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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처음부터 끝까지 실무중심으로”

등록 2005-03-13 16:04수정 2005-03-13 16:04

 영국 본머스앤풀 칼리지의 미용학과 학생들이 미용실과 똑같이 꾸며진 교육실에서 손님의 머리를 감기는 실습에 열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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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본머스앤풀 칼리지의 미용학과 학생들이 미용실과 똑같이 꾸며진 교육실에서 손님의 머리를 감기는 실습에 열중하고 있다. \\

영국 직업학교 교육 어떻게

영국 남중부 해안 도시인 본머스에 자리한 직업학교 본머스앤풀 칼리지 미용학과의 건물 들머리는 여느 대형 미장원과 크게 다르지 않다. 미장원과 똑같이 꾸며 놓은 데스크에서 교육생 2명이 밀려드는 예약 전화를 받느라 진땀을 뺐다. 철저한 실무교육으로 정평이 난 영국 직업교육은 이렇게 전화 응대법을 가르키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이 학교 실습실이나 남서부 해안도시인 플리머스의 직업학교 플리머스 칼리지 호텔서비스·조리학과에서 운영하는 레스토랑의 손님들은 거의가 동네 노인들이다. 시중 가격의 30~40% 수준이어서 퇴직해 시간이 많은 노인들이 학교를 찾아 실습 대상을 자청한다.

교수 이외에 기업체와 학생들을 연결시켜 주는 역할만 전담하는 직원이 따로 고용돼 학생들의 현장 실무 체험에 도움을 준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영국 직업교육의 특징은 의무 교육이 끝나는 16살 이후에 진로를 조기 결정하고 직업학교를 선택한 학생들은 철저히 실무 중심의 교육을 받고, 교육 과정이 단계에 따라 세밀하게 분류되어 있다는 점이다. 우리의 교육 현실과 크게 다른 모습이다. 우리는 2004학년도 기준으로 대학 진학률이 81%다. 실업계 고교 졸업자도 62%가 대학에 간다. 전문대학의 교육은 4년제 대학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론만 박식한 채 실무 능력은 갖추지 못한 교수들은 실무 교육 때 공고를 졸업한 제자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게 교육부 관계자의 푸념이다. 실업계 고교도 최근 대학 진학 열풍이 거세지면서 실무 교육의 비중이 떨어지고 있다.


428개 학교 지역별로 분포 16살되면 진로 조기결정

영국에는 428개의 직업학교가 각 지역에 골고루 분포해 있다. 우리의 중학교 과정을 끝내면 대학 준비학교와 직업학교 가운데 진로를 결정해야 하는 데, 직업 교육을 선택하는 비율이 71.7%로 더 높다. 심지어 14~16살인 중학 과정 학생들도 직업교육에 관심이 있으면 인근 직업학교와 위탁 계약을 맺어 일찌감치 전문 실무 교육을 받는다. 런던의 웨스트민스터 킹스웨이 칼리지 호텔서비스·조리학과 실습장에서는 노란색 스카프를 맨 중학생 위탁교육생들이 이 학교 교수이자 쟁쟁한 요리 장인으로부터 실무교육을 받고 있었다. 이들이 정식 입학하면 위탁교육 때 딴 학점을 인정해 준다고 학교 쪽은 설명했다.

이 나라 직업학교에서 가장 인상적인 점은 학생들의 실무 능력을 끌어 올리기 위한 일관된 노력이다. 본머스앤풀 칼리지 호텔서비스·조리학과에 다니는 유학생 박현실(47)씨는 “직무 능력 자격증인 엔비큐(NVQ) 단계를 이수하기 위해서는 3개월의 현장 실습과 실기 시험, 이론 강의 노트 정리 등이 요구된다”고 귀띔했다. 웨스트민스터 킹스웨이 칼리지 호텔서비스·조리학과의 유학생 홍아무개(27)씨도 “과정 이수를 위해선 교사 3~4명이 평가하는 30분 분량의 실습 프리젠테이션을 통과해야 하는데, 준비에만 세 달이 걸린다”고 밝혔다. 교수 선발도 실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킹스웨이 칼리지 호텔서비스·조리학과의 경우 교수를 새로 충원할 때 요리 분야 전문 잡지에 모집 공고를 낸다. 그 분야에서 실무 능력이 가장 뛰어난 장인을 뽑기 위해서다.

10명중 7명 직업학교 선택

산업분야별 핵심기술 간추려 정부, 직업학교에 전파 노력

산업계의 요구에 대한 발빠르고 예민한 대응도 이 나라 직업교육의 장점이다. 2년 전 정부 조직으로 발족한 ‘산업 분야별 기술위원회’는 24개 산업 분야별로 각기 필요한 핵심 기술을 간추려 직업학교에 전파하는 구실을 하고 있다. 예산 지원과 직결되어 있는 주요 평가 항목으로 지역 산업체와 어느 정도 효율적으로 연계해 교육 활동을 펼쳤는 지가 들어 있다. 직업교육의 본령을 ‘기술인의 확대를 통한 생산성의 향상’으로 보고 있는 영국 정부는 이처럼 직업교육의 현장 적합성에 사활을 걸고 있다.

중학 졸업생들이 굳이 대학 진학에 연연하지 않는 풍토는 사회가 전문 직업인을 우대하는 것도 영향을 미친다. 남동부 지역에 자리한 치체스터 칼리지 미용학과 강사는 “‘엔비큐3’ 과정(고교 3년)을 마치면 연봉 5600만원을 받는 데 이는 영국 노동자들의 평균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햇수로 우리의 대학 2년차에 해당하는 ‘엔비큐5’ 과정을 마치면 평균 연봉보다 훨씬 높은 8천만원이 보장된다.

실업고·전문대·평생교육 통합, 단계별 교육과정 세밀분류

‘자격증’이수 연봉 5600만원

영국 직업교육의 또 다른 특징은 직업학교인 칼리지가 우리의 실업고와 전문대, 평생교육의 영역을 모두 아우르는 통합형으로 이뤄지면서 교육 과정의 단계별 연계가 쉽게 이뤄진다는 점이다. 영국 직업학교에서 아우르는 직무 능력 자격은 3500여 종에 이르며, 분야별 교육 과정의 단계도 현재 5개에서 9개로 세분화된다. 즉 미용사가 되는 직무 교육의 경우 현재 가장 높은 단계가 ‘엔비큐5’이지만 앞으로는 ‘엔비큐9’ 단계까지 확대 개편한다. 이런 개편은 최상급 수준인 4~5단계를 현재 2년에서 6년 과정으로 늘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영국의 직업교육도 나름대로 고민이 만만찮다. 16살에 진로를 미리 결정해 많은 학생들이 실용 교육에만 전념하면서 영어와 수학 등 기본 학력이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처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영국 정부는 최근 현재 3500여 개에 이르는 직업교육 가운데 14개 핵심 분야의 자격 이수 단계를 2008~2015년까지 각각 하나씩으로 통폐합한다는 개혁안을 내놓으면서 영어와 수학의 이수 통과 기준을 상향 조정하거나 새로 마련했다.

런던 치체스터 본머스 플리머스/글·사진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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