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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시험 불안증 당연” 편안한 이미지 떠올려 보세요

등록 2007-04-08 15:25

학습 클리닉 /

선미는 시험 때가 다가오자 몸도 마음도 점점 힘들어졌다. 시험 생각만 하면 가슴이 울렁거리고, 심장 박동 소리가 마치 북 소리처럼 크게 들려왔던 것이다. 책을 펼쳐도 걱정이 앞서 내용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소화도 잘 되지 않고, 잠도 깊이 잘 수가 없었다. 선미의 이런 증상이 심해진 것은 지난해 1학기 모의고사에서 갑작스럽게 높은 성적을 받게 되면서부터였다. 그냥 우연히 점수가 잘 나온 것뿐인데 주위의 반응은 그게 아니어서 시험에 대한 부담이 가중됐던 것이다. 그 뒤로 이런 증상이 심해졌고, 시험도 여러 번 망쳤다고 했다.

이런 선미에게 너무 그렇게 불안해하지 말라는 위로는 별로 효과가 없을 것이 뻔했다. 누구보다도 불안해하고 싶지 않은 것이 선미 자신이 아니겠는가? ‘불안하면 안 되지’, ‘불안하면 시험을 정말 망칠지도 몰라’, ‘불안을 눌러두어야지’라는 생각이 더 선미를 힘들게 할 가능성이 높았다. 그래서 오히려 선미에게 필요한 것은 불안에 대한 허용이라 생각됐다. “선미야, 사실 시험을 앞에 두고 있으면 불안한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해. 선생님도 그런 걸. 불안하기 때문에 더 열심히 공부하게도 되는 것 같아. 그런데 선미는 그 정도가 너무 높아 힘드니까 그 정도를 같이 조금 줄여보기로 하자.”

이 말에 선미는 조금 주저주저 하면서, “불안하면 시험을 망치게 되는데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면 안 되지 않느냐?”는 걱정을 다시 꺼내놓았다. 실제로 그랬던 적도 많았으니 당연한 걱정이기도 하였다. 이런 생각 때문에 불안이 시작되는 신호가 나타나기만 하면(선미는 가슴이 심하게 두근두근 하는 것으로 그 신호가 왔다) 그저 불안으로부터 피하기 위해 안간 힘을 쓰게 되고, ‘왜 내가 이렇게 불안해하는 것일까? 시험 망치면 내가 어떻게 된다는 거야?’ 라고 따져보는 작업은 도저히 엄두도 내지 못했던 것이다. 적과 싸워 이겨야 된다고 하면서, 적이 누구인지 쳐다보지도 못하는 것과 같은 상황이었다.

신을진/한국싸이버대 상담학부 교수
신을진/한국싸이버대 상담학부 교수
여전히 주저하는 선미에게 조금 힘을 실어주기 위해 나는 불안과 같이 공존할 수 없는 이미지를 머리 속에 그려 보도록 권했다. 아주 마음 편하고 좋았던 장면이나 순간. 선미는 바닷가에 놀러가 모래성을 쌓으며 놀았던 장면이 생각난다고 했다. 이 장면이 더욱 생생해 질 수 있도록 마치 그림을 그리듯 그 장면을 묘사하도록 했다. 그리고 일단 선미와 약속을 했다. 불안이 시작되면 피하려고 하지 않고 내버려 두면서, 대신 적극적으로 약속한 이 이미지를 떠올려 보기로.

아직은 연습이 필요한 단계다. 또 이런 작업이 조금 쉬워지면 불안에 영향을 주는 여러 가지 생각들도 같이 다뤄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선미는 가장 어려운 첫발은 내디뎠다고 생각한다. 불안을 피하지 않고 마주하기로 했으니까.

신을진/한국싸이버대학교 상담학부 교수 ejshin81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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