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 어린이집인 발트킨더가튼 어린이들이 산 꼭대기에 올라 신나게 뛰어놀고 있다. 이 어린이집 아이들은 매일같이 산에 올라 나뭇가지 인형을 만들거나 나무를 잘라 보거나 곤충을 관찰하며 논다.
90살 할머니와 4살 꼬마가 같이 어울리고, 장애아와 비장애아와 아무렇지도 않게 함께 어울리고, 매일같이 숲 속으로 가서 자연 장난감들과 노는 교육. 인지교육, 조기교육의 환상에 사로잡혀 있는 우리 부모들에겐 황당한 얘기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독일에서는 실제 이뤄지고 있다. 독일 교육 현장을 3개월 동안 둘러보고 돌아온 아리랑티브이 박형실 피디가 자연 속에서 아이들의 감성과 개성, 인격을 존중하는 독일의 자연주의 교육의 생생한 모습을 소개한다.
모두들 ‘교육’을 얘기한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약속이나 한 듯 한길로만 달려가고 있다. 목적지는 좋은 대학과 취업 잘 되는 학과. 그래서 자녀가 갓난 애기 때부터 ‘철저하게 계획된 공부’를 시킨다. 하지만 그걸로 아이들의 미래를, 나라의 미래를 기대할 수 있을까? 그래서 정녕 아이들과 부모와 사회가 행복해질 수 있을까?
이런 의문을 안고 지난 4월30일부터 7월12일까지 독일을 찾았다. 숲속 유치원, 세대간 대화 프로그램, 장애-비장애 통합 교육 등을 둘러보며 우리 교육의 해법에 대한 실마리를 찾아보려 애썼다. 이를 통해 많은 것을 깨달았지만 무엇보다 잠재력을 키우는 교육, 다양성을 인정하는 교육, 스스로 만들어가는 교육은 우리가 꼭 배워야 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 사회의 구성원을 키워내는 공동의 책임 의식이 우리 사회에는 너무 약하다는 것도 확인했다.
■ 숲속 어린이집 : 숲이 교실, 산속서 뛰놀며 감성 키워… 우리의 교실은 숲속 - 숲속 어린이집 / 뮌헨에서 차로 한 시간 반쯤 가니 ‘발드킨더가튼(WaldKindergarten)-숲속의 어린이집’이 나왔다. 그런데 눈을 씻고 쳐다봐도 교문도 없고 교실도 없다. 그저 거대한 삼림만 있을 뿐이다. 아침 8시에 등교한 아이들은 여기저기 널부러져 있는 통나무 그루터기에 걸터 앉아 ‘아침 열기’를 했다. 그리고 곧이어 산행을 시작했다. 어른인 나도 약간 버거운 산길, 그러나 이들은 매일 이 길을 오른다고 했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이 ‘숲속 어린이집’의 산행에는 두 가지 원칙이 있다. 첫째, 매일 같은 장소를 향한다. 둘째, 정상의 목표 지점은 동일하되 가는 길은 매일 다르다. 셋째, 결코 교사가 이끌지 않는다. 아이들이 모든 걸 결정한다. “얘들아, 가자.” “빨리 와야지.” 이런 말은 들을 수 없다. 빨리 가야 되고, 딴짓하는 아이들을 한데 모아야 하는 행위들은 어른들의 잣대에 따른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산은 생각보다 위험해 보였다. 그래서 “나이 어린 아이들에게 너무 위험하지 않나요?”라고 물었더니 “이런데 안 와 본 애들이 꼭 넘어지고 다치지, 매일 오르는 애들은 스스로 다 알아서 조심하고 피해요”라고 교사 커스틴(Kerstin)이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 정상에 도착한 아이들은 마치 제 집 안방처럼 익숙하게 놀이를 시작했다. 어제 덤풀 속에 남겨 놓고 간 나뭇가지로 만든 인형을 찾아내고, 톱으로 나무를 자르고, 다소 위험해 보이는 도구들로 이것저것 만들어 냈다. 눈여겨 살펴보니 숲속 여기저기 아이들이 만들어 놓은 ‘천연(?) 장난감’들이 즐비하다. 1990년대 초 덴마크에서 유래된 이 숲속 교육 과정은 현재 독일 바바리아주에만도 80여개 이상의 지부가 만들어져 있을 정도로 자리를 잡았다. 부모가 어린이집 운영에 적극 참여하는 것으로 봐 우리나라의 공동육아 형태와 흡사하다고 할 수 있다. 학생 수는 많지 않다. 교사 한 명당 4~5명 꼴. 가끔 인근 대학 학생들이 인턴십 형태로 찾아와 보조교사 구실을 해준다.
■ 세대간 대화 : 할머니와 4~5살 아이들 부대끼며 소통
98살 노인과 4살 아이가 어울리는 교육 - 세대간 대화 / 베를린에서 남쪽으로 2시간 정도 차를 달려 도착한 키타 암 자이지그브르그(Kita Am Zeisigberg). 이 곳은 양로원 겸 어린이집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98살 된 할머니가 4~5세 아이들과 함께 어울려 따뜻한 햇볕 아래에서 공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충격 그 자체였다. 그 절묘한 평화라니! 사회 구성원 가운데 가장 약한 고리, 인생의 시작과 끝을 달리고 있는 양 극단의 두 세대가 함께 공존하는 곳. 그들은 이를 ‘세대간 대화(generation dialogue)’라고 불렀다.
이런 세대 통합 프로그램의 계기는 마을 인구가 줄면서 양로원이나 어린이집 단독으로는 운영이 힘들어지면서 마련됐다. 지역사회와 함께 살아남아야 하는 환경이 새로운 프로그램 아이디어로 이어진 것이다. 베를린 자유대학 유아교육과 울프강 티에제(Wolfgang Tietze) 교수는 “아이들의 성장에는 이중의 책임이 존재한다. 가족과 사회가 공동 책임을 져야 한다. 가족의 붕괴로 인해 아이들이 낙오되는 일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되다. 따라서 사회가 철저히 책임지고 지켜보아야만 한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2002년부터 운영된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노인은 모두 68명, 어린이는 37명이다. 커리큘럼에 따라 정해진 시간에 야외 활동 등의 프로그램을 공동으로 진행하지만, 프로그램이 끝나면 양로원과 어린이집은 다시 분리된다.
■ 통합유치원 : 장애-비장애아 어울려 ‘공생’ 깨달아
장애-비장애가 어우러지는 통합 유치원 / 우리나라 학교에서도 요즘은 장애아-비장애아 통합반이 운영되고 있지만, 독일에서 통합 교육은 좀 더 이른 단계에서부터 시작한다. ‘통합 유치원’이 그것이다. 뮌헨 근처에 있는 통합 유치원 그로스칼리넨펠드을 찾았다.
이 유치원을 방문했을 때 가장 인상적으로 다가온 것은 비장애아들이 의도적으로 이 유치원을 찾는다는 것. 장애아가 들어올까봐 노심초사하는 우리의 현실과는 전혀 딴판이었다. 아이를 이 유치원에서 보내고 있는 엄마 스테피는 “민감한 아이들이지만, 자연스럽게 나와 다른 사람들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 그들과 함께 살아가야한다는 것, 서로 도와야 할 부분이 있다는 것을 배워 나간다. 그것만으로도 이 어린이집을 찾은 보람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통합으로 운영되는 이 유치원은 프로그램에 있어서도 독특한 점이 많았다. 한가지만 소개하자면, ‘여권 제도’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이는 시간표를 정해서, 정해진 시간에 담임교사와 함께 정해진 목표 아래 무언가를 달성해 내는 방식이 아니라, 아이들이 자신의 행선지를 교사에게만 알려주면 유치원 건물 안에서 어디든 자유롭게 갈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모든 아이들은 자신의 여권을 갖고 자유롭게 움직이고, 그 행동에 책임을 진다.
또 하나, 이 유치원에는 장난감이 없다. 장난감이라는 도구에 중독되지 않고, 자신만의 창의성을 기를 수 있는 이론을 커리큘럼에 접목시킨 것이다. 생소한 이론으로 보였지만, 장난감으로 한정짓지 않고 상상력의 범주를 넓혀준다는 얘기는 꽤 설득력이 있게 들렸다. 최근 독일에서는 성인들의 마약, 흡연, 알코올 중독의 뿌리를 어린 시절 장난감이나 특정 사물에 대한 집착에서부터 찾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박형실/아리랑티브이 티브이제작팀 피디 tonyapark@yahoo.co.kr
■ 숲속 어린이집 : 숲이 교실, 산속서 뛰놀며 감성 키워… 우리의 교실은 숲속 - 숲속 어린이집 / 뮌헨에서 차로 한 시간 반쯤 가니 ‘발드킨더가튼(WaldKindergarten)-숲속의 어린이집’이 나왔다. 그런데 눈을 씻고 쳐다봐도 교문도 없고 교실도 없다. 그저 거대한 삼림만 있을 뿐이다. 아침 8시에 등교한 아이들은 여기저기 널부러져 있는 통나무 그루터기에 걸터 앉아 ‘아침 열기’를 했다. 그리고 곧이어 산행을 시작했다. 어른인 나도 약간 버거운 산길, 그러나 이들은 매일 이 길을 오른다고 했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이 ‘숲속 어린이집’의 산행에는 두 가지 원칙이 있다. 첫째, 매일 같은 장소를 향한다. 둘째, 정상의 목표 지점은 동일하되 가는 길은 매일 다르다. 셋째, 결코 교사가 이끌지 않는다. 아이들이 모든 걸 결정한다. “얘들아, 가자.” “빨리 와야지.” 이런 말은 들을 수 없다. 빨리 가야 되고, 딴짓하는 아이들을 한데 모아야 하는 행위들은 어른들의 잣대에 따른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산은 생각보다 위험해 보였다. 그래서 “나이 어린 아이들에게 너무 위험하지 않나요?”라고 물었더니 “이런데 안 와 본 애들이 꼭 넘어지고 다치지, 매일 오르는 애들은 스스로 다 알아서 조심하고 피해요”라고 교사 커스틴(Kerstin)이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 정상에 도착한 아이들은 마치 제 집 안방처럼 익숙하게 놀이를 시작했다. 어제 덤풀 속에 남겨 놓고 간 나뭇가지로 만든 인형을 찾아내고, 톱으로 나무를 자르고, 다소 위험해 보이는 도구들로 이것저것 만들어 냈다. 눈여겨 살펴보니 숲속 여기저기 아이들이 만들어 놓은 ‘천연(?) 장난감’들이 즐비하다. 1990년대 초 덴마크에서 유래된 이 숲속 교육 과정은 현재 독일 바바리아주에만도 80여개 이상의 지부가 만들어져 있을 정도로 자리를 잡았다. 부모가 어린이집 운영에 적극 참여하는 것으로 봐 우리나라의 공동육아 형태와 흡사하다고 할 수 있다. 학생 수는 많지 않다. 교사 한 명당 4~5명 꼴. 가끔 인근 대학 학생들이 인턴십 형태로 찾아와 보조교사 구실을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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