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성 교사의 실전강좌 /
2부-논술 단골 주제 뜯어보기 ⑦제7영역:민족과 역사 4.논술 쓰고 첨삭하기
[서론] 4대 강 유역을 중심으로 문명이 탄생한 이래 인류 문명은 끊임없이 변화해 왔다. 이 ⓐ변화들은 특정한 방향으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매우 다양한 방향으로 이루어져 왔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예가 탈냉전이다. 이념을 기반으로 한 양극 체제에서 개별 국가의 실리나 문화적 동질성을 기반으로 하는 다극적 체제로의 변화는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계에 많은 영향을 끼쳤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본론1] 제시문 [A]와 [B]는 문명을 바라보는 각기 다른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A]에서는 문화가 문명에 영향을 끼친다고 보고 있다. 문화는 문명의 정치·경제적 발전에 영향을 끼치며, 문화의 차이는 문명 간의 충돌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B]에서는 다소 다른 관점을 보이고 있다. 자연 환경의 영향으로 문명이 변화한다는 것이다. 인간은 자연 환경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따라서 인간은 자연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행동을 해야만 했고, 이것이 문명의 변화를 불러온다는 것이다.
[본론2] 자연에 대한 지배력이 약했던 과거에는 후자의 관점이 더 설득력이 있었다. ①그러나 현재에는 다르다. 과학 기술의 발달로 인류는 자연 환경을 극복할 힘을 얻었다. 자연 재앙을 맞이할 경우 옛날에는 거주지 이동이 최선이었을 것이나, 현재에는 각종 재해 대책을 세움으로써 재앙을 극복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전자의 관점이 우리에게 더 적절하다.
[본론3] 이념이 크게 부각되었던 냉전 체제에서는 문화가 문명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기 어려웠으나, 탈냉전 시대에 접어들면서 문화의 영향력은 점차 증대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는 문화의 동질성을 바탕으로 여러 국가들이 연합할 것이며, 이러한 국제 기구가 국제 사회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끼칠 것이다. 그러나 서로 이질적인 문화를 지닌 ⓑ문명간의 대립은 더욱 커질 것이며, 이로 말미암아 이라크 전쟁처럼 폭력적인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결론] 세계는 다극화, 다문명화되어 가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서 문화와 관련한 연합과 대립은 계속될 것이며, 최악의 경우 전쟁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사태가 빚어질 수도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각종 국제 행사를 통해 다양한 문명이 어우러질 기회를 마련하는 한편, 다른 문명과 문화에 대하여 관용의 자세를 갖추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나와 다름을 틀림으로 인식하지 않고, 다름을 그 자체로 존중하는 관용의 자세가 지금 우리에게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첨삭 지도] (1)단어와 문장 바로잡기 ⓐ 셀 수 없는 명사에 접미사 ‘-들’을 붙이는 것은, 우리가 아무런 문제 의식을 느끼지 않고 가장 많이 범하는 오류이지. ‘변화’란 사물의 모양이나 성질, 상태 등이 달라진다는 의미이므로 그 수를 셀 수는 없어. 따라서 ‘변화들’이라는 말은 성립하지 않아. ☞ 변화 ① ‘다르다’는 비교하는 대상을 나타내는 부사어를 필수적으로 요구하는 두 자릿수 서술어야. 따라서 “현재는 과거와 다르다.”로 바로잡아야 해. ⓑ ‘간(間)’이 접미사로 쓰일 때는 붙여 써야 해. 예컨대, ‘부부간, 부자간, 사제간’과 같이 ‘관계’를 나타내거나, ‘대장간, 방앗간, 곳간’과 같이 ‘공간’을 나타낼 때는 붙여 써. 그리고 ‘가부간, 상호간, 다소간’이나 ‘순식간에, 별안간에, 삽시간에’와 같이 하나의 단어로 굳어진 경우에도 붙여 쓰지. 하지만 명사로 쓰일 때는 띄어 써야 해. 예컨대, ‘어느 나라고 간에 먹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안 된다’나, ‘그 선생님은 학생들 간에 평판이 좋다’나, ‘여당 야당 간에 좋은 말이 오갔겠느냐?’와 같은 경우가 그 예야. ☞ 문명 간 (2) 글의 흐름 바로잡기 ●서론의 흐름: 서론 쓰기의 핵심은 논의하고자 하는 문제를 제기하는 거야. 물론, 그 문제를 왜 논의하게 되었는가 하는 문제 상황을 언급하면서 논제에 접근할 수도 있어. 이 글은 후자의 방법으로 서론을 쓰고 있지. 하지만 이 글은 인류의 문명은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다면서 그 대표적인 예로 ‘탈냉전’을 들고 있는데, 도무지 이치에 맞지 않아. 어떻게 ‘탈냉전’을 다양한 방향으로 이루어진 인류 문명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차라리 이념에 의해 갈등이 계속되었던 냉전 시대가 종식되었는데도 세계 여러 지역에서는 분쟁이 끊이질 않고 있다고 말하면서, 탈냉전 시대에 대해서 간단하게 언급하는 편이 나을 뻔했어. ●본론의 흐름: 이 글의 본론은 발문의 요구를 정확하게 수행하고 있어. 본론 1에서는 인류 문명의 역사에 관하여 각각 다른 관점을 보여 주고 있는 제시문 [A], [B]의 서로 다른 관점을 비교 분석하고 있고, 본론 2에서는 이 두 가지 관점 중 [A]의 입장을 택하게 된 근거를 밝히고 있으며, 본론 3에서는 그러한 입장에서 인류의 미래를 전망하고 있지. 무엇 하나 나무랄 데가 없는 수준 높은 본론이야. (다만, 이라크 전쟁을 ‘문명 간의 대립으로 인한 폭력적 충돌’로 단정하는 부분이 아쉬워. 물론 [A]에 나타나 있는 헌팅턴의 관점을 수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렇게 표현했을 거야. 하지만 경제적 갈등보다 문화적 갈등이 더 중요하다고 단언하는 그의 문명 충돌론은 거센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는 점을 알고 있어야 해.)
●결론의 흐름 : 이 글은 다극화되어 가는 상황에서 문화적 충돌이 전쟁이라는 극단적인 형태로 나타날 수도 있다면서, 문화적 교류와 함께 타문화에 대한 관용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어. 본론의 논의를 이어받은 뒤, 이를 토대로 새로운 제안을 하며 글을 마무리하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아.
(3) 총평
내세우는 생각(주장)이 가지런하고 그 생각을 타당한 다른 생각(근거)으로 뒷받침하고 있을 때, 우리는 그 글을 ‘좋은 논술’이라고 하지. 이 글은 서론이 지닌 약간의 문제점을 제외하고는 매우 뛰어난 능력을 보여 주고 있는 좋은 논술이야. 문장도 비문이 거의 없고 맞춤법이나 띄어쓰기 등에서도 흠잡을 것이 거의 없다는 점도 이 글의 강점이지. 그래서 전체적으로 보면 (상, 중상, 중, 중하, 하)이야.
여수여고 교사, <교과서와 함께 구술·논술 뛰어넘기> 저자
[첨삭 지도] (1)단어와 문장 바로잡기 ⓐ 셀 수 없는 명사에 접미사 ‘-들’을 붙이는 것은, 우리가 아무런 문제 의식을 느끼지 않고 가장 많이 범하는 오류이지. ‘변화’란 사물의 모양이나 성질, 상태 등이 달라진다는 의미이므로 그 수를 셀 수는 없어. 따라서 ‘변화들’이라는 말은 성립하지 않아. ☞ 변화 ① ‘다르다’는 비교하는 대상을 나타내는 부사어를 필수적으로 요구하는 두 자릿수 서술어야. 따라서 “현재는 과거와 다르다.”로 바로잡아야 해. ⓑ ‘간(間)’이 접미사로 쓰일 때는 붙여 써야 해. 예컨대, ‘부부간, 부자간, 사제간’과 같이 ‘관계’를 나타내거나, ‘대장간, 방앗간, 곳간’과 같이 ‘공간’을 나타낼 때는 붙여 써. 그리고 ‘가부간, 상호간, 다소간’이나 ‘순식간에, 별안간에, 삽시간에’와 같이 하나의 단어로 굳어진 경우에도 붙여 쓰지. 하지만 명사로 쓰일 때는 띄어 써야 해. 예컨대, ‘어느 나라고 간에 먹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안 된다’나, ‘그 선생님은 학생들 간에 평판이 좋다’나, ‘여당 야당 간에 좋은 말이 오갔겠느냐?’와 같은 경우가 그 예야. ☞ 문명 간 (2) 글의 흐름 바로잡기 ●서론의 흐름: 서론 쓰기의 핵심은 논의하고자 하는 문제를 제기하는 거야. 물론, 그 문제를 왜 논의하게 되었는가 하는 문제 상황을 언급하면서 논제에 접근할 수도 있어. 이 글은 후자의 방법으로 서론을 쓰고 있지. 하지만 이 글은 인류의 문명은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다면서 그 대표적인 예로 ‘탈냉전’을 들고 있는데, 도무지 이치에 맞지 않아. 어떻게 ‘탈냉전’을 다양한 방향으로 이루어진 인류 문명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차라리 이념에 의해 갈등이 계속되었던 냉전 시대가 종식되었는데도 세계 여러 지역에서는 분쟁이 끊이질 않고 있다고 말하면서, 탈냉전 시대에 대해서 간단하게 언급하는 편이 나을 뻔했어. ●본론의 흐름: 이 글의 본론은 발문의 요구를 정확하게 수행하고 있어. 본론 1에서는 인류 문명의 역사에 관하여 각각 다른 관점을 보여 주고 있는 제시문 [A], [B]의 서로 다른 관점을 비교 분석하고 있고, 본론 2에서는 이 두 가지 관점 중 [A]의 입장을 택하게 된 근거를 밝히고 있으며, 본론 3에서는 그러한 입장에서 인류의 미래를 전망하고 있지. 무엇 하나 나무랄 데가 없는 수준 높은 본론이야. (다만, 이라크 전쟁을 ‘문명 간의 대립으로 인한 폭력적 충돌’로 단정하는 부분이 아쉬워. 물론 [A]에 나타나 있는 헌팅턴의 관점을 수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렇게 표현했을 거야. 하지만 경제적 갈등보다 문화적 갈등이 더 중요하다고 단언하는 그의 문명 충돌론은 거센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는 점을 알고 있어야 해.)
박용성/여수여고 교사, 〈교과서와 함께 구술·논술 뛰어넘기〉 저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