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미의 숲 이야기
“복 많이 받고 오래오래 사세요”-복수초
“복 많이 받고 오래오래 사세요.” 새해를 맞아 만나는 사람마다 서로 정답게 인사를 건넵니다. 설날이 오면 또 뭐라고 인사해야 되나 약간 걱정도 되지만 그래도 이렇게 한 해를 맞이하면서 서로 기분 좋게 인사하고 좋은 말을 나누는 것은 좋은 풍속이지요. 올 한 해도 이때처럼만 서로서로를 생각해주며 희망이 가득하게 지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숲 속 식구 중에도 이렇게 복 많이 받고 오래 살라고 말하는 풀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 이름이 복수초(福壽草)인 식물이지요. 따사로운 봄 햇살을 받으면 반질반질 윤기나는 밝은 노란색 꽃잎을 펼쳐내 놓는 복수초를 바라보면, 참말 우리에게 그렇게 말하고 있는 듯 싶어요.
복수초는 미나리아재비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풀입니다. 남들보다 먼저 꽃대를 올리는데, 간혹 겨울철 눈 속에서 피어 올라오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요즘 피는 꽃은 아닙니다. 암갈색 수염을 많이 달고 있는 굵고 짧은 뿌리를 땅에 박고 겨울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다가 미처 봄이 오기도 전에 성급한 꽃망울부터 땅 위로 올려 보내지요.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쬐이는 어느 봄날, 마치 풍선이 부풀어 오르듯 꽃망울은 커져 그 화려한 꽃잎들을 한껏 벌려 놓지요.
문학가들은 굵고 깊은 뿌리로 어려운 겨울을 견디고서 비로소 세상에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는 장한 복수초의 모습에서 희망을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원예가들은 이 복수초가 추운 곳에 있다 따뜻해지면 2주 만에 꽃을 피운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설날에 맞춰 선물하기 좋은 상품으로 만들어 키우기도 하지요. 또 식물학자들은 같은 복수초인 줄 알았던 식물을 잘 연구해 우리나라에 서로 다른 복수초가 살고 있음을 증명해 내기도 하지요.
고운 꽃 한송이를 눈여겨 보면, 그 꽃 한 송이는 의미가 되어 거기서 멋진 문학이, 귀중한 자원이, 놀라운 과학적 업적이 나오지요. 꽃을 보면서 남이 좋게 되길 바라는 아름다운 마음도 함께요. 부디 올해는 복수초처럼 밝은 마음으로 아주 작은 일도 소중히 해 성공적인 결과로 만들어내는 그런 해이길 숲 속 식구들과 함께 기원합니다. 국립수목원 연구원 ymlee99@foa.go.kr
고운 꽃 한송이를 눈여겨 보면, 그 꽃 한 송이는 의미가 되어 거기서 멋진 문학이, 귀중한 자원이, 놀라운 과학적 업적이 나오지요. 꽃을 보면서 남이 좋게 되길 바라는 아름다운 마음도 함께요. 부디 올해는 복수초처럼 밝은 마음으로 아주 작은 일도 소중히 해 성공적인 결과로 만들어내는 그런 해이길 숲 속 식구들과 함께 기원합니다. 국립수목원 연구원 ymlee99@foa.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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