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스스로 시간표를 만들고 지키려 힘쓰는 과정에서 성취감과 자신감도 생기고,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일을 나누어 조절할 줄 아는 자기조절 능력도 길러진다. 겨울 방학 동안 열린 한 학습캠프에 참여한 초등학생들이 일일계획표와 주간계획표를 만들어보고 있다. 아주대 학습능력개발실 제공
능력에 맞게 계획 세워봐요!
‘나만의 맞춤시간표’ 잘 짜려면
‘나만의 맞춤시간표’ 잘 짜려면
다음달에 초등학교 5학년이 되는 김성인(수원 팔달구 연무동)군은 하루 종일 공부와 씨름한다. 학교를 마치고 학원에 들렀다 집에 돌아오면 오후 6시. 저녁을 먹고 밤 10시까지 책상 앞에 앉아 숙제와 문제집 풀이를 한다. 시험 때는 자정 가까운 시간까지 공부한다. 평소 얌전한 성격이라 선생님과 부모님에게 ‘말 잘 듣는다’는 칭찬을 듣는 김군의 문제는, 이처럼 열심히 공부하는데도 성적이 점점 떨어진다는 것이다.
늦게까지 책상 앉아 있어도
‘내 공부’ 시간 없으면 도루묵
하루 또는 일주일 시간표 짜기
계획 지켰을 때 성취감 느끼면
자신감 붙고 학습능력도 ‘쑥쑥’ 김군은 자신이 어떻게 하루를 보내는지 ‘시간 일기’를 써보았고, 문제의 원인을 찾아낼 수 있었다. 김군은 하루에 단 30분도 스스로 공부하는 시간이 없었다. 학교와 학원에서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있을 뿐, 예습이나 복습을 전혀 하지 않았던 것이다. 김군은 “저녁에 책상 앞에 앉으면 공부가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고 졸음이 쏟아져 아무 것도 하기 싫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또래 친구들과 달리 컴퓨터 게임이나 만화책에 몰두한 적이 없는데도, 하루 일과에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하는 시간과 해야 할 일을 하는 시간이 구분되지 않은 채 종일 학습의 ‘부담’만 안고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었다. 아주대학습능력개발실 박동혁 실장은 “자기주도 학습의 기본은 아이 스스로 시간을 관리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목표나 동기의식 없이 그저 짜여진 일정대로 학교와 학원을 반복적으로 오가면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습량에 비해 학습 효과가 떨어지고 공부에 전혀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스스로 하루 또는 일주일의 계획을 세우고 지키면서 느끼는 작은 성취감은 자신감으로 이어져 학습 능력을 높이는데 중요한 동력이 된다. 이는 또한 ‘자기조절 능력’과도 긴밀한 연관이 있다. 박 실장은 “무조건 (놀고 싶은) 욕구를 참는 것이 아니라 욕구를 적당히 해소하면서 필요한 일을 해 낼 수 있는 자기조절 능력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훈련되는 것”이라며 “이런 훈련은 거창한 계획이 아니라 현실적인 목표를 세우고 이를 성취하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고 상황과 여건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고 설명했다. 책상 앞에 붙여두는 ‘전시용’ 시간표가 아니라 이런 훈련을 가능하게 해주는 ‘나만의 맞춤 시간표’를 만들려면 몇가지 요령이 필요하다. 1단계:시간일기를 써본다 일주일 동안 자신이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 기록하는 시간 일기를 써본다. 종이 한 장에 ‘월 화 수 목 금 토 일’로 칸을 나누어 잠자는 시간, 학교나 학원을 오가는 시간, 친구들과 노는 시간, 전화 통화를 한 시간, 가족들과 보낸 시간 등을 꼼꼼히 표시해 본다. 시간 일기 작성은 쉽지 않아서, 한 주에 끝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한 주 더 작성하더라도 평소 시간을 보내는 방식을 스스로 파악해 본다. 2단계:일의 중요도를 구분한다 시간일기를 토대로 하루 동안 일어나는 일의 중요도를 따져본다. 밥 먹기, 잠 자기, 컴퓨터 게임하기 등 무작위로 나열한 뒤 이를 ‘중요하고 급한 일, 중요하지 않고 급한 일, 중요하고 덜 급한 일, 중요하지도 급하지도 않은 일’로 나누어 다시 정리해본다. 이 때 무조건 ‘공부’와 관련된 일만 중요하고 급한 일로 분류할 필요는 없다. ‘텔레비전 시청’처럼 자신이 좋아하는 일은 ‘중요한 일’에 포함될 수 있으며, 같은 공부라도 내일 내야 할 숙제는 ‘급한 일’이지만 ‘문제집 풀이’는 ‘덜 급한 일’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답은 없다. 아이가 생각하고 스스로 결정하며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3단계:기본시간표, 주간계획표, 일일계획표를 만든다
학교 수업시간처럼 스스로 계획하지 않아도 이미 짜여진 일정들만 표시해 ‘기본 시간표’를 만든다. 스스로 계획해서 쓸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한 눈에 알 수 있다. 다음엔 한 주 안에 마무리해야 하는 숙제나 신경써서 공부해야 할 과목과 분량을 중심으로 ‘주간계획표’를 만든다. 주간계획표는 중장기적인 ‘학습목표’와 이를 위해 필요한 ‘학습량’에 초점을 맞춘다. 마지막으로 주간 계획을 작게 나누어 ‘일일계획표’를 짠다. 일일계획표에는 2단계에서 정해 놓은 우선순위를 반영한다. 또 공부를 시작하는 시간과 끝내는 시간을 반드시 정하되, 그 시간 안에 소화할 학습 분량도 미리 정해둔다.
김성인군은 “시간표를 만들고 지키면서 엄마의 잔소리를 듣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며 웃었다. 김군의 어머니는 “아이가 텔레비전을 보고 있어도 계획표에 포함된 것이니 불안하지 않다”고 했다. 또 “성인이가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절대 시간이 부족하다는 판단이 들어 학원 수강 시간을 줄였다”고도 했다. 김군은 크고 작은 실패를 거듭하면서 자신에게 맞는 계획표를 만드는데만 꼬박 3개월이 걸렸다. ‘일주일에 30분만 더 공부한다’는 새로운 계획을 세워 계획표에 반영한 것도 최근의 일이다.
좋은 시간표를 만들기 위해서는 시간과 공을 들여야 하지만, 이후 실천하면서 부닥치는 어려움에 견주면 작은 시작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박 실장은 “아이와 부모가 서로를 존중해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할 수 있다”며 “시간을 갖고 지켜보면 매사에 수동적이었던 아이의 태도가 확연히 달라지고, 같은 시간을 더욱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방법을 스스로 고안해 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미경 기자 friendlee@hani.co.kr
“맞춤시간표, 과욕 금물 자율성 최대한 존중을” 시간표를 만드는데는 부모의 적절한 도움이 필요하다. 특히 학년이 낮을 수록 부모가 적극적으로 돕게 마련이지만, 간섭이 지나쳐 아이를 위한 시간표인지 부모를 위한 시간표인지 알 수 없게 되면 곤란하다. 아이가 시간표를 만들고 이를 실천하는 과정에서 부모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는 다음과 같다. 1. 과욕은 금물이다 기본시간표를 만들고 나면, 한 주 동안 아이 스스로 계획해서 쓸 수 있는 시간의 총량을 알 수 있다. 처음에는 그 시간 가운데 20% 가량만 자기 공부를 하도록 하는게 좋다. 공부는 습관이다. 습관이 붙으면 형편에 따라 조금씩 공부량과 시간을 늘려가면 된다. 2. ‘시간’을 중심으로 계획을 세우도록 유도하지 말라 “텔레비전을 한 시간 보게 해줬으니 공부는 두 시간 해야 한다”는 식으로 접근하면 실패하기 십상이다. 하루에 어떤 과목을 얼마만큼 공부할 것인지 학습량과 구체적인 방법을 계획해야 하고, 아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도록 끈기를 갖고 지켜본다. 3. 정해진 학습량을 빨리 끝낸 아이에게 “그럼 다른 것을 더하라”고 주문하지 않는다 그 날 정한 분량을 생각보다 일찍 끝내면, 부모는 시간이 남으니 다른 과목 공부를 더 하라고 주문하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정해진 분량을 시간 안에 마치지 못하면 끝낼 때까지 계속하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시간표는 의미없는 약속이 되고 만다. 일찍 끝냈다면 나머지 시간은 자유롭게 보내도록 하고, 미처 못 마쳤더라도 주어진 시간이 지나면 쉬도록 한다. 그리고 다음주 계획을 세울 때, 학습량과 시간을 좀더 현실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찾아보고 계획표에 반영한다. 4. 아이가 계획 실천에 실패했을 때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계획대로 되지 않을 때 정작 가장 실망하고 자신감을 잃는 것은 아이인데, 지켜보던 부모는 자신의 실망을 아이에게 무심결에 내비친다. 마치 예견했던 일이라는 듯 “엄마가 시간표 짜 줄게”라고 말하는 순간, 그 동안의 노력은 수포로 돌아간다. 5. 일관된 관심을 보이라 ‘주말엔 무조건 30분 정도 짬을 내 다음주 일정을 함께 이야기한다’는 식으로, 부모도 아이의 실천을 돕기 위한 계획을 세운다. 한가한 날은 하루에도 수십 차례씩 계획대로 실천했는지 점검하고 바쁜 날은 아이의 시간표에 한 차례도 관심을 안보이는, 일관성 없는 태도는 좋지 않다. 부모가 아이의 노력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6. 물질적 보상을 하지 말라 계획대로 잘 실천하는 아이에겐 아낌없이 칭찬을 해주고,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자유 시간’을 상으로 준다. 이미경 기자
‘내 공부’ 시간 없으면 도루묵
하루 또는 일주일 시간표 짜기
계획 지켰을 때 성취감 느끼면
자신감 붙고 학습능력도 ‘쑥쑥’ 김군은 자신이 어떻게 하루를 보내는지 ‘시간 일기’를 써보았고, 문제의 원인을 찾아낼 수 있었다. 김군은 하루에 단 30분도 스스로 공부하는 시간이 없었다. 학교와 학원에서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있을 뿐, 예습이나 복습을 전혀 하지 않았던 것이다. 김군은 “저녁에 책상 앞에 앉으면 공부가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고 졸음이 쏟아져 아무 것도 하기 싫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또래 친구들과 달리 컴퓨터 게임이나 만화책에 몰두한 적이 없는데도, 하루 일과에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하는 시간과 해야 할 일을 하는 시간이 구분되지 않은 채 종일 학습의 ‘부담’만 안고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었다. 아주대학습능력개발실 박동혁 실장은 “자기주도 학습의 기본은 아이 스스로 시간을 관리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목표나 동기의식 없이 그저 짜여진 일정대로 학교와 학원을 반복적으로 오가면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습량에 비해 학습 효과가 떨어지고 공부에 전혀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스스로 하루 또는 일주일의 계획을 세우고 지키면서 느끼는 작은 성취감은 자신감으로 이어져 학습 능력을 높이는데 중요한 동력이 된다. 이는 또한 ‘자기조절 능력’과도 긴밀한 연관이 있다. 박 실장은 “무조건 (놀고 싶은) 욕구를 참는 것이 아니라 욕구를 적당히 해소하면서 필요한 일을 해 낼 수 있는 자기조절 능력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훈련되는 것”이라며 “이런 훈련은 거창한 계획이 아니라 현실적인 목표를 세우고 이를 성취하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고 상황과 여건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고 설명했다. 책상 앞에 붙여두는 ‘전시용’ 시간표가 아니라 이런 훈련을 가능하게 해주는 ‘나만의 맞춤 시간표’를 만들려면 몇가지 요령이 필요하다. 1단계:시간일기를 써본다 일주일 동안 자신이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 기록하는 시간 일기를 써본다. 종이 한 장에 ‘월 화 수 목 금 토 일’로 칸을 나누어 잠자는 시간, 학교나 학원을 오가는 시간, 친구들과 노는 시간, 전화 통화를 한 시간, 가족들과 보낸 시간 등을 꼼꼼히 표시해 본다. 시간 일기 작성은 쉽지 않아서, 한 주에 끝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한 주 더 작성하더라도 평소 시간을 보내는 방식을 스스로 파악해 본다. 2단계:일의 중요도를 구분한다 시간일기를 토대로 하루 동안 일어나는 일의 중요도를 따져본다. 밥 먹기, 잠 자기, 컴퓨터 게임하기 등 무작위로 나열한 뒤 이를 ‘중요하고 급한 일, 중요하지 않고 급한 일, 중요하고 덜 급한 일, 중요하지도 급하지도 않은 일’로 나누어 다시 정리해본다. 이 때 무조건 ‘공부’와 관련된 일만 중요하고 급한 일로 분류할 필요는 없다. ‘텔레비전 시청’처럼 자신이 좋아하는 일은 ‘중요한 일’에 포함될 수 있으며, 같은 공부라도 내일 내야 할 숙제는 ‘급한 일’이지만 ‘문제집 풀이’는 ‘덜 급한 일’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답은 없다. 아이가 생각하고 스스로 결정하며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2
“맞춤시간표, 과욕 금물 자율성 최대한 존중을” 시간표를 만드는데는 부모의 적절한 도움이 필요하다. 특히 학년이 낮을 수록 부모가 적극적으로 돕게 마련이지만, 간섭이 지나쳐 아이를 위한 시간표인지 부모를 위한 시간표인지 알 수 없게 되면 곤란하다. 아이가 시간표를 만들고 이를 실천하는 과정에서 부모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는 다음과 같다. 1. 과욕은 금물이다 기본시간표를 만들고 나면, 한 주 동안 아이 스스로 계획해서 쓸 수 있는 시간의 총량을 알 수 있다. 처음에는 그 시간 가운데 20% 가량만 자기 공부를 하도록 하는게 좋다. 공부는 습관이다. 습관이 붙으면 형편에 따라 조금씩 공부량과 시간을 늘려가면 된다. 2. ‘시간’을 중심으로 계획을 세우도록 유도하지 말라 “텔레비전을 한 시간 보게 해줬으니 공부는 두 시간 해야 한다”는 식으로 접근하면 실패하기 십상이다. 하루에 어떤 과목을 얼마만큼 공부할 것인지 학습량과 구체적인 방법을 계획해야 하고, 아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도록 끈기를 갖고 지켜본다. 3. 정해진 학습량을 빨리 끝낸 아이에게 “그럼 다른 것을 더하라”고 주문하지 않는다 그 날 정한 분량을 생각보다 일찍 끝내면, 부모는 시간이 남으니 다른 과목 공부를 더 하라고 주문하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정해진 분량을 시간 안에 마치지 못하면 끝낼 때까지 계속하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시간표는 의미없는 약속이 되고 만다. 일찍 끝냈다면 나머지 시간은 자유롭게 보내도록 하고, 미처 못 마쳤더라도 주어진 시간이 지나면 쉬도록 한다. 그리고 다음주 계획을 세울 때, 학습량과 시간을 좀더 현실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찾아보고 계획표에 반영한다. 4. 아이가 계획 실천에 실패했을 때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계획대로 되지 않을 때 정작 가장 실망하고 자신감을 잃는 것은 아이인데, 지켜보던 부모는 자신의 실망을 아이에게 무심결에 내비친다. 마치 예견했던 일이라는 듯 “엄마가 시간표 짜 줄게”라고 말하는 순간, 그 동안의 노력은 수포로 돌아간다. 5. 일관된 관심을 보이라 ‘주말엔 무조건 30분 정도 짬을 내 다음주 일정을 함께 이야기한다’는 식으로, 부모도 아이의 실천을 돕기 위한 계획을 세운다. 한가한 날은 하루에도 수십 차례씩 계획대로 실천했는지 점검하고 바쁜 날은 아이의 시간표에 한 차례도 관심을 안보이는, 일관성 없는 태도는 좋지 않다. 부모가 아이의 노력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6. 물질적 보상을 하지 말라 계획대로 잘 실천하는 아이에겐 아낌없이 칭찬을 해주고,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자유 시간’을 상으로 준다. 이미경 기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