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대/서울 신월중 교사
선생님이 말하는 교실 안팎
아이들이 눈에 거슬려도 즉각적인 반응을 참거나, 시간을 기다려 타이른다. 요즘 아이들이 좀 요란한가. 잘못을 하고도 되레 큰소리거나 남에 대해 인색하기 짝이 없다. 그렇더라도 그때마다 벌컥 화를 내는 것은 아이들이 파놓은 함정에 휘말리는 것이다. 화를 내고 흥분하는 (화를 내면 평소 지능의 30%가 떨어진다) 선생님의 모습을 보면서 요놈들은 이렇게 단정짓는 것이다. ‘나도 형편없지만, 선생님도 별 수 없군.’
그 순간 교사의 권위는 소리없이 무너지는 것이어서, 설령 녀석들이 고개를 조아리더라도 그것은 진정 승복한 것이 아니다. 하여 애써 참고 기다린다.
‘지금은 홍역을 앓고 있는 거야. 작은 것을 얻으려다 큰 것을 잃지 말자. 지금 모습에 너무 연연하지 말자. 우리도 그렇게 컸잖은가. 저 녀석이 저러는 데는 뭔가 이유가 있을 거야. 좀 기다려주자!’
그렇지만 이런 기다림에 우리는 얼마나 미숙하며, 또한 꾸짖음에 냉정과 침착을 유지하기는 얼마나 어려운가. 내공이 약하여 툭하면 붓물 터지듯 하지만, 최대한 애를 써본다. 아이들을 쥐 잡듯 하여 평정하는 것보다는 실보다 득이 많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뜻밖에 자기 치유능력이 있어서, 한 발 떨어져 있는 사이 제 스스로 털고 일어서는 경우가 많다. 당장 겉모습은 거칠어도 속으로는 끊임없이 개선을 모색하는 것이다. 이게 ‘성장’의 묘미일 터이다. 우리 반엔 홀수와 짝수 번호가 각각 돌려쓰는 홀짝일기란 것이 있는데, 괜히 짜증을 내고, 뭔가 불만이 많던 한 아이의 어느 날 일기가 이랬다.
요즘 고민이 생겼다. 하나는 걱정했던 대로 인터넷 중독증이 슬슬 겉으로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좋아하는 ‘그분’이 계속 눈 앞에 어른댄다는 것이다. 거기다 친구 고민, 집안 사정, 깜깜한 본인의 장래 걱정까지 거의 인생이 고민 그 자체이다. 한동안 잠을 설칠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았다. 식구들에게 짜증도 엄청 냈다. 그런데 어제 컴을 하다가 자주 드나드는 홈페이지에서 내 고민에 대한 어떤 언니의 답글을 읽게 되었다. ‘횽아(내 아이디), 고민이란 말이지 저절로 생긴 게 아니고 횽아가 확실하게 무언가를 하지 않고 흐지부지하게 해서 그래. 인터넷 중독도 해결할 게 뭐가 있겠어. 그냥 지금 당장 끄고 책을 읽던가, 텔레비전을 틀면 되는 거야. 중요한 건 마음을 얼마나 독하게 먹느냐, 이거야. 횽아, 자꾸 그렇게 고민만 하면 그거 대학교 때까지 간다?’ 이 답변은 내 마음을 흔들기에 충분했다. 난 당장 컴퓨터를 끄고 저녁을 먹었다. ‘고민은 내가 만든 것, 스스로 거두어 내자‘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가벼워졌다. 잠도 잘 자고 가족들과 말을 하는데 짜증도 많이 줄었다. 언니 고마워! 덕분에 한결 사는 게 편해졌어. 이상대/서울 신월중 교사 applebighead@ahanmail.net
요즘 고민이 생겼다. 하나는 걱정했던 대로 인터넷 중독증이 슬슬 겉으로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좋아하는 ‘그분’이 계속 눈 앞에 어른댄다는 것이다. 거기다 친구 고민, 집안 사정, 깜깜한 본인의 장래 걱정까지 거의 인생이 고민 그 자체이다. 한동안 잠을 설칠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았다. 식구들에게 짜증도 엄청 냈다. 그런데 어제 컴을 하다가 자주 드나드는 홈페이지에서 내 고민에 대한 어떤 언니의 답글을 읽게 되었다. ‘횽아(내 아이디), 고민이란 말이지 저절로 생긴 게 아니고 횽아가 확실하게 무언가를 하지 않고 흐지부지하게 해서 그래. 인터넷 중독도 해결할 게 뭐가 있겠어. 그냥 지금 당장 끄고 책을 읽던가, 텔레비전을 틀면 되는 거야. 중요한 건 마음을 얼마나 독하게 먹느냐, 이거야. 횽아, 자꾸 그렇게 고민만 하면 그거 대학교 때까지 간다?’ 이 답변은 내 마음을 흔들기에 충분했다. 난 당장 컴퓨터를 끄고 저녁을 먹었다. ‘고민은 내가 만든 것, 스스로 거두어 내자‘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가벼워졌다. 잠도 잘 자고 가족들과 말을 하는데 짜증도 많이 줄었다. 언니 고마워! 덕분에 한결 사는 게 편해졌어. 이상대/서울 신월중 교사 applebighead@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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