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적사슴벌레 애벌레 턱
재진이네 곤충 이야기 /
우리 할머니도 곤충 키우는 것은 좋아하셔서 옛 이야기를 잠깐씩 하시곤 한다. “예전에는 뒷산에서 흔하게 보고 갖고 놀았다”, “어디서 구해다가 그런 걸 집에서 기르냐” 등등. 지금은 잘 이해가 안 되지만 ’정말 몇 년 전에는 그렇게 많았을까?’ 싶다. 타임머신이 있다면 꼭 돌아가 보고 싶다. 곤충이 많았던 때로. 다행히 우리 집에 곤충이 많지만.
그런데 겨울이 되니 곤충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다. 활동이 적어져서 잘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성충들은 곤충젤리와 수분만 주면 별다른 변화를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재미도 덜하다. 이럴 땐 애완견이라도 한 마리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조금만 귀를 기울여 보면 겨울에도 곤충이 살아 움직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곤충에 따라서 내는 소리가 조금씩 다르다. 또 성충과 애벌레의 소리도 다르다.
물론 곤충은 다른 계절에도 여러 가지 소리를 낸다. 자다가 이상한 소리가 나면 도둑이 들어왔나 싶어 벌떡 일어나기도 하고, 아침에 일어나 거실 바닥이나 소파 위에 뒤집어져 있는 성충을 만나곤 깜짝 놀라기도 한다. 괴상하게 들리는 소리의 근원을 찾아 가족들 모두 귀를 기울이며 집안 구석구석을 돌아다니기도 한다.
요즈음 들리는 익숙한 소리는 “뿌드드득 드 드득”이다. 애벌레가 사육통이나 푸딩컵을 턱으로 박박 긁는 소리다. 2령, 3령으로 성장하면서 톱밥을 먹다가 통에 부딪치거나 번데기 방을 짓기 위해서 두드려 보다가 소리를 내는 것이다. 이는 톱밥 속에 살고 있어 잘 보이지 않는 애벌레들이 잘 살아 있다는 결정적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어떤 것은 소리를 낼 뿐만 아니라 구멍도 뚫어 놓는다. 애벌레들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는 재미는 만화책을 보는 것보다 더 재미있다. 이제 뿌드드득 소리가 나면 안심이 된다. 애벌레가 살아있다는 것이니까. 글·사진 김재진/고양 용정초등학교 5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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