이 적합한 곳이라는 판단에서다. 대장정에 참가한 하자작업장학교 송병기 군은 “러시아 고등학교 친구들은 생김새가 전혀 다른 민족들로 이루어진 학교를 다니지만, 서로 자연스레 어울리며 활동에 참여하고 있었다”면서 “이번 대장정은 이런 작은 움직임 하나 하나를 눈여겨보면서 갈수록 국가주의와 민족주의로 굳어가는 동북아시아지역의 평화를 고민하는 십대들의 여행이었다”고 전했다.
내년 여름 방학에는 청소년 문화공연팀과 참여를 원하는 청소년들을 모집해, 한 달 가량 연해주 고려인 마을에 머물면서 문화교류와 교육환경개선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번 여정과 앞으로 진행될 내용을 소개하는 ‘보고대회’가 오는 22일 오후 6시 하자센터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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