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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국어능력이 경쟁력이다

등록 2007-05-27 19:25수정 2007-05-27 19:38

낚시하는 법을 배워야 고기를 잡을 수 있다. 국어능력은 모든 학습능력의 기본인만큼 중학생이 되기 전에 점검해야 한다. 박종식 기자 <A href="mailto:anaki@hani.co.kr">anaki@hani.co.kr</A>
낚시하는 법을 배워야 고기를 잡을 수 있다. 국어능력은 모든 학습능력의 기본인만큼 중학생이 되기 전에 점검해야 한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커버 스토리 /

장면 1. 학원에서 예각·직각·둔각의 개념을 배우는 중인 초등학교 4학년 재영이. 선생님은 예각을 설명하기 위해 칼을 준비했다. 칼끝을 재영이 손가락에 갔다대며 ‘예리하다’는 것을 설명하려 했지만 아이는 ‘예리하다’는 말을 처음 듣는다. 결국 선생님은 ‘날카로울 銳’를 써서 아이를 이해시킬 수 있었다.

장면 2. 한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이 인성검사를 받는 교실. 한 학생이 손을 들고 말한다. “선생님, ‘얕보다’가 무슨 뜻이예요?” 그러자 궁금함을 참았던 손이 여기저기 올라온다. “선생님, ‘교제’는요?” “‘자신의 세계’라는 걸 뭘 말하는 거예요?”

시험 때면 늘 책상 앞에 앉아 열심히 공부 하는 우리 아이, 그런데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 그렇다면 아이의 국어 능력을 점검해야 한다. 답을 찾는 것보다 문제를 이해하는 게 더 어려운 학생들이 많기 때문이다. 초등 논술 붐이 일면서 아이들에게 요구되는 국어능력이 예전에 비해 높아졌다. 실제로 초등 4학년 논술문제집에는 ‘토지공개념’이나 ‘인권’이란 단어가 등장하고 있다. 교과서에 수록된 글들의 수준이 양적·질적으로 달라지는 중학교 진학을 대비해서도 초등학교 4학년, 국어능력의 중간점검이 필요하다.

한국교육과정평가연구원의 2004년 학업성취도 평가 연구를 보면, 초등학교 6학년의 경우 교과별 우수학력 비율이 국어가 19.6%인 데 반해, 영어는 46.6%나 된다. 기초학력 미달 학생의 비율도 국어는 4.1%로 영어 2.3%의 갑절에 가깝다. 아이들이 국어보다 영어를 더 많이 공부하고 더 잘한다는 뜻이다.

물론 영어의 기초를 조기에 잡아주는 것도 좋은 일이다. 그러나 고교 학습까지 고려한다면 초등학교 시절에 국어능력 향상을 위한 부모의 지도도 영어 교육 못지않게 중요하다. 한국교육과정평가연구원 이재기 연구위원은 “국어는 다른 교과 학습을 하는 데 필수적인 도구교과”라며 “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난해한 편인 우리나라 고등학교 사회, 과학 교과서를 이해하는 데 읽기능력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국어능력을 키우려면 무엇보다 독서습관을 들이는 게 중요하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부모가 책을 읽어주면 효과가 크다. 지난해 딸이 연세대에 입학한 이은진(49)씨는 “어렸을 때부터 책을 목이 쉬도록 읽어줬는데 그게 아이가 크면서 공부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고 했다.

또래 아이들을 묶어 독서모둠을 짜주는 것도 부모들이 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읽고 난 뒤에 친구들과 느낌을 나누며 말과 생각을 동시에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인문사회교육전문 MSC리더십센터 엄혜령(43)교사는 “독서는 독서 자체에서 얻는 득도 많지만 부모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선행학습”이라고 말했다.


한자학습도 적절한 수준에서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한자조합어가 많은 우리말의 특성 때문에 한자를 알면 단어의 정확한 의미를 파악할 수 있고 글을 쓰거나 말을 할 때 정확한 어휘를 구사할 수 있다. 성균관대 이명학 한문교육학과 교수는 “한자에 대한 이해가 높은 아이들의 학업성취도가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대체로 높게 나온다”고 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취재 사족

기사를 기획하는 과정에서 하나의 단어가 떠올랐다. 대학 때 배운 변증법 책에 나온 ‘양질전화’. 양이 계속 증가하거나 감소하다 보면 어느 순간, 질적 변화가 일어난다는 얘기다. 한해한해 꾸준히 한 살씩만 보태가는 자녀들이 어느 순간 갑자기, 두세 살을 훌쩍 먹어버린 것처럼 달라지는 것에 비할 수 있을것이다. 그때를 잡으면 부모도 만족스럽고 자녀도 행복한 교육적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부모들은 그 ‘결정적 순간’을 포착하지 못하고 지나친다. 자녀에 대한 관심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교육의 ‘시기적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취재 중에 만난 몇몇 부모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자녀의 ‘입시바라지’를 마친 ‘선배’어머니는 고단했던 여정의 기억을 지워버린 상태였고, 자녀의 입시가 진행형인 어머니들한테는 매 학년, 매 시기, 매 순간이 중요해서 내가 잡은 시점에 대한 합의를 구하기 쉽지 않았다. 그나마 ‘중학 2학년 시기’가 가장 광범위한 지지를 얻었는데, 이는 특목고 입시에 대한 관심 때문이었다.

자녀교육에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초4, 중2, 고1은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 없다. 그것을 토대로 내 자녀에게 중요한 시기는 언제일까를 고민해 보는 게 우선이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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