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미의 숲이야기
이유미의 숲이야기 /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가장 좋아하는 나무를 꼽으라면 많은 사람들이 소나무라고 말합니다. 겨울이 다가와 낙엽마저 다 지고 난 지금 가장 먼저 생각나는 나무도 소나무일 듯 싶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정말 소나무를 제대로 알고 있을까요?
우선 이름부터 제대로 불러 봅시다. 소나무 집안에는 늘푸른 바늘같은 잎을 가진 형제 나무들이 많이 있습니다. 리기다소나무, 잣나무, 백송, 곰솔…. 이처럼 비슷한 나무들을 그냥 소나무라고 흔히 부르지만, 이는 옳지 않습니다. 사람과 오라우탕과 침팬지가 다르듯 이 나무들은 비슷하지만 서로 다른 종(種)이지요. 다른 나무들과는 달리 소나무는 바늘같은 잎이 ‘두 장씩’ 묶여 있어 쉽게 구별할 수 있습니다. 흔히 소나무를 두고 적송 또는 육송이라도 하는데, 이 이름들은 정식 이름이 아니라 일종의 별명입니다. 소나무의 나무껍질이 붉어 적송(赤松), 육지에 많이 분포하니 육송(陸松)이라 하는 것이지요. 솔이라는 순 우리말 이름도 있지요.
문제는 우리 소나무의 영어 이름이 ‘재패니즈 레드파인(Japanese Red Pine)’이라는 점입니다. 말하자면 일본 붉은소나무란 뜻이에요. 식물은 사람처럼 국경을 가지고 서로 분포를 나누지는 않습니다. 소나무는 우리나라나 일본 두루 분포하니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한국사람들이 ‘민족의 나무’라고 생각하는 나무의 이름이 그리된 것은 좀 섭섭한 일이지요.
사실 소나무의 분포를 보면 우리나라에서는 한라에서 백두까지, 동쪽 울릉도에서 서쪽 대청도까지 전 국토에 걸쳐 분포합니다. 일본의 경우 4개의 섬 가운데 3개 섬에만 분포하지요. 하지만 우리가 힘이 없고 가난해서 우리 식물에 관심을 두지 않던 오래 전, 일본인들을 통해 세계에 먼저 알려졌으니 안타깝지만 크게 할 말이 없어집니다.
생각해보면 나라의 진정한 힘은 이렇게 식물 이름 하나에도 숨어 있습니다. 송편이란 떡의 이름은 떡을 찧을 때 솔잎을 깔아 붙여진 이름인데 이렇게 하면 솔잎 성분으로 떡이 쉬 상하지도, 서로 들러붙지도 않는다지요. 이런 선조들의 지혜를 소중히 여기고 미래과학으로 발전시키는 것도 우리의 할 일입니다. 최근 소나무의 에이즈라고 하는 재선충병이 큰 걱정이라는데, 병든 나무의 이동도 열심히 막고 잘 지켜 이 땅에서 소나무가 오래도록 아름답게 잘 살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보면 어떨까요?
혹 누가 아나요. 일본에서 실패한 이 일을 우리가 해내면, 그래서 소나무가 오래도록 이 땅에서 잘 살아가도록 한다면 언젠가 ‘코리안 레드파인’이라는 이름을 되찾을 수 있을지.
국립수목원 연구원 ymlee99@foa.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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