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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머리만 좋으면 무조건 우등생?…지능은 ‘절대반지’가 아냐

등록 2006-11-19 17:39수정 2006-11-20 16:09

신을진/한국싸이버대 상담학부 교수
신을진/한국싸이버대 상담학부 교수
학습 클리닉

고등학생인 희경이는 지난번 시험 전날 벼락치기를 했다. 밤을 거의 새다시피 하며 공부를 했는지라 뿌듯한 마음에 학교로 향했다. 그때 친구 한 명을 길에서 만났는데, 어이없게도 그 친구는 그제서야 시험 범위를 물어봤다. 알려주면서 그는 친구의 불성실함을 속으로 비웃었다. 그런데 시험 결과는 어이없었다. 희경이는 3개를 틀린 반면, 그 친구는 1개만 틀린 것이다.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던 희경이가 엄마를 졸라 지능검사를 받겠다고 찾아왔다.

조금씩 경우가 다르기는 하지만 희경이와 비슷한 경험을 하면서 학생들은 ‘지능의 신화’를 믿게 된다. 즉 지능은 절대반지와 같아서 그것을 소유한 자를 성공하도록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그런데 누가 그 절대반지를 소유했는지는 알 수가 없고, 다만 ‘적은 노력을 기울였는데도 그 노력에 비해 우수한 결과를 얻는 능력’을 통해 간접적으로 짐작을 할 수 있을 뿐이다.

실제로 지능이 학업성적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요인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학자들은 지능이 학업성적을 설명해 낼 수 있는 비율은 15~36% 정도라고 말한다. 그러니 지능의 힘은 생각했던 것처럼 절대적인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사실, 누군가는 이미 우수한 능력을 부여받고 태어났을 수도 있다. 치열한 경쟁적 분위기에서 그 차이는 더 크고 심지어 절대적인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지능의 실제 권력은 그렇지 않다. 더군다나 학년이 올라가면 갈수록 지능과 학업성적과의 관계는 점점 더 약해진다. 학년이 올라가면 오히려 ‘공부 방법’을 잘 알고 이를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들이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지능의 신화가 여전히 건재하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일까? 그것은 지능의 높음 혹은 낮음이, 노력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에게 매우 적절한 핑계거리를 만들어 주는 또 다른 기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부하면서 당연히 부닥치게 되는 어려운 문제, 외워야 할 많은 내용들을 접할 때 노력을 포기하게 만드는 정당한 이유가 되어준다는 것이다.

지능검사 자체는 상당히 많은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유익한 검사다. 각 개인의 능력의 강점과 약점을 알 수 있고 그에 맞는 교육과정을 적절히 제공하는데 사용된다면 말이다. 그러나 희경이와 같은 이유를 가지고 있을 때, 지능지수를 안다는 것은 그다지 의미가 없다. 희경이는 검사를 받는 대신 나와 한 가지 약속을 했다. 문제의 그 시험지를 다시 살펴보면서 자신의 외우는 방법이나 시험 치루는 방법에 고쳐야 될 점이 무엇인지 찾아보고 다시 이야기를 해보기로 한 것이다. 갈 길은 멀다. 그러나 한가지는 분명하다. 희경이가 적어도 ‘지능의 신화’는 내려놓기로 한 것이다.

신을진/한국싸이버대 상담학부 교수 ejshin81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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