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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홈스쿨링,참다운 내가 되는 길을 가다

등록 2006-10-08 19:25수정 2006-10-08 19:27

1318리포트

나는 홈스쿨러다. 2년 전, 중학교 2학년 때 학교를 그만두었다. 학교 밖으로 나온 것은 내 삶에 있어서 커다란 전환점이었다고 생각한다. 많은 것들이 변했다.

사람들의 질문은 ‘홈스쿨링이 뭐야?’로 시작해 ‘왜 학교를 안 가는데?’로 이어진다. 흥미롭게 느껴지는 건 당연한건지도 모르지만 단순히 흥밋거리로만 치부하는 듯한 태도가 조금 거슬릴 때도 있다. 종종 머리가 좋은가 보다, 천재인가 보네, 하며 난데없이 추켜세우는 사람들도 있어 당황하기도 했다. 예전에는 사람들에게 일일이 설명하고 “제도권 교육이 나에겐 맞지 않아서”라며 거들먹거리면서 대답했지만, 지금은 대학생이라고 적당히 둘러대고 만다.

사실 사람들이 나의 홈스쿨링에 대해 물을 때마다, 나는 어떤 포장도 하지 않은 나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 ‘너는 뭘 하고 있니?’ ‘제대로 나아가고 있니?’ 내 삶에 타인의 시선은 문제 되지 않는다. 그들이 나를 뭐라고 생각하건, 말하건, 나도 내 자신을 모를 때가 있고,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참다운 내가 되는 길을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타인의 입을 통해 내 모습을 직시하게 되는 순간이라니. 홈스쿨링을 하며 힘든 건 바로 이런 점들이다.

나는 학교를 그만두기 전에는 언제나, ‘무언가 하고 싶어’라고 생각하면 말버릇처럼 ‘하지만…’을 읖조렸다. 나는 내 자신에게 묻고 고심하고 답을 찾았다. “하고 싶으면 하면 되고, 하기 싫으면 안 해도 되잖아. 나는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하는게 아니야. 그저 피하고, 싸안은 채로 걱정하고 싶어하는거지.” 학교 밖에서 하고 싶은 것들이 많았다. 비보이와 가야금 연주자가 함께 나오는 광고를 본 뒤, 가야금에 홀딱 반했다. 그래서 먼저 가야금을 배우고, 서예나 미술도 배우고, 기타와 신디사이저 같은 악기도 사 모았다. 무엇보다 읽고 싶은 책을 닥치는 대로 읽을 수 있다는 게 제일 좋다.

내게 경제적 지원을 원하지 않는 부모님에게 손을 벌리는 대신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았다. 미성년자라는 어쩔 수 없는 걸림돌 때문에 일자리 구하기도 꽤 힘들었고, 부모님은 “돈 벌어 멋대로 펑펑 쓰고 다니는 것 아니냐”고 걱정을 하셨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려면 돈이 필요하다. 요즘은 주유소에서 하루 10시간씩 일한다. 온전히 내 힘으로 살아가기 위해, 정신적 독립 못지 않게 경제적으로도 독립하기 위해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

검정고시를 볼 지, 대학에 갈 지, 대학에 간다면 어떤 공부를 할 지 아직 정하지 않았다. 지금은 현재 내 모습을 즐겁게 받아들이고, 때가 되면 무언가 결정하게 되겠지. 나는 그동안 순간적인 분노나 무기력함, 자괴감, 상처로부터 나를 놓아주는 방법을 배웠다. 학교 안에 있었다면 결코 알 지도, 알아야할 필요를 느끼지도 않았을 테지만, 살아가면서 내게 중요한 ‘무기’가 되어줄 지혜라고 믿는다.


종종 내가 저질렀던 실수나 내게 일어났던 안 좋은 일들이 나를 성장하게 했다는 생각이 자기합리화나 정당화는 아닌지 자문한다. 이 생각이 들면 매번 오랫동안 심각하게 고민하곤 했다. 결론은 하나였다. ‘스스로 이미 알고 있잖아.’

우정과 사랑같은 정신적 관계의 깊이가 함께 지내온 시간과 비례하는 것이 아니듯, 사람의 나이도 그 사람의 성숙함과 비례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나이가 든다고 그다지 성장하는 것도 아니며, 어리다고 성장에 한계가 있는 것도 아니라고. 다른 이의 기대가 아닌 내 신념을 발판삼아 믿는 바를 향해 가겠다. 삶의 지평선을 향해 함께 걸어가는 또래 친구들아, 각자 힘든 일들이 있겠지만 잊지말자. 되돌아 올수 없는 오만한 젊음은 더할 나위 없이 찬란하다. 모두들, 힘내!

변임윤정/홈스쿨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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