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인문계 수리 가중치 두다니”
“수능 강화해 2등급은 지원도 못할판”
“수능 강화해 2등급은 지원도 못할판”
서울대가 지난 6일 발표한 2008학년도 입시안에 대해 당장 입시를 준비하는 고교 3학년 수험생들과 진학 지도 교사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서울 강북 지역 ㄷ고교 조아무개(18)군은 8일 “서울대도 강남 학생, 특목고 학생들만 뽑으려 해 허탈해 하는 친구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지역균형 선발과 특기자 전형으로 서울대에 진학해 왔기 때문에 지역균형 선발 인원을 30% 안팎으로 늘린다는 몇 달 전 발표에 기대가 높았다고 조군은 전했다. 조군은 “하지만 결국 지역균형 선발 인원은 거의 그대로라는 발표를 듣고, 그동안 지역균형 선발을 목표로 공부했던 학생들끼리 경쟁이 무척 치열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대가 정시모집에서 인문계열 지원자에게 대학 수학능력시험(수능) 수리 영역에 25%의 가중치를 두기로 한 점도 학생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부산 ㅅ여고 이아무개(18)양은 “최상위권 학생들 사이에선 수리 영역 가중치가 당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한다”며 “서울대는 왜 인문계 학생에게 수학 실력이 중요한지, 또 그런 결정을 왜 갑자기 했는지 명확히 설명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경기 일산의 한 고교 3학년 박아무개(18)양은 정시모집에서 수능 성적만을 보는 인문계열의 1단계 전형 기준을 모집정원의 3배수에서 몇 달 새 2배수로 좁힌 것에 대해 “선배들을 보면 일반고에서 수능으로 2배수 안에 드는 건 하늘의 별 따기이기 때문에 정시모집 지원 여부를 다시 고민해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고교 3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성백영 서울 성심여고 교사는 “서울대가 허언을 일삼은 것이 가장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성 교사는 “얼마 전까지 수능은 자격기준으로만 활용하고 내신 비중을 늘려 고교 정상화에 이바지하겠다더니, 내신은 1·2등급에 같은 점수를 줘 변별력을 없애고 수능은 한 영역이라도 2등급을 받으면 응시 자체가 불안할 정도로 강화했다”고 지적했다.
한경찬 서울 상명대부속여고 교사는 “서울대 진학은 학생 자신은 물론 학교도 일찌감치 ‘후보군’을 추려 어떤 전형에 응시할지 정해두고 준비를 하는데, 일선 학교에서 본격적인 입시 준비가 시작된 뒤 전형별 모집인원이나 전형 방식을 바꾸면 진학 지도에 큰 어려움이 따른다”며 서울대의 갑작스런 계획 변경을 비판했다.
이미경 기자 friendle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