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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교실로 초청한 ‘이웃나라‘ 더불어 사는 법 배워요

등록 2007-04-08 16:22수정 2007-04-08 16:30

안산 원일초등학교 특별학급에서 공부하는 외국인 학생들이 교실에서 조촐한 생일축하 잔치를 하고 있다.안산 원일초등학교 제공
안산 원일초등학교 특별학급에서 공부하는 외국인 학생들이 교실에서 조촐한 생일축하 잔치를 하고 있다.안산 원일초등학교 제공
안산 원일초등학교 ‘문화교실’

“우즈베키스탄 전통옷을 입고 왕과 왕비, 신하, 시종 역할을 나눠서 연극을 해볼 거예요. 시종은 왕에게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이 즐겨먹는 볶음밥인 ‘파로프’를 갖다주는 겁니다, 시작∼!”

우즈베키스탄 출신인 아자맛(30·한양대 행정대학원 박사과정)의 느닷없는 주문에도 아이들은 별로 당황하는 기색이 없다. 외국인을 초청해 국제이해교육을 하는 것이 올들어선 처음이지만, 지난해 안산 원일초등학교를 방문한 외국인 자원교사는 무려 8명이나 된다. 한 달에 한 번 꼴로 중국, 몽골, 태국, 인도, 일본, 스리랑카 출신 자원교사들이 학교를 찾아 자국의 문화와 지리, 역사 등을 풍부한 시각자료를 동원해 설명했다. 학생들은 각국의 전통 의상을 입어보고 춤과 노래도 배웠다. 학교 쪽이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진행하고 있는 ‘문화교실’(CCAP:Cross Cultural Awareness Programme) 수업이다.

시작은 외국인노동자 자녀 특별학급

중국· 몽골 등 자원교사 매달 방문

세계 여러나라 문화 이해 ‘창’ 으로

지난 4일 안산 원일초교 6학년3반 교실에서 이루어진 문화교실 수업에서는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이 즐겨먹는 빵과 차를 맛 볼 기회도 주어졌다. 이 학교의 우즈베키스탄 출신 학생인 사흘로, 베크조드 남매의 부모가 이번 수업을 위해 공들여 준비한 것이다. 수업을 함께 듣던 사흘로(8)는 “친구들이 우즈베키스탄이 아름답고 훌륭한 나라라는 걸 알게 돼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원일초교가 이처럼 본격적으로 국제이해교육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 것은 지난해 3월, 경기도교육청 시범학교로 지정돼 외국인 이주노동자 자녀를 위한 특별학급을 개설한 것이 계기다. 현재 특별학급에는 인도, 몽골, 중국, 일본, 스리랑카, 우즈베키스탄 출신의 국적과 생김새, 식습관이 제각각인 12명 학생들이 편성돼 있다. 외국인 학생들은 저학년과 고학년으로 나뉘어 하루에 2시간씩 특별학급에서 한국어와 한국문화 등을 배우고, 다른 시간은 일반 학급에서 한국인 친구들과 어울려 생활한다.


지난 4일 이 학교에서 열린 문화교실에서 우즈베키스탄 출신 자원교사 아자맛이 6학년생들과 외국인 특별학급 학생들을 대상으로 국제이해교육을 하고 있다.  안산 원일초등학교 제공
지난 4일 이 학교에서 열린 문화교실에서 우즈베키스탄 출신 자원교사 아자맛이 6학년생들과 외국인 특별학급 학생들을 대상으로 국제이해교육을 하고 있다. 안산 원일초등학교 제공
2년째 특별학급 운영을 맡고 있는 손소연(36) 교사는 외국인 자원교사를 초청하는 문화교실 수업을 적극 추진한 당사자다. “특별학급 아이들에게 우리 언어와 문화를 알려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한국 아이들이 세계 여러나라의 문화를 편견없이 받아들이는 ‘창’으로 특별학급이 자리매김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외국인 가운데, 특히 교육수준이 높은 전문직 종사자들을 수업에 초대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안산에는 특히 동남아 쪽에서 온 이주노동자들이 많은데, 한국 아이들은 이들을 보면서 ‘동남아 국가들은 못 사는 나라, 우리보다 못한 사람들이 사는 나라’라는 편견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로봇을 만드는 태국 과학자, 성공한 사업가인 베트남계 미국인 등을 초대했더니, 해당국 출신의 특별학급 아이는 전보다 훨씬 자신감을 갖고 학교 생활을 하고 한국 아이들도 전과는 다른 시선으로 외국인 친구를 대하는 게 피부로 느껴졌습니다.”

손 교사는 특별학급 수업 중에도 아이들이 일방적으로 한국 문화를 받아들이도록 요구하지 않고, 아이들이 각자 개성을 존중하는 가운데 상대국 문화를 이해하도록 애쓰고 있다. “특별학급을 처음 열었을 때 몽골 아이는 중국 아이를 싫어하고, 중국 아이는 일본 아이를, 인도 아이는 스리랑카 아이를 무시하는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아이들에게 한국 국기를 그리는 법만 강조하기 보다, 자기 나라 국기와 친구들의 출신국 국기를 함께 그려보며 이야기를 나누게 해보았지요.” 특별학급 안에서도 꾸준히 ‘국제이해교육’을 시도한 손 교사의 노력은 결실을 맺어, 아이들은 국적을 불문하고 서로에게 의지하며 친구가 되기에 이르렀다.

“아이들에게 한국적 가치와 문화만 강조하는 것은 일본이 식민 지배 당시 우리에게 황국신민화를 요구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일방적이고 폭력적인 동화가 아니라, 평화로운 공존을 목표로 아이들과 함께 해야 교육적으로도 효과가 있다는 것을 특별학급을 운영하면서 깨달았습니다.” 이미경 기자 friendlee@hani.co.kr


국제이해교육 궁금하면…

유네스코 한국위원회(unesco.or.kr)에서 마련한 국제이해교육 프로그램(CCAP)은 현재 서울·경기 지역 30개 학교를 비롯해 강릉, 광주, 김해, 안동 등 전국 169개 초·중·고교에서 진행되고 있다. 98년부터 매년 참가를 원하는 학교를 접수받아 지원 학교나 기관을 선정한 뒤, 해당국의 문화와 역사, 지리 등을 직접 설명할 외국인 자원봉사자와 통역 등을 담당할 한국인 자원봉사자를 정기적으로 파견하고 교육에 필요한 비용도 지원하고 있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부속기구인 아시아·태평양 국제이해교육원에서는 국제이해교육과 관련된 교사 직무 연수와 각종 워크숍을 마련하고 교육에 필요한 교재를 펴내고 있다. 초·중·고교 교사를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교사 직무연수는 오는 8월8일~14일 열릴 예정이다. 교육원에서는 이밖에도 오는 4월30일까지 ‘국제이해교육 연구 동아리’를 모집하고 우수 동아리를 선정해 연구비를 지원할 계획이다.

대표적인 국제이해교육 커뮤니티로는 그동안 아태 국제이해교육원에서 마련한 직무연수에 참가한 교사들이 주축이 돼 꾸려진 ‘너나울-너, 나, 그리고 우리’가 있다. 서울, 경기, 충북, 전북 등지 교사 15명이 한 달에 한 번씩 모여 각자 학교 수업 진행 사례와 연구 결과를 공유하고, 현장 답사도 한다. 너나울 모임을 이끌고 있는 부천 오정초교 김갑성 교사는 “관련 정보와 교재가 풍부하지 않은 상황이라 교사들 스스로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며 “다문화가정이 사회적으로 주목받으면서 최근 많은 교사들이 관심을 보인다”고 전했다.

어린이·청소년 교양 도서 형식으로 발간돼 학교 수업 자료로 활용할 수 있는 책들은 아태 국제이해교육원에서 펴낸 <함께 사는 세상 만들기>와 <맛있는 국제 이해교육-다문화 시대의 음식과 세계화> 등이 있다. 일반 서점에서 사거나 교육원으로 직접 문의(02-774-3049)해 구입할 수 있다. 이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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