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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죽제품 2만6천점 빽빽한 ‘대나무 세상’

등록 2006-10-22 20:05수정 2006-10-22 20:08

사람 크기의 밀납인형들이 죽제품을 만드는 과정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죽제품 하나 만드는데 얼마나 많은 손이 가는지 확인할 수 있다.
사람 크기의 밀납인형들이 죽제품을 만드는 과정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죽제품 하나 만드는데 얼마나 많은 손이 가는지 확인할 수 있다.
테마가 있는 체험학습

담양 대나무박물관

아이가 책을 읽다가 알게 된 지리산에 가보자고 자꾸 조르는 통에 지리산 나들이 계획을 세웠다. 지도를 보니 지리산에 올랐다가 섬진강을 따라 곡성을 보고, 담양으로 빠지면 될 것 같아 가볼만한 곳을 찾았더니 마침 대나무박물관이 있다. 세상에서 자전거 타기와 만들기가 제일 좋다는데, 대나무 박물관에 가면 그 많은 죽세공품을 보고 얼마나 신나할까 생각나니 절로 웃음이 나왔다.

●담양과 대나무

서울에서는 대나무를 볼 수 없으니 사전 지식이 필요했다. 백과사전과 대나무박물관 홈페이지(damyang.go.kr/new1/museum)에 가보니 기본적인 정보들이 나와 있다. 대나무는 원래 중국 하남지방이 원산지로 아열대성 식물이다. 벼(米)과에 속한다. 지구상엔 3200여종이 분포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엔 갓대, 조릿대, 고려조릿대, 성대, 타람조릿대, 이대, 지주이대 등 70종이 있다.

주로 호남, 영남 지방이 주산지인데, 그 가운데 담양은 예로부터 ‘대나무고을(竹鄕)’로 널리 알려져 왔다. 기후와 토질이 대나무가 자라기에 알맞아 전국에서 제일 넓은 면적의 대나무 밭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담양의 대나무는 강인성과 탄력성이 좋고 세공하기 편해 우수한 죽제품을 낳았다. 덕분에 조선시대부터 시작해 500여년의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대나무박물관

죽제품의 보존, 전시, 제작, 체험, 판매 그리고 관광지의 기능을 두루 갖춘 종합단지로, 1998년 3월 개관했다. 1만5천평 널따란 땅에 박물관을 비롯해 죽종장, 죽제품 체험교실, 담양문화원, 판매점, 공원 등 여러 시설이 들어서 있다. 조선시대부터 현대까지 죽제품 2만6천여점을 소장·전시하고 있다.

제1전시실은 대나무의 성장과정, 죽순을 이용한 식품, 문헌에 나오는 대의 건강효능 등의 자료를 소장한 자료전시실. 안으로 들어서니 대나무 침대가 먼저 반긴다. 살짝 누워보니 몸이 편안하고 개운해진다. 옆에는 대나무로 만든 집도 있다! 죽석 대자리까지. 그러고 보니 대나무만 있어도 주(住) 문제는 해결될 것 같다.

하나 그건 맛보기에 불과했다. 안쪽으로 갈수록 별의별 죽제품들이 눈이 아프도록 많이 진열돼 있다. 과일바구니, 찬합, 도시락, 포크 등 각종 먹거리 관련 제품, 머리핀, 브로치, 목걸이 등 장식용 작품, 화살통, 활, 죽장, 대나무칼, 총 등 무기류, 낚시대, 골프채 등 운동기구까지. 물총, 바람개비, 딱총, 잠자리채 등 놀이기구도 부지기수다. 아이는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구경 삼매경’에 빠져 들어갔다.
실처럼 얽혀 있는 대나무 뿌리. 대나무가 나무보다는 풀에 가깝다는 것을 보여준다.
실처럼 얽혀 있는 대나무 뿌리. 대나무가 나무보다는 풀에 가깝다는 것을 보여준다.

갖은 죽제품을 보고 나니 대나무의 특성과 생태에 대해 설명을 해놓은 곳이 나왔다. 당죽, 치아세, 황호죽, 권문죽, 오처세, 소죽, 포대죽 등 다양하기도 하다. 사진을 보니 모양새가 하나같이 특색이 있다. 대나무의 일생도 알기 쉽게 보여줬다. 엄청나게 길게 뻗은 뿌리, 최고급 요리에 쓰이는 죽순이 날수에 따라 어떻게 커가는지가 한 눈에 보였다. 죽염, 대나무 숯, 죽순 요리 등 대나무의 건강적 효능도 상상 외로 많았다.

2전시실에는 주로 고죽제품이 전시돼 있다. 조선시대 말 궁중에서 사용했던 부채, 방건통 등을 비롯해 낙죽장, 죽렴장, 채상장, 참빗장 등 무형문화재를 볼 수 있다. 대나무 표피에 불에 달군 인두로 그림을 그리는 낙죽을 했다고 해서 붙여진 낙죽장에는 십장생도를 비롯해, 국화, 송학, 매화, 포도, 난초, 사슴, 대하(大蝦), 거북 등 화려한 문양들이 새겨져 있어 감탄사를 불러냈다.

이 곳에는 죽제품을 만드는 과정도 생생하게 재현돼 있다. 담양의 전통가옥을 배경으로 사람과 비슷한 크기의 밀납인형들이 발과 손으로 대나무를 다루는 모습이 진짜 같다. 대수롭지 않게 보이는 대나무 바구니 하나 만들기 위해 수 백, 수 천 개의 대살을 엮어야 한다는 사실을 안 아이는 “쉬운 게 아니구나…”라며 짐짓 뭔가 깨달은 표정을 짓는다.

3전시실은 죽물생활실. 현대와 과거의 실생활에 주로 이용되었던 제품들을 만날 수 있다. 죽부인, 부채, 대자리 등 여름용품, 칼, 총, 활 등 무기류, 비녀, 목걸이 등 장신구류가 한민족의 생활상을 한눈에 보여준다.

●대나무를 소재로 한 특별한 체험교실

전시실을 다 둘러보고 나오면 앞쪽에 죽제품 체험교실이 있다. 팔랑개비, 부채, 연, 단소, 연필통, 냄비 받침 등을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코너. 재료비조로 700~4천원을 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아이가 선택한 것은 팔랑개비. 시골에서 자란 어른들이라면 한번쯤은 만들어봤겠지만 도시에서 나고 자란 요즘 아이들에겐 생소한 게 팔랑개비다. 강사의 설명을 들으면 자르고, 붙이고, 끼우고 하더니 그럴듯한 팔랑개비가 만들어졌다. 이리저리 움직여 보니 잘 돌아간다. 아이는 어찌나 기분이 좋은지 펄쩍 펄쩍 뛰고 난리다.

체험교실을 빠져 나오면 이제부터는 맘껏 뛰어노는 시간. 이 곳은 생각보다 넓다. 야외 놀이터가 있어 그네타기, 징검다리 건너기, 대나무 미로 빠져나오기 등의 놀이를 할 수 있고, 연못에서 연꽃과 관상어를 보며 여유를 부릴 수도 있다. 64종의 대나무가 실제로 심어져 있는 죽종장도 꼭 둘러보자. 판매장에서는 값싸고 질좋은 담양산 죽제품과 각종 기념품을 구입할 수 있다.

*대나무박물관 안내

관람 시간: 오전 9시~오후 6시(연중 무휴)

관람료: 어린이 500원, 청소년 700원, 어른 1천원

전화번호: (061)381-4111, 380-3479

주변 볼거리: 백양사, 내장사, 면앙정, 송강정, 식영정, 추월산 국민관광지, 금성산성, 담양호 등

글·사진 윤현주/나들이 칼럼니스트 whyr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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