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진/한국싸이버대 교수
학습클리닉 /
수철이는 공부를 하기는 해야겠는데, 책을 잡으면 ‘공부하면 뭐하나, 성적도 안오를텐데…’라는 생각이 든단다. 그리고는 쏟아지는 잠. 이런 수철이 앞에선 선생님이 내건 상품도, 부모님의 위협도 모두 무기력하기만 하다. 그러나 수철이도 처음부터 이런 모습은 아니었다. 모든 걸 다 걸고 열심히 시험공부를 해봤던 적도 있다. 그러나 그 결과가 너무 참담했던 것이다.
기대가 깨지고 예상치 못한 결과를 직면하게 되었을 때, 그 이유를 찾아보려고 하는 것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 자존심을 건 승부에서 참담한 실패를 한 수철이도 그 이유를 찾기 위해 노력을 했을 것이다.
수철이는 어디에서 실패의 이유를 찾았을까? “치, 그때까지 선생님이 문제낼 때 자주 사용하던 문제집이 있었는데 그 시험에서는 영판 다른 식으로 문제를 낸거에요.” “기초가 없으니 다들 쉬운 문제였다고 하는데 난 손도 댈 수가 없었어요.” “기껏 외웠어도 정작 시험지를 받고 나니 하나도 생각이 안나더라구요.” 이와 같이 수철이는 어찌해볼 수 없는 것에서 실패의 이유를 찾았다. 이런 이유들은 처음에는 분명 위로를 줄 수 있었으리라. 마치 아기가 넘어졌을 때, 공연한 문지방을 때리며 “이 녀석, 네가 우리 아기를 넘어지게 했지? 떼이~”라며 엄마가 떠는 너스레에 아기가 울음을 그치는 것처럼. 그러니 상처를 입었을 때 먼저 이런 생각들로 자신을 달래보는 것도 괜찮다. 그렇지만 이 생각 속에 계속 머물러 있는다면? 그 달콤한 위로의 댓가로 자신에 대한 믿음을 모두 내놓아야 할지도 모른다.
때문에 조금이라도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면, 힘을 내고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생각을 다시 찾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실패에 대해 또 다른 종류의 이유들도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가만 있자, 이번에 공부를 할 때 두 번 정도 외웠는데 안되는 걸 보니 다음엔 세 번 정도는 봐야 하는가보다.’ ‘이번에도 지난번처럼 문제가 나올 줄 알았는데 문제 유형이 바뀌었네. 이런 식으로 물어보는 문제에는 내가 굉장히 약한가보구나.’ ‘문제집만 풀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내용을 이해하지 않고 문제부터 풀어서인지 별로 도움이 되질 않았던 것 같아’ 등. 이와 같이 실패의 원인을 수철이가 바꾸어 볼 수 있는 것에서 찾아볼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이유들을 인정한다면 수철이는 아직 공부할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 그리고 방법도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물론 이와 같은 생각의 변화는 그렇게 빨리, 또 쉽게 되는 일은 아니다. 입에 쓴 약처럼 쉽게 삼켜지지 않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길을 안다면 시간이 걸린다고 해서 가지 못할 이유가 없다.
신을진/한국싸이버대 상담학부 교수 ejshi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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