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교육

게임 즐기듯 공부…실력이 쑥∼쑥

등록 2006-10-15 22:31

이러닝 혁신학교인 그란토프테스코렌 초·중학교 수업은 대부분 컴퓨터를 활용해 이뤄진다. 4학년 영어 시간에 미리 제작된 컴퓨터 콘텐츠로 공부를 하고 있는 학생들.
이러닝 혁신학교인 그란토프테스코렌 초·중학교 수업은 대부분 컴퓨터를 활용해 이뤄진다. 4학년 영어 시간에 미리 제작된 컴퓨터 콘텐츠로 공부를 하고 있는 학생들.
저소득층 거주지역 ‘이니스 스쿨’ 효과
상호작용 컴퓨터로 공부 재미 극대화
코펜하겐시 중심에서 외곽으로 20km쯤 떨어져 있는 그란토프테스코렌 초·중학교는 전형적인 낙후지역에 있다. 이민자, 저소득층 등 소외계층이 집단적으로 거주한다. 주민의 33%가 정부 보조금을 받아 생활하며, 100%가 국가가 제공하는 집에서 산다.

학생 수준도 덴마크 평균 이하다. 10년 전에 조사했을 때, 학생들의 수준이 많이 떨어졌다. 특히 읽기와 쓰기의 문제가 컸다. 학교쪽은 그때부터 ‘학업 능력 향상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교사 연수를 강화하고 도서관 등 학교 설비를 개선했다. 학부모들을 설득해 자녀교육 노하우에 대한 교육도 진행했다. 학생들에게는 최근 기술을 활용해 공부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로 했다. 그 결과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을 기반으로 하는 활동계획을 세우고 지역 코뮨에 재정적 지원을 요청했다. 학교는 지원받은 돈으로 지역내 3곳에 컴퓨터 센터를 만들었다. 센터마다 20대씩의 컴퓨터를 설치한 뒤 수시로 업데이트를 하고 학생들이 맘껏 이용하도록 했다.

이후 교육부 문을 두드려 정부가 추진하는 이러닝 혁신학교 ‘이니스(ENIS) 스쿨’로 지정받았다. 덴마크 정부는 2천여개의 뻘크스콜르(1~9학년이 다니는 학교) 가운데 50개 학교를 이니스 스쿨로 선발했다. 이에 따라 10학년 전체 40명 학생들에게 태브릿 피시를 제공했다. 또 3, 4학년에는 2명에 한 대꼴로 노트북을 지급했다.

이후 이 학교는 이러닝 인프라 확장을 지속적으로 전개해 2곳의 컴퓨터실을 새로 만들고 교실 옆 공동학습 공간 곳곳에도 컴퓨터를 놓았다. 옌 뮬러(61) 교장은 “이제는 거의 1인 1피시 환경”이라고 했다. 학생들은 공동학습 공간에서 수시로 모둠원끼리 모여 공동보고서 작성 등을 진행한다. 기존 컴퓨터 기능과 함께 기록하고 편집하는 기능이 덧붙여진 인터렉티브 화이트보드(IWB, Interactive Whiteboard) 3대도 도입했다. IWB는 대당 2000유로(2400만원 정도)나 하는 고가의 제품이다.

이런 노력의 결과 현재 이 학교 학생들은 학교내에서 매일같이 컴퓨터를 이용할 수 있다. 집에서도 85%의 학생이 인터넷이 가능한 컴퓨터를 이용한다고 했다. 컴퓨터를 뺀 수업은 상상조차 못한다. 거의 모든 수업에 데스크톱이나 노트북, IWB 등이 활용된다. 제트 리스가드 교사는 “과제 확인, 리포트 작성, 질문과 답변, 평가 등 모든 게 온라인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학생들이 언제 어디서든지 공부를 할 수 있는 환경을 거의 갖췄다”고 말했다.
 그란토프테스코렌 초·중학교에는 언제든지 무선 인터넷에 접속해 모둠별 작업을 할 수 있는 공동수업 공간이 곳곳에 있다.
그란토프테스코렌 초·중학교에는 언제든지 무선 인터넷에 접속해 모둠별 작업을 할 수 있는 공동수업 공간이 곳곳에 있다.

특히 올초 도입한 IWB는 아이들의 수업 관심도를 높이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하고 있다. 상호작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게임을 하듯 공부를 한다. 실제 지난달 18일 4학년 영어 수업시간에 교사는 신체 각 부분 이름 외우기를 IWB를 통해 하고 있었다. IWB 화면에 비친 사람 모형과 각 신체기관의 이름을 보면서 교사가 “핑거(finger)” “니(knee)”라고 말하면 학생들도 신나게 따라 했다. 또 밍고빌이라는 프로그램을 설치한 뒤 ‘음식! ’이라는 메뉴를 클릭하자 ‘Let’s start writing the things you can eat.”라는 말과 함께 ‘fish’, ‘ham’, ‘jam’, ‘bread’ 등의 철자를 맞게 나열하는 문제가 죽 나왔다.

키이크 요세피느(11)군은 “IWB는 그림도 그리고 글씨도 쓰고 보면서 같이 공부할 수 있어, 졸리지도 않고 내용 이해도 훨씬 더 잘된다”며 “수업 시간마다 IWB를 꼭 쓴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낙농국가인 덴마크는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달러에 이르는 부국이지만, 정보기술(IT) 분야는 상대적으로 많이 발전되지 않았다. 스웨덴, 핀란드, 노르웨이 등 스칸디나비아반도 국가들이 모두 세계적인 IT국가, 이러닝 국가로 앞서가는 반면 같은 지역에 있는 덴마크는 상대적으로 뒤쳐져 있었다.


덴마크는 이에 자극 받아 10여년 전부터 세계 톱5에 드는 IT국가가 되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그 일환으로 각급 학교에 이러닝 환경을 구축하고 이러닝을 실천하는 데 발벗고 나섰다. 1998년 이러닝 혁신학교 이니스 스쿨(ENIS, the European Network of Innovative Schools) 선정 작업을 시작한 것은 그 첫번째 정지작업이었다.

이니스 스쿨(enis.emu.dk)은 현재 뻘크스콜르 50개를 비롯해 75개에 이른다. 이니스 스쿨은 정보통신기술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모든 내용-가령 현재 활동 상황, 중점 영역, 앞으로의 계획 등-을 덴마크 전역에 전파하는 역할을 한다. 이니스 스쿨에는 그란토프테스코렌 초·중학교처럼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는 학교들이 많이 포함돼, 이러닝의 효과를 더욱 두드러지게 하고 있다.

이니스 스쿨로 선정되지 않은 학교에 대해서도 덴마크 정부는 정보통신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을 권유했다. 원하는 학생에게는 노트북을 무상으로 나눠주고, 디지털 방송장비나, IWB, 웹 로그(Web Log) 등도 대다수의 학교에 설치됐다. 인프라 구축 비용은 연방정부 보조금을 지급받아 각 지역 코뮨(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이 댔다. 실제로 10~12학년들이 다니는 엘뷰어 귬네시움(우리나라 고등학교)의 경우 2003년부터 노트북 지급을! 시작해 지금은 절반 정도의 학생들에게 노트북을 나눠주고 있다. 이 학교 올르 빌헬름슨(53) 수학교사는 “학생들은 학교 안에 설치된 무선 기지를 통해 언제든지 학교나 담당과목 홈페이지에 접속할 수 있고, 수업자료, 과제 다운로드, 보고서 제출, 피드백, 평가 등을 인터넷으로 할 수 있다”고 했다.

덴마크는 이니스 스쿨과 함께 교사와 학생들을 위한 교육 포털 사이트도 만들었다. 10년 전에 개설한 ‘www.emu.dk’라는 이름의 이 사이트는 0~3학년, 4~6학년, 7~10학년, 교사 등 대상별로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55개 영역의 다양한 콘텐츠를 서비스하고 있다. 다른 나라와 달리 이 곳에서는 디지털 자료 외에 영화, 글, 비디오 등 기존 형태의 자료까지 모두 올려놓고 있다.

특히 수준높은 콘텐츠 보강을 위해 덴마크 정부는 100명의 에디터 교사를 두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연구원 30명을 선발해 ‘덴마크 탐험대’를 꾸린 뒤, 전 세계를 돌게 하고 있다. 이른바 ‘갈라디아(Galathea) 3’ 프로젝트다. 탐험대가 모든 자료들 대부분은, 학교 교사들이 보고 교육자료로 맘껏 활용할 수 있다.

덴마크는 입시교육에 밀려 고등학교 단계에선 형식적으로만 이러닝이 전개되는 우리와 달리 일선 고등학교들과 정부가 직접 손을 잡고 이러닝을 실천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은 사회에 나가서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것이라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최근 들어 덴마크는 무선을 활용한 이러닝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학교 곳곳에 무선 인터넷 접속단자를 설치해 학생들이 자유자재로 인터넷에 접속해 공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미 70개 학교에서는 이런 환경이 완비됐고 추가로 확장하는 작업을 계속 하고 있다.

덴마크 이러닝을 총괄하고 있는 유엔아이씨(UNI·C)의 이베 슐츠 수석 컨선턴트는 “정부 차원에서는 인프라 확장과 새로운 이러닝 교수법 개발에 전력투구를 하고 있다”며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각 학교들이 이러닝이라고 규정하든 안하든 그것이 교육의 효과적인 실천에는 큰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점점 더 많이 하고 있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코펜하겐/글·사진 박창섭 기자 cool@hani.co.kr

일선학교와 정부,손잡은 실천
에디터 교사-‘전세계 탐험대’ 힘모아

교육 포털 사이트 끊임없이 업데이트

교사 · 학생들 “정보통신기술 ‘라이선스’ 따자”

전자 학습이 제대로 하자면 인프라 구축, 콘텐츠 확보와 함께 교사 연수가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 덴마크의 교사 연수는 정보통신기술(ICT) 활용교육 라이센스를 따게 하는 것이 특징이다. 정부는 6년 전부터 라이센스 취득 연수를 해왔다. 현재까지 8만5천 여명의 교사들이 연수를 받아 이 자격증을 취득했다.
 엘뷰어 귬네시움 2학년 학생들이 책상마다 노트북을 놓고 수학수업을 듣고 있다.
엘뷰어 귬네시움 2학년 학생들이 책상마다 노트북을 놓고 수학수업을 듣고 있다.

라이센스 취득은 물리, 수학 등 기본 과정 연수를 받은 뒤, 4명이 한 팀을 이뤄 8개의 모듈(과목)에 대한 과제보고서를 무사히 끝마쳐야 가능하다. 각 팀은 각 모듈별로 함께 작업을 한 뒤 보고서를 인스럭터에게 보여주고 괜찮은지 여부를 피드백 받는다. 한 모듈이 끝나면 그 다음 모듈로 넘어간다. 보고서 작업은 주로 인터넷 화상회의나 토론을 통해 이뤄지고, 일주일에 한두 번은 오프라인상에사 만나기도 한다.

교사들 뿐만 아니라 학생들도 라이센스를 딸 수 있다. 학교에서 학생들이 라이센스를 받을 수 있도록 신청을 하면 정부가 교육을 해준다. 현재 덴마크 전체 학교의 절반이 학생 라이센스 프로그램에 참여하겠다고 신청해 놓은 상태다.

자격증을 딴 교사들과 학생들이 늘면서 동료끼리 서로 알려주고 배우는 연수가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다. 이런 결과로, 각 학교의 질이 향상될 뿐만 아니라 전체 학교 이러닝 확장에도 가속도가 붙고 있다는 덴마크 정부의 판단이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