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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젖소는 하루 4시간 자고 9시간 밥 먹는대!

등록 2006-09-24 15:49수정 2006-09-25 01:05

목장에는 다른 곳에서는 해 볼 수 없는 독특한 체험 프로그램들이 준비돼 있다. 태어난 지 두 달 된 송아지에게 우유도 먹이고
목장에는 다른 곳에서는 해 볼 수 없는 독특한 체험 프로그램들이 준비돼 있다. 태어난 지 두 달 된 송아지에게 우유도 먹이고

생태기행

아이들과 함께 충청남도 당진군 면천면 문봉리에 자리한 ‘태신목장’으로 목장체험을 떠났다. 드넓은 초원이 펼쳐진 목장의 모습에 아이들은 벌써부터 한껏 기대에 부풀어 있다.

첫번째 체험은 트랙터 타고 농장 돌아보기. 트렉터 뒤에 마련된 예쁜 마차를 타고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는 말에게 인사도 하고, 코스모스 한들한들 피어있는 길을 따라 목장을 한바퀴 돌고 나니 가슴 속까지 시원한 바람이 들어와 앉았다.

다음은 송아지 우유 주기 체험이다. 태어난 지 두 달 정도 된 귀여운 송아지들에게 직접 우유를 먹여 보는 것인데, 커다란 우유병에 우유를 담으니 우유 냄새를 맡은 송아지들이 킁킁거리며 벌써부터 입맛을 다신다. 아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우유병을 힘차게 빠는 송아지를 신기한듯 바라 보았다. “이 송아지들은 홀스타인이라는 얼룩무늬 젖소인데 우리나라처럼 추운 나라에서 키우기 적합한 소에요.” 사육사님의 자세한 설명을 들으며 직접 우유를 먹여 본 아이들은, 그 새 송아지와 정이 든 것 같다.

엄마소들에게 여물주기 시간도 있었다. 여물을 한 봉지씩 받고 젖소들에게 다가가니 서로 먹으려고 고개를 내민다. “손으로 입에 여물을 넣어 줘도 되요. 소는 앞니가 위에는 없고 아래에만 있어요. 그리고 사람하고 다르게 위가 네 개나 되지요. 그래서 되새김질을 하기 위해 계속 우물거리는데 입에 손을 넣어도 물리지 않아요.” 사육사님의 설명에 여물봉지를 들고 머칫머칫하던 아이들이 하나 둘 소에게 가까이 다가간다. “엄마, 얘들이 우리 소는 자꾸 못 먹게 해.” 젖소들의 기운에 밀려 여물을 잘 받아 먹지 못하는 황소가 가여운지, 둘째 아이는 황소만 졸졸 따라 다니며 먹이를 준다.

그 옆에는 세상에 나온지 꼭 하루가 된 송아지가 있었는데 어찌나 귀여운지 아이들의 관심을 독차지 했다. “태어난지 하루 밖에 안 됐데 걸어다닐 수 있다니 신기하고 귀여워, 내 동생 삼고 싶어.” 아이들은 송아지 앞에서 떠날 줄을 모른다. 그러다가 정말 정이 폭 들겠다. 연신 송아지의 머리를 쓰다듬는 아이의 손을 잡고 착유실로 들어가니 젖소 두 마리가 있었다. 젖 짜기 체험이다.

“젖을 짤때는 젖을 손으로 꼭 잡고 짜야해요. 너무 살살 잡으면 꼬집는 것같이 느껴져서 소가 스트레스를 받아 뒷발질을 하기도 하고 어떤때는 똥을 싸기도 해요. 그러니 조심해하세요. ”사육사님의 설명을 듣기는 했지만, 아이들은 생각보다 큰 젖소 앞에서 겁을 먹었는지 살짝 뒤로 물러난다. 그러나 곧 따뜻한 젖소의 젖을 만져보고 마음이 놓였는 지 조심스레 우유를 짜기 시작했다.


“어? 송아지 젖꼭지가 네 개네!” 굉장한 것을 발견한 듯 신기해하는 아이들에게, 사육사아저씨는 송아지는 태어나서 1년이 지나면 엄마소가 될수 있고 2년이 되면 아기 송아지를 낳고 젖이 나온다고 가르쳐 주었다. 또 젖소의 경우 하루 2~4시간 정도만 잠을 자고 6~9시간 동안 먹이를 먹는다는 것도 배웠다.
당나귀가 끄는 마차를 타며 즐거워하는 아이들
당나귀가 끄는 마차를 타며 즐거워하는 아이들

점심시간에는 너른 풀밭에 앉아 바람소리와 새소리를 들으며 밥을 먹었다. “우아, 당나귀다!” 한아이의 외침에 뒤돌아 보니 정말 동화책에서나 본 당나귀가 작고 예쁜 마차를 달고 나타났다. 당나귀 마차타기를 하고 나자 아저씨가 “여기 소를 타본 사람?”하고 물으신다. “말은 타보았지만, 정말 소를 탈수 있어요?”“그럼, 소가 얼마나 건강하고 힘이 센 줄 아니?” 아저씨가 아이들을 번쩍 안아 올려 소를 태워주셨다.

오후에는 우유로 아이스크림 만들기와 팥빙수 만들기 체험을 했다. 커다란 통에 소금과 얼음, 우유를 넣고 신나게 15분 정도 흔들면 신기하게도 아이스크림이 된다. 또 얼린 우유를 칼로 서걱서걱 썰어서 맛있는 팥을 넣고 버무려 먹는 팥빙수 만들기도 아이들에게 인기만점이었다.

끝으로 우유로 즉석 치즈 만들기 체험도 했다. 우유에 응고제를 넣고 살살 저으면, 우유가 순두부 변해가며 나중에는 치즈를 만들수 있는 단백질이 얻어지는데, 그것을 뜨거운 물에 넣었다 뺐다 하면서 모양을 만들어 소금물에 담갔다가 바로 먹는다. 우리는 엿가락처럼 길게 늘여 모양을 잡는 ‘스트링 치즈’를 만들었다. 아이들은 손으로 조물조물 치즈 반죽을 늘였다가 줄였다가 하면서 진지하게 세상에서 하나 밖에 없는 자기만의 치즈를 만들었다. “정말 맛있다. 쫄깃쫄깃한게 꼭 닭고기 같아요.” 직접 만든 치즈를 한 입 먹어 보며 행복해하는 아이들. 목장쪽에서는 아이들이 만든 치즈를 진공포장 해주면서 “집에 가서 친구들과 나누어 먹으라”고 했다.

탁트인 풀 밭과 맑은 공기가 있는 목장에서 알찬 하루를 보내고 나니, 도시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아쉽기만 하다. “송아지야, 잘있어, 밥 잘 먹고, 나도 우유 잘 먹고 밥 잘 먹을 테니까 우리 이만큼 커서 또 만나자.” 인사를 건네는 아이의 눈에 서운함이 가득하다.

글·사진 홍준희/나들이 칼럼니스트 madline69@naver.com

상자/ 태신목장 체험 프로그램

태신목장은 낙농진흥회가 주관하는 목장체험 프로그램을 제1회때부터 함께했던 목장이다. 아름다운 경치도 일품이지만, 오랫동안 진행하면서 쌓은 노하우가 돋보이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는 것이 가장 좋은 점이다. 이번 가을에는 주말 예약이 모두 끝난 상태. 그러나 주중에는 20명 이상 단체에 한해 미리 홈페이지나 전화를 통해 예약을 하면 목장 체험을 할 수 있다. 함께 가볼만한 곳으로는 당진 성구미 마을의 천일염전 체험과 허브 체험, 함초밭 체험이 있다. 문의는 당진군청 농수산과 (041)350-3611. 태신목장 aeshinfarm.com, (041)356-3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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