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지별 장단점 비교해 아이 눈높이 맞게 골라야 지난해 가을, 지훈이는 오랜만에 학습지를 손에 쥐었다. 이번에는 문제 풀이 과정보다 ‘결과’에 무게를 두는 학습지를 택했다. 간단한 계산에서 실수가 잦은 지훈이의 습관을 고치기 위해서다. 이웃 학부모들 사이에서 ‘깐깐한 엄마’로 통하는 송씨의 학습지 선택과 관리 원칙은 하나다. “가장 필요할 때, 아이가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기 위해서 학습지를 활용한다”는 것이다. 송씨의 경우는 학부모의 학습지 선택과 활용면에서 ‘모범 사례’라 하겠지만, 사실 모든 부모들이 이 같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기는 어렵다. 학부모 커뮤니티 ‘아삭’ 운영자인 황미용씨는 “부모들이 학습지를 한 달에 3만원 정도 납입하는 ‘보험’ 정도로 여겨 별 부담을 느끼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한다. “영어 학원에 보내면서 혹시나 싶어 영어 학습지를 보충하고, 한문이 중요하다고 하면 한문 학습지를 추가하는 식으로 늘려가다가 밀리거나 진도가 처지면 갑자기 중단하거나 아이를 닦달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수학은 틀린 문제 중심으로
영어는 직접 표현해야 효과적
한 번 선택한 다음에는 일단 여유를 갖고 지켜본다. 전문가들은 방문 학습지의 강점으로 △공부하는 습관을 들이는데 도움이 되고 △단계별, 수준별, 학년별 등으로 세분화된 프로그램 덕택에 아이의 현재 상태를 잘 파악할 수 있는 점을 꼽는다. 그러므로 일정 기간 동안 규칙적으로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다. 임씨는 “일주일에 한 번씩 오는 방문교사는 아이에게 학습 동기를 부여하고, 모르는 것을 설명해주거나 새로운 개념을 아이 눈높이에서 설명해 주는 역할을 한다”며 “교사가 오지 않는 날에도 매일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분량을 학습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수학과 같이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도록 구성된 학습지의 경우, 부모가 먼저 채점한 뒤 방문 교사가 머무는 10~15분 동안은 틀린 문제를 중심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영어 학습지의 경우 아이가 하루에 단 10분씩이라도 테이프를 듣고 직접 표현하도록 해야 학습 효과가 나타난다.
아이에게 취약한 부분이 있다면, 무조건 반복 학습을 강요하기 보다는 학습 수준을 한 단계 낮추거나 학습량을 조절하는 등 적극적인 방법까지 고려해야 한다. 황미용씨는 “또래 아이들과 비교하며 ‘진도’에 관심을 갖는 것은 부모로선 인지상정이지만, 같은 아이도 하루에 5장이 너끈하던 아이가 3장을 힘겨워하는 경우도 있다”며 “아이가 힘겨워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파악해 부담을 덜어주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한 뒤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기다리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사진 이미경 기자 friend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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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개발자가 말하는 우리 학습지 특징은… ● ‘한솔 신기한 시리즈’ 정유경 한솔교육문화연구원장=한글나라, 수학나라, 영어나라 등 한솔의 ‘신기한 시리즈’는 아이들의 발달 연령에 맞춰 과학적으로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교구와 교재를 갖고 놀면서 개념을 이해하고 사고하고, 생각을 발전시킬 수 있도록 이끈다. 한솔의 방문교사는 일반 학습지 방문교사에 견줘 ‘관리’보다 ‘교육’에 초점을 맞추는 편이다. 학습량이나 진도를 확인하기 보다는 아이의 언어로 개념을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돕는다. 그래서 부모와 교사의 긴밀한 의사소통이 매우 중요하다. ● ‘웅진 씽크빅’ 신원섭 팀장=씽크빅 수학은 풀이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 수 개념을 익히고, 추상적 사고 과정을 통해 아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 목적이다. 따라서 초등 고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출제되는 문장제 문제 풀이에 도움이 된다. 교재와 더불어 다양한 교구도 제공되기 때문에 단순한 반복을 싫어하는 아이들이 씽크빅을 선호하는 편이다. 씽크빅 한자는 급수 시험보다는 생활 한자들을 중심으로 궁극적으로 국어 표현력을 높이는 학습을 지향한다. ● ‘교원 구몬학습’ 박형준 구몬학습연구소 연구원=구몬 수학은 연산 능력을 다지는데 중점을 둔다. 초등 저학년 때부터 연산 연습을 하면 학년이 높아져 미적분 등 복잡한 수식을 다룰 때 더욱 효과적이다. 한자는 한 글자씩 쓰기보다 ‘단어’로 익히고 난이도별로 세분화해 급수 시험에 유리하도록 돼 있다. 구몬의 연산은 부모들이 배웠던 방법과는 다른데, 회원 부모들이 아이의 학습을 돕는 과정에서 종종 자신이 알고 있는 방법을 동원해 아이가 혼란을 느끼는 경우를 본다. 학습량은 관리하되 아이 스스로 학습하도록 이끌어 주셨으면 한다. ● ‘윤선생영어교실’ 정혜수 국제영어교육연구소 연구원=윤선생의 강점은 세분화된 교육 과정과 ‘녹음 학습법’에 있다. 아이 수준과 능력에 따라 교육 기간, 커리큘럼이 모두 다르다. 영어는 특히 매일 듣고 따라 말하고 표현해야 효과가 있다. 윤선생의 녹음 학습 프로그램은 처음엔 어색할 수도 있지만, 습관이 들고 재미를 붙이면 두 배, 세 배 학습 효과를 볼 수 있다. 여기에 말하기·듣기 대회나 캠프 등을 통해 자극도 받고, 동기부여 기회를 가지면 더욱 좋을 것 같다. ● ‘유니북스 튼튼영어’ 정숙명 편집본부실장=튼튼영어는 특히 영어를 처음 접하는 유아들이 일상 속에서 놀이처럼 영어를 익히는데 도움이 되는 학습 프로그램이다. 밥 먹을 때, 아이 깨울 때, 잠자기 전 테이프를 들려주면서 자연스런 환경에서 아이가 영어를 또 하나의 언어로, 자기표현 도구로 받아들이도록 유도하는게 좋다. 정리 이미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