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당진 유곡초교 5학년 학생들이 ‘현대제철과 함께 하는 주니어공학교실’에 참여해 자기부상열차의 원리를 배우고 있다.
타임캡슐에 자기부상열차까지 교구 손수 들고온 선생님들 수업
함께 만들고 직접 물어보다보면 어렵던 원리가 눈앞에 환해요
함께 만들고 직접 물어보다보면 어렵던 원리가 눈앞에 환해요
유곡초교 찾은 현대제철의 ‘특별한 선생님들’ 수업이 끝난 뒤에도 충남 당진 유곡초등학교 4·5·6학년 학생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학교에 남았다. 한 달에 한 번 있는 특별한 ‘방과후 교실’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누가 강요한 것도 아닌데, 평소 당진군내에 있는 보습학원에 가기 위해 서둘러 교문을 나서던 아이들도 얌전히 교실에 앉아 ‘특별한 선생님’을 기다린다. 유곡초교에서 자동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현대제철 직원들이 학교에 방문해 진행하는 ‘주니어공학교실’이 있는 날이다. 지난 13일에는 여섯 명의 현대제철 직원들이 유곡초교를 방문해 일일 교사로 활동했다. 유곡초교는 한 학년에 한 학급씩, 학급당 학생수가 20명 안팎인 ‘작은학교’ 다. 일일 교사들은 각 학년 별로 두 명씩 배치돼 한 사람당 10명 가량의 학생을 맡아 과학실험·실습을 지도했다. 4학년은 ‘여기는 정전기 발전소’라는 제목으로 마찰에 의해 발생한 정전기가 인형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는 과정을 보여주는 모형을 제작했다. 5·6학년은 ‘자기부상열차’에 대해 배웠다. 자석의 미는 힘과 당기는 힘이 어떻게 열차를 띄우고 고속으로 달리게 하는지, 직접 자석을 이용해 철로와 열차를 만들어보는 흥미진진한 수업이다. “선생님, 지난번처럼 재미있는 거 만들어요!” 5학년 학생들은 수업이 시작되자마자 몹시 들뜬 목소리로 교사들에게 이것저것 주문한다. 현대제철이 주니어공학교실을 마련해 유곡초교를 찾은 것은 지난해 가을부터다. 이 학교 5∼6학년 학생들은 지난해 2학기와 올해 1·2학기에 수업에 참여했고, 학교를 찾는 현대제철 일일 교사들과 낯익은 사이다. 엄지영(5학년)양은 “그동안 수업 중에서 쿠키 만드는 원리 배운 것과 타임캡슐 만들기가 가장 좋았는데, 오늘 만드는 자기부상열차도 그 못지 않게 재미있을 것 같다”며 신이 나 있다. 현대제철에서 주니어공학교실 교사로 활동하는 직원은 모두 26명. 지난해 가을 현대제철이 인근 송산초교, 유곡초교, 상록초교를 대상으로 주니어공학교실을 열면서 사내 지원자를 모집했는데, 바쁜 시간을 쪼개 아이들을 가르치겠다고 나선 이들이다. 연구부서 뿐 아니라 생산과 출하 등 부서를 망라해 사내 곳곳에서 지원자가 몰려들었다. 제품출하부 조윤현 과장은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을 아이들과 나눈다는데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공학교실 교사로 활동하는 직원들은 6~8명씩 나뉘어 인근 세 초등학교를 한 달에 한 번씩 방문하고, 한 번에 두 시간 가량 아이들을 가르친다. 공학한림원 쪽에서 개발한 초등고학년 대상 과학교육 프로그램과 교구를 활용해 ‘만들기’와 ‘조작’에 중점을 둔 수업이다. 일일 교사들은 6개월에 한번씩 열리는 주니어공학교실 교사연수에도 참여하는데, 새로 개발된 교구 활용법과 교수·학습 방법 등을 익히기 위해서다. 수업 내내 “선생님, 여기요!”하는 소리에 정신없이 불려다닌 터라, 수업을 끝낸 현대제철 직원들의 얼굴엔 피로한 기색이 역력하다. 유곡초교 김형곤 교장은 “아이들이 평소 담임선생님에게는 안 부리던 응석도 부리고, 개별적인 설명을 듣고 싶어 수시로 손을 드는 등 적극적으로 수업에 임한다”면서 “도시 아이들처럼 비싼 과학 캠프에 참여할 수는 없지만, 전문 인력들이 교구까지 직접 들고 학교를 찾아 과학수업을 하니 아이들에겐 이보다 더 귀한 시간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제철과 인근 초등학교가 함께 하는 행복한 과학캠프는 방학 때를 빼곤 일년 내내 계속된다. 글·사진 이미경 기자 friendlee@hani.co.kr
주니어 공학교실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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