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호/서울 휘문고 교사
선생님이 말하는 교실 안팎 /
천직으로 아는 자? 노동자? 합법적으로 애들을 꼼짝 못하게 하는 자? 아이들보다 먼저 태어난 자(先生)? 글쎄다. 나 같은 자? 사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내가 바로 교직 경력 20년 넘는 교사 아닌가? 그동안 잘리지 않고 버텨 온 것만 봐도 나름대로 교사로서의 필요충분 조건을 갖췄다는 얘기.
“얘들아, 교사는 어떤 자여야 할까?” “피자 잘 사 주는 사람이오!”
교사는 우선 개그맨이어야 한다. 선생도 졸린 따땃한 오후, “조사하면 다 나와”가 되든, “김기사, 졸지 마”가 되든 한번 쯤은 웃겨 놔야지 그렇지 않으면 우리 애들 코까지 골며 잔다. 침이야 뭐 닦으면 그만이지만 그렇게 엎드려 자다 축농증이라도 걸리면 어떡하겠는가? 공부보다 더 중요한 게 바로 애들 건강 아닌가. 그러니 교사는 조는 아이들 정신 번쩍 나게 웃길 수 있는 자여야 한다.
둘째, 교사는 ‘행님’이어야 한다. 수학여행이니 소풍이니 학교 밖으로 나갈 때 가는 곳이 유적지다 보니 가끔 탤런트를 만날 경우가 있다. 그러면 우리 아이들 분명 ‘와아’ 몰려 갈 게 뻔한데 그러다 사고라도 나면 어떡하겠는가? 그때 ‘멈춰!’ 단 한 마디에 수백 명을 그 자리에 딱 멈출 수 있는 카리스마가 있어야 한다, 교사에겐. 그리고 무엇보다 숭늉도 위아래가 있는 법, 사인을 받아도 선생이 먼저 받아야 될 것 아닌가?
셋째, 교사는 돈 많은 자여야 한다. 30~40명 되는 애들에게 사진값이니 뭔 값이니 일년 내내 돈 걷을 때가 많다. 정말 돈 내라는 게 왜 그리도 많은지, 애들 다 낼 때까지 기다렸다간 담당자에게 눈총 받기 딱 알맞다. 담임이 우선 자기 돈으로 충당하고 나중에 되는대로(?) 걷어야지 그렇지 않고 다 낼 때까지 기다렸다간 한도 끝도 없다. 그리고 담임 돈 떼 먹는 애들이 어디 한 둘인가. 그리고 또 어디 그게 한두 푼인가. 어찌됐든 엄청 돈 많은 자여야 한다.
넷째, 교사는 뭐니뭐니해도 축구를 잘해야 한다. 1년에 적어도 한 번은 반 대항 축구 시합을 하게 되는데, 그때 남의 반 아이들에게 음료수 사주느라 돈 털리지 않으려면 축구 잘 해야 한다. 축구 잘 못하면 심판이라도 잘 봐야 한다. 눈치 못 채게, 편파적으로, 무조건 이기게 만들어야지 그렇지 않고 게임에 지면 반 분위기 죽어, 돈 뺏겨, 이래저래 죽 쑨다.
다섯째, 교사는 청소를 잘해야 한다. 1년 내내 애들 흘리는 휴지 줍고, 애들이 뱉어 놓은 껌 제거하고, 가끔가다 걸레질에 말끔히 칠판도 지울 줄 알아야 한다. 그것도 룰루랄라~ 즐겁게 말이다. 그래서 주변이 깨끗해지면 기분이 얼마나 좋은지, 마치 목욕하고 난 뒤와 같은 그 상쾌함을 아이들이 터득할 때까지 선생은 그저 쓸고, 닦고, 줍고, 훔쳐야 한다. 비록 1년이 다 가도록 그 즐거움을 모르는 ‘대기만성형’일지라도 청소는 절대 ‘벌’이 아니요, 하나의 ‘기쁨’이란 것을 아이들 스스로 알 때까지 온몸으로 보여줘야 한다, 교사는.
여섯째, 교사는 카수, 일곱 번째, 친구, 여덟 번째, 부모, 아홉 번째, 애인이어야 하고, 열 번째는 짱이어야 한다! 하여간 교사는 그런 사람이라야만 한다. 에고, 힘들어. 전성호/서울 휘문고 교사 ohyeahh@hanmail.net
여섯째, 교사는 카수, 일곱 번째, 친구, 여덟 번째, 부모, 아홉 번째, 애인이어야 하고, 열 번째는 짱이어야 한다! 하여간 교사는 그런 사람이라야만 한다. 에고, 힘들어. 전성호/서울 휘문고 교사 ohyeah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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