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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책장에 침 발라보는 맛! 아이들이 느낄수 있게…

등록 2007-07-22 15:04수정 2007-07-22 15:25

방학은 부담없는 책읽기를 통해 독서습관을 기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한권을 읽더라도 뜻깊게 남을 수 있는 독서전략이 필요하다. <한겨레> 자료사진
방학은 부담없는 책읽기를 통해 독서습관을 기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한권을 읽더라도 뜻깊게 남을 수 있는 독서전략이 필요하다. <한겨레> 자료사진
선생님들이 권하는 ‘여름방학 독서메뉴’

여름방학이다. 하고 싶은 일이 많다. 그 중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책읽기다. 여름방학은 학기 중 못했던 독서활동을 하면서 책읽기에 재미를 붙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그런데 고민이 있다. 어떤 책을 읽어야 할까? 추천도서가 봇물처럼 쏟아져 나온다. 그 책을 모두 읽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함께하는 교육>이 학교에서 열정적으로 독서교육을 펼치고 있는 교사 일곱명한테 여름방학 강력 추천도서와 그 이유를 물었다.


곰이와 오푼돌이 아저씨
곰이와 오푼돌이 아저씨
교사들은 아이들이 나와 다른 사람 그리고 세계를 이해하는 책들을 읽어보기를 권했다. 인천 주안초등학교 강승숙 교사는 곰이와 오푼돌이 아저씨(보리)를 추천했다.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읽을 수 있는 그림책으로 군부독재의 서슬이 퍼렇던 시절, 고 권정생 선생이 쓴 인민군 이야기다. 강 교사가 말하는 이 책의 키워드는 ‘평화’다. 그는 세계 곳곳에서 크고 작은 전쟁이 끊이지 않는 상황과 연관 지어 읽어보면 좋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전쟁으로 죽은 이들에 대해, 평화의 씨앗을 심는 일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주는 책이라고 추천했다.



작가가 되고 싶어
작가가 되고 싶어
수원 화서초등학교 강백향 교사는 작가가 되고 싶어(사계절)를 ‘강추’했다.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읽기 좋은 이 책은, 작가가 꿈인 주인공이 우여곡절 끝에 책을 내는 과정을 담고 있다. 강 교사는 “책이 만들어지는 치열한 현실을 알려주면서도, 아이들에게 자신이 꿈꾸는 것을 위해 어떻게 노력하면 되는지를 매우 현실적인 감각으로 보여준다”고 소개했다. 또 “주인공을 통해 내가 좋아하는 건 무엇인지, 나의 능력을 어떻게 발휘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 볼 기회도 준다”고 덧붙였다.


이랴 자랴 누렁소야
이랴 자랴 누렁소야
파주 청암초 이선영 사서교사는 야외활동이 많은 여름과 잘 어울릴 만한 책을 추천했다. 사회와 문화 전반을 접할 수 있게 해주는 이랴 자랴 누렁소야(푸른숲)다. 이 책은 ‘누렁’이라는 소가 주인공이 되어 농촌의 논과 들판에서 벌어지는 노동과 놀이의 모습을 보여준다. 컬러의 그림도 농촌을 오롯이 체험하게 해준다. 김용택 시인의 글맛도 일품이다. 이 교사는 “올 후반기에 연계수업 자료로 활용하려고 ‘찜’해두었다”면서 “방학 중에도 좋지만 학기 중 사회나 문화 관련 수업을 하는 4학년 정도의 아이들과 수업을 해보면 좋겠다”고 했다.

인천 예일고등학교 이성희 한문교사는 요리사가 말하는 요리사 (부키)를 비롯한 ‘부키전문직리포트’ 시리즈를 추천했다. 청소년들은 미래와 진로에 대해 관심이 많다. 이 교사에 따르면, 학교도서관 활동의 하나로 ‘내 꿈 찾아가기 프로젝트’(학교도서관에 특정 직업인을 초청하는 시간)를 하면 아이들은 어느 때보다도 열띤 반응을 보인다고 한다.

그는 각 분야 직업인들이 전하는 생생한 직업생활보고서로 완성된 이 책이 진로 고민을 하는 청소년들에게 미래의 꿈으로 향하는 여행의 시간을 마련해 줄 것이라고 추천했다. 특히 그는 이 시리즈가 특정 직업에 대한 미화로 일관하거나 알맹이 정보가 빠진 직업소개서 등 기존 직업서들의 한계를 뛰어넘었다는 데 후한 점수를 줬다.

앙평 양일중학교 이수정 교사는 학생들에게 우리네 삶과 그 주변부를 돌아보고 생각할 수 있는 따뜻한 이야기가 담긴 책을 권했다.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리더스북)은 시골의사의 눈을 통해 우리네 삶의 단면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은 책이다. 참다운 의사가 되려는 저자의 혹독한 수련과정이 자세히 소개돼 있다.

이 교사는 “이 이야기가 어떤 삶을 살 것인가를 설계하기 시작하는 청소년들에게 무엇을 생각하며 삶을 준비해야 하는지 그 길을 제시해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추천이유를 들었다. 그는 “학기 중 학교와 학원만을 오가느라 자신과 주변 사람들을 되돌아 볼 시간조차 없었을 친구들이 이 책을 가족과 함께 읽고 현재의 삶을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되돌아보면 좋겠다”고 했다.


아이들 ‘책 편식’ 부모 책임도…


너무 많이 간섭해도 안 되고, 나몰라라 해도 안 되는 게 부모들의 독서지도다. 그러기 위해서는 책 선택에서부터 책 읽기 방법, 독후활동에 이르기까지 부모들의 세심한 관심과 주의가 요구된다.
너무 많이 간섭해도 안 되고, 나몰라라 해도 안 되는 게 부모들의 독서지도다. 그러기 위해서는 책 선택에서부터 책 읽기 방법, 독후활동에 이르기까지 부모들의 세심한 관심과 주의가 요구된다.
나는 ‘바담 풍’해도 아이는 ‘바람 풍’하기를 바라는 게 부모 마음이다. 그래서 부모들은 책의 내용이나 책 읽는 방법을 고려하기보다 무조건 아무 책이라도 많이 읽기를 원한다. 그러나 아무리 몸에 좋은 음식이라도 가려먹어야 하듯이 책도 골라 읽어야 한다. 책 읽는 방법에 대해서도 부모가 적절히 개입하는 게 필요하다. 독서교육과 관련해 부모들이 갖고 있는 대표적인 4가지 오해들을 살펴본다. 여름방학을 이용한 책읽기에서 참고하는 것이 좋겠다.

◆ 그림책은 수준 낮은 책?

“초등학교 3학년이나 됐는데 아직도 그림책이야?” 학부모들은 대개 중학생이 되어서도 그림책을 읽는 아이들을 보면 책읽기의 수준이 낮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초등학교 낮은학년까지만 그림책을 봐야한다는 말은 한마디로 ‘뭘 모르고 하는 소리’다.

외국에서는 그림책이 단순히 독서 텍스트 뿐만 아니라 연구과제, 심리치료 텍스트, 토론주제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된다. 그림책은 문학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갖고 있는 ‘열린 텍스트’다. 상징성과 함축성을 지니고 있어 아이들의 상상력을 불러일으키기에 안성맞춤이다. 청소년은 물론이고 어른들에게도 생각할 거리, 토론할 거리를 주는 그림책은 양서로 분류되어야 한다.

◆ 만화책이라도 읽혀야지?

책이라면 고개를 절레절레 내젓는 아이들. 어차피 안 읽는 거 만화책이라도 읽히자? 많은 부모들이 만화에 흥미를 느끼다가 그림책, 동화 등으로 독서에 대한 관심이 폭넓어지게 될 거라고 믿지만 이것도 오해다. 실제로 만화책을 보던 습관이 다른 책을 읽는 독서 습관으로 옮겨지기란 쉽지 않다.

단, 좋은 만화는 얼마든지 권해줘도 좋다! 결국 밝은 눈으로 좋은 만화를 찾아내는 부모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초등학생의 경우 환경만화가 고 신영식 선생의 ‘짱뚱이 시리즈’, 청소년에게는 <사이시옷>(창비)<십시일反>(창비) 등 재미도 있고 작가들의 철학까지 담겨있는 책들을 추천해주면 좋다.

◆ 외국에서도 최고라는데, 아무렴 당연히 좋겠지?

유명한 상을 받은 책, 유명 작가의 그림책 등 외국에서 유명세를 탄 번역서들은 무조건 좋다? 나쁜 책이 있는 건 아니지만 유명한 외국 도서라고 해서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다. 이런 책 가운데에는 우리 정서에 안 맞는 책들도 분명히 있게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아이들에게 책을 권하기 전에 학부모들이 먼저 책을 꼼꼼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우리 아이 수준에 맞는지, 우리 문화나 정서에 맞는지 등을 살펴보는 세심함이 요구된다.

◆ 독후활동은 많이 할수록 좋다?

독후활동은 많이 할수록 좋다는 생각도 버려야 한다. 학부모들은 독서 후 만들기, 꾸미기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면 할수록 독서 효과가 커질 거라고 믿는다. 그렇지만 자기 생각도 제대로 정리가 안 된 상태에서 독후활동만 자주 하다가는 오히려 독서의 참 즐거움을 잊어버리기 쉽다.

다니엘 페나크가 <소설처럼>(문지)에서 말했듯 아이들에겐 책을 즐기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독후활동을 위한 독서는 절대 금물이다.그렇다고 모든 독후활동이 나쁘다는 건 아니다. 아이들 스스로 즐겁게 읽고 뭔가를 표현해보고자 할 때 흥미를 느끼는 수준에서 독후활동을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다. 그저 자유롭게 독서종합장에 그림을 그리도록, 쓰고 싶은 감상을 남겨보도록 하는 게 좋다. 단, 읽은 책 제목과 날짜 등 아주 간략한 책 정보는 반드시 정리해두게 하자.


03면 교육
03면 교육
선생님이 권하는 여름방학 추천도서
선생님이 권하는 여름방학 추천도서


많이 읽히기 보다 흥미 일깨워야…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
서울 대광고등학교 조주희 국어교사는 만사 귀찮은 친구들에게 좋은 해법을 내놓았다. 중학생부터 읽을 수 있는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문학수첩리틀북스)이 추천도서다. 이 책은 자폐증을 앓는 15살 소년의 내면세계를 독특한 문체로 그려낸 추리물이다. 조 교사는 “재미와 감동, 수준을 고루 갖춘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독서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친구들에게 독서로 향하게 하는 ‘첫 책’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수학도 싫고, 독서도 싫고, 만사 귀찮은 학생들에게 ‘강추’하고 싶다”고 했다.


상상력에 엔진을 달아라
상상력에 엔진을 달아라
경기 능곡고등학교 김태희 국어교사는 ‘고딩’들의 축 처진 어깨에 기운을 북돋워줄 만한 책으로 상상력에 엔진을 달아라(나남)를 추천했다. 이 책은 디자이너인 저자가 펼쳐놓은 광고와 그 아이디어에 관한 이야기다. 김 교사는 이 책에 소개된 광고들은 상업적이라기보다는 신선하고 따뜻하다는 데서 의미를 찾는다.

특히 쓰나미의 참상을 보여주며 희망을 말하는 WFB(세계식량프로그램)의 광고사진을 극찬했다. 아무리 기술이 발달해도 광고나 디자인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와 상상력, 아름다운 마음에서 비롯하는 것이라는 게 김 교사의 얘기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이 ‘희망’을 점점 잊고 사는 고딩들에게 든든한 힘이 될 것이라고 했다.

방학 중 독서전략에는 정답이 없다. 초등학생의 경우 도서관을 놀이터처럼 일상적으로 드나들도록 하는 습관 형성이 필요하다. 도서관에 다녀올 때마다 사서에게 사인을 받아오게 하고 선물을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책 읽는 아이들
책 읽는 아이들
그나마 학기 중에 책 읽을 여유가 있었던 초등학생의 경우는 방학을 맞이해 ‘집중독서’를 해보는 것도 좋다. 강백향 교사는 아이가 평소 관심을 보였던 분야나 주제에 대한 책들, 또는 좋아하는 작가에 대한 책 등 주제를 정해놓고 집중해서 읽어보기를 권하기도 했다. 청소년이라면 평소 시간적 여유가 없어 읽지 못한 장편이나 연작 등 부피가 있는 책들을 독파한다는 목표를 세워보는 것도 좋다.

교사들은 많이 읽기보다는 책에 흥미를 가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또 한 권이라도 의미 있게 읽을 수 있도록 부담없는 계획을 짜주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초등학생들은 방학 중 독서 습관을 붙이면 책에 대한 흥미와 독서에 대한 자신감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부담없는 책읽기 시간’을 만들어 주는 게 좋다는 것이다.

그러나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의 구실이다. 책꽂이에 다양한 책을 꽂아두고 부모가 책을 읽는 모습을 일상적으로 보여주는 게 가장 필요한 독서전략이다. 아이와 부모가 함께 책을 읽는 여름방학을 설계하라는 얘기다.

김청연 <함께하는 교육>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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