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정에 나서기 위한 체력 훈련의 하나로 청소년 원정대들이 라틴댄스를 배우고 있다. 이들은 두 달 동안 달리기와 걷기, 수영, 등반 등 다양한 체력 훈련을 거쳤다.
라틴 댄스· 팀별조사 등 특별훈련 두달
기획안부터 방문계획까지 우리 스스로
세계인들 만나며 나의 미래 꿈꿀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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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정 나서는 청소년 원정대
세계 일주를 하며 세상을 배우려는 청소년 원정대가 꾸려졌다. 대안학교 ‘약속의 땅’ 학생 14명과 인솔교사 4명 등 모두 18명으로 구성된 이 원정대는 ‘2007 무한상상 대장정-세계가 교과서, 세상이 학교’라는 기치 아래 다음달 2일 한국을 떠나 10개월 간의 긴 여정에 나선다.
중국에서 시작될 대장정은 베트남과 싱가폴, 태국 등 동남아시아 국가로 이어지며, 인도를 거치고 서남아시아를 지나 4월엔 검은 대륙 아프리카에 닿는다. 5월부터 두 달 동안 유럽을 돌아본 뒤 실크로드를 따라 출발지인 중국으로 들어오면 여행의 절반이 마무리 된다. 9월 미국에서 시작되는 여행의 후반부는 캐나다와 남미를 거쳐 12월1일 한국 도착으로 끝난다.
약속의 땅 최영태 교장은 사진 작가로, 4년 동안 세계를 돌아보며 사진 작업을 했던 경험을 토대로 이번 대장정을 기획했다. 중학교 2학년~고교 3학년으로 구성된 원정대원들은 약속의 땅 태국·뉴질랜드·중국 분교(캠프) 학생들이다. 짧게는 2년, 길게는 8년 동안 약속의 땅 외국 캠프에서 생활하면서 현지 공립학교에 다녔던 이들은, 다니던 학교를 1년 동안 휴학하고 이번 대장정에 합류했다.
아이들은 지난해 12월부터 두 달 동안 특별 훈련을 거쳤다. 서울 광진구 구의동 합숙소에서 함께 생활하면서, 아침 6시에 일어나 두 시간 동안 달리기를 하고 오전에는 라틴댄스를, 오후에는 수영을 했다. 강인한 체력을 요구하는 여정을 끝까지 소화하기 위해서다. 한편으로는 이번 대장정에 필요한 ‘교과서’를 만들었다. 무역팀, 정치팀, 지리팀, 문화팀으로 나뉘어 방문할 나라들에 대한 사전 조사를 하고, 자신이 만나보고 싶은 사람과 경험하고 하는 것들을 토대로 ‘기획안’을 작성한 것이다. 아이들은 중국 이우시장 상인회장에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에 이르기까지, 세계 각국 100여명에게 원정대의 방문을 알리고 도움을 청했다. 강연이나 실습, 자원봉사, 또래 친구를 사귈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달라는 내용이다.
정치인이 되고 싶다는 권태용(17)군은 싱가폴과 캄보디아 등 아시아 각국 정치인들이 경제 발전과 민주주의를 어떻게 조화시켜 나가는 지 알아볼 참이다. 권군은 “아프리카 첫 여성 수상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케냐의 왕가리 마타이를 꼭 만나보고 싶어 몇 차례나 간곡한 메일을 보냈다”며 기대에 부풀어 있다. 최고경영자를 꿈꾸는 김진영(19)양은 중국의 가장 큰 시장인 이우시장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싱가포르와 두바이 등 세계 무역의 중요한 거점 도시를 방문해 금융인과 경제학자들을 만나볼 계획을 세워놓았다. 문화팀 소속인 김성해(18)양은 다양한 문화체험 프로그램과 또래 청소년들과의 만남을 기획하는 일에 주력했다.
최영태 교장은 “직접 보고, 만지고, 듣고, 몸으로 부대끼면서 쌓은 경험이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공부가 될 것이라는 생각에 이번 대장정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번 여정은 또한 “그 동안 아이들의 관심사를 프로젝트형 수업으로 연결짓는 약속의 땅의 교육 방식이 학교 밖에서도 실현 가능한 것인지 확인해 보는 계기”이기도 하다. 최 교장은 올해 첫 대장정을 무사히 마무리 한 뒤, 해마다 청소년 원정대를 꾸려 이런 세상 공부를 계속해나갈 계획이다.
이미경 기자 friendlee@hani.co.kr
대안학교 약속의 땅은
8년 전 사진작가인 최영태(51) 교장이 일반 공립학교에 다니기 힘들었던 자신의 아이를 위한 교육 방법을 고민하다 뜻을 같이하는 학부모들을 만나 설립한 학교다. 세계 곳곳에 한국 아이들이 그 나라의 문화와 역사를 몸으로 느끼며 공부할 수 있는 ‘캠프’를 만든다는 계획을 골자로 출범한 약속의 땅은 현재 뉴질랜드와 중국 상하이와 쿤밍, 태국 라용 등 4곳에 캠프를 두고 있다.
아이들은 캠프 인근에 있는 현지 공립학교에 다니면서, 방과 뒤에는 약속의 땅에서 마련한 문화 체험, 자원봉사, 진로 적성 찾기 등의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뉴질랜드에서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다니다 중국으로 옮겨 고등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을, 약속의 땅에서는 쉽게 만나볼 수 있다. 조기 유학을 떠났다가 현지에서 약속의 땅을 알게 돼 합류한 아이들도 있다.
1인당 경비 2천만원을 예상하고 있는 이번 대장정 여정에도 각국에 있는 캠프 방문이 포함돼 있고, 앞으로 캠프를 세우게 될 거점 도시들도 두루 돌아보게 된다. 최 교장은 미국 뉴욕과 유럽, 아프리카 나이로비 등에 캠프를 세울 계획을 추진중이다. “거대한 학교 건물을 짓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머물면서 공부할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므로 적절한 장소와 아이들을 책임질만한 현지 교사를 찾으면 캠프 운영이 가능하다”는 것이 최 교장의 설명이다. 이미경 기자
대안학교 약속의 땅은
약속의 땅 중국 캠프 학생들이 지난 여름방학 때 중국 야딩 지역에서 말을 타고 산길을 가고 있다. 약속의 땅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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