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그래픽 디자이너 허연수씨
언제부터인가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자막과 그림, 그래픽 등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특히 특별기획 드마라나 월드컵 등 대형 스포츠 프로그램 등은 눈이 부실 정도로 현란한 3차원 자막이나 그림들이 넘쳐난다. 손으로 그리기는 힘들 것 같은데, 누가 이런 멋진 작업을 하는 걸까?
아리랑국제방송 티브이제작팀 허연수(35)씨는 바로 이런 일을 한다. 이른바 ‘컴퓨터 그래픽 디자이너’이다. 방송 화면에 나오는 모든 것들은 다 그의 손을 거친다. 자막, 그림, 그래픽은 물론이고 프로그램이나 광고 위쪽 상단에 나오는 이미지도 그가 만든다.
허씨의 출근 시간은 오전 9시. 출근하기가 무섭게 일이 밀려든다. 피디들이 떼거지로 몰려와 그날 또는 그 다음날 프로그램들의 컴퓨터 그래픽 작업을 의뢰한다. 그러면 해당 프로그램의 성격을 살핀 뒤 적절한 이미지나 글씨 폰트 등을 선택하고, 포토숍 등 여러 가지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제작한다. 소프트웨어뿐만 아니라 자막기, 캐릭터 제너레이터 등의 전문장비도 활용한다.
작업은 철저하게 협업 시스템으로 이뤄진다. 3명의 컴퓨터 그래픽 디자이너 밑에 4명의 보조 디자이너가 있다. 일이 떨어질 때마다 간단하게 아이디어 회의를 한 뒤 적절한 그래픽을 제작하고 실제로 프로그램에 입히는 작업을 함께 진행한다. 최종 방송 화면을 편집하는 종합편집 단계에도 허씨의 참여는 거의 필수다.
주5일제 실시로 허씨도 토·일요일에는 쉰다. 대신 주말 프로그램은 주중에 미리 작업을 해둬야 한다. 따라서 주중 하루는 대개 정신없이 바쁘게 지나간다. 컴퓨터 그래픽 디자이너들은 그래서 스스로를 ‘3디직종 종사자’라고 말한다.
하지만 컴퓨터 그래픽 디자인이 필요한 분야는 엄청난 속도로 늘고 있어, 실력이 있으면 괜찮은 대접을 받을 수 있다. 허씨는 “방송국 뿐만 아니라 드라마 프로덕션, 웹디자인 회사, 광고사, 케이블티브이, 홈쇼핑업체, 애니메이션 프로덕션 등 수요가 엄청나다”고 했다. 어느 정도 이력이 붙으면 크게 힘들지 않게 일을 할 수 있고, 나이가 먹어도 오랫동안 현업에 남아 있을 수 있는 점은 장점이다.
현재 활동중인 컴퓨터 그래픽 디자이너는 미대 출신이 많다. 미적 감각과 색감이 뛰어나야 하기 때문이다. 허씨도 미대를 졸업한 뒤 1996년부터 줄곧 이곳에서 일하고 있다. 몇년전부터 생기기 시작한 멀티미디어과나 컴퓨터그래픽과 출신도 하나둘 현장으로 나오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미대나 컴퓨터그래픽 관련 학과를 전공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어느 정도 미적 감각이 있고 컴퓨터 그래픽 기술을 갖고 있다면 누구나 할 수 있다. 컴퓨터그래픽을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학원이나 방송국 부설 아카데미 등을 통해 기술은 충분히 키울 수 있다.
문제는 정규직 자리를 얻기 위해서는 아직까지 인맥에 많이 의존한다는 점. 따라서 작은 업체에서 부업이나 인턴 식으로 경험을 쌓는 동시에 인적 네트워크를 틈나는대로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 관련 분야 사람을 많이 알고 있으면 일자리 추천을 쉽게 받을 수 있다. 글·사진 박창섭 기자 cool@hani.co.kr
문제는 정규직 자리를 얻기 위해서는 아직까지 인맥에 많이 의존한다는 점. 따라서 작은 업체에서 부업이나 인턴 식으로 경험을 쌓는 동시에 인적 네트워크를 틈나는대로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 관련 분야 사람을 많이 알고 있으면 일자리 추천을 쉽게 받을 수 있다. 글·사진 박창섭 기자 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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