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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멘토’ 대학생도 7만명…아낌없는 조언

등록 2007-08-12 17:21

네이버 카페 ‘수만휘’를 이끌어가는 대학생 ‘멘토’들. 이들은 각자 게시판을 갖고서 후배들을 위해 칼럼을 쓰거나 각종 고민을 상담해주기도 한다.
네이버 카페 ‘수만휘’를 이끌어가는 대학생 ‘멘토’들. 이들은 각자 게시판을 갖고서 후배들을 위해 칼럼을 쓰거나 각종 고민을 상담해주기도 한다.
카페회원 23만 ‘수만휘’의 힘
커버스토리 /

수만휘 23만 회원의 30%는 대학생들이다. 7만여명 정도 되는 이들은 곳곳을 돌아다니며 후배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준다. 그 중에서 ‘멘토’라는 정식 직함을 걸고 있는 회원이 32명. 이들은 각자 게시판을 갖고서 칼럼을 쓰거나 고민을 상담하는 후배들을 달래준다. 이들이 후배들과 꾸준히 교류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2004년 2월 수만휘를 탄생시킨 이는 윤민웅(27·고려대 경영)씨다. 군대를 제대하고 취미생활로 시작했다. “네이버가 카페 서비스를 한창 시작할 때 였어요. 아르바이트로 과외를 하면서 학생들이 공부하는 데 부족한 점이 많다고 느꼈어요. 정보 공유만 돼도 해결할 수 있겠다 싶어 수험생들을 위한 커뮤니티를 만들었죠.” 1000명을 모으는 게 제일 힘들었다. 다음(Daum)에서 이미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수능 카페에 가서 홍보도 하고 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해 학습지 회사와 접촉해 교재 체험단을 모집하는 등 이벤트도 진행했다. “지난해에 10만이 넘었어요. 이상한 게 언젠가부터 카페가 크면 제가 크는 것 같은 만족감이 들더라구요. 그 뿌듯함이 손을 뗄 수 없게 만들어요.”

경험 바탕해 수험생 고충 풀어주고 위로

방학땐 캠퍼스로 회원들 초대 ‘열정’도

중고딩들이 끊임없이 수만휘에 몰려드는 이유는 탄탄한 멘토진에 있다. 갈창림(21·연세대 전기전자공학)씨는 <재수생활탈출기>라는 책의 저자다. 카페에 자신의 책이 소개됐다는 과외 학생의 말에 ‘내 책이다’라는 댓글을 달았다가 윤 씨한테 ‘섭외’당했다. 사범대 교대 지망생들을 대상으로 상담 게시판을 운영하고 있는 박준규(25·서울대 사회교육)씨는 <숨마쿰라우데>라는 문제집에 집필진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멘토들의 정성과 열정도 화려한 이력에 못지 않다. 2005년부터 멘토로 활동한 정성윤(20·고려대 사학)씨는 방학 때는 캠퍼스로 회원들을 초대하기도 한다. 이번 여름 전국 여행을 다니면서 강원도와 광주에서 회원들과 연락해 만났다. 정 씨는 “입시 상담을 해 오는 사람들 중에는 상병 계급을 단 군인들도 많다”며 “모두가 절박한 처지에서 조언을 구하기 때문에 내가 성심성의껏 대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했다.

멘토 자신이 이룬 ‘기적’을 바탕으로 회원들을 사로잡는 장소연(19·세종대 경영)양은 고 3때 분발해 ‘in’서울에 성공했다. 수능점수를 100점이상 올렸다. “선생님들은 명문대를 바라보는 애들만 장시간 상담해 주고 공부 못하는 애들한테는 그냥 열심히 하라고만 했다”는 장씨는 소외받는 중하위권 학생들의 멘토를 자임한다.

대학생 멘토들은 자신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수험생들의 고충을 말하지 않아도 안다. 전체적인 카페 운영을 담당하는 이흥순(21·경인교대 과학교육)씨는 “내가 나온 고등학교는 논밭으로 둘러싸여 있었고 학원이나 과외는 기대할 수도 없었다”며 “공부법이나 학습자료 등이 수험생에게 얼마나 절실한지 안다”고 했다.

멘토들이 생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의 의미는 ‘입시의 완충지대’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자신이 공부하는 이유를 찾고 스스로 위로하는 방법을 찾는다면 수험생활도 그리 힘들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멘토와 상담하고 또래들과 얘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비정상적으로 공부에 배달려야 하는 상황을 긍정할 수 있는 정당성을 찾는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박준규씨의 말이다.

글·사진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공부도 하고 정보도 나누고 회원 감사메일 받을 때 보람”

‘이공계의 별’ 운영 고3 송원준 군

송원준군
송원준군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 이공계 지망생들을 위한 인터넷 카페를 꾸려 왔다. 네이버 카페 ‘이공계의 별(cafe.naver.com/kongdae)’의 운영자 송원준(18·전남 여수 한영고등학교)군이다. 8일 현재 등록된 회원수는 1만 6337명. 일본 공대 국비 유학 정보부터 가산점을 위한 경시대회 정보까지 ‘공돌이’, ‘공순이’가 되고픈 학생들에게 필요한 자료가 망라돼 있다. 송 군이 고 1이던 2005년 말부터 정성을 쏟은 결과다. 고3이라 인터뷰 할 시간을 내기 어렵다는 송 군과 이메일로 인터뷰를 했다.

◆카페를 개설하게 된 동기는?

=2008년 새입시에 대한 불안감이 있었다. 학원에 다니지 않으려고 마음을 먹었는데 그러자면 스스로 정보를 얻고 공부도 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했다. 인터넷을 활용한다면 교육 여건이 좋은 서울 경기 지역의 학생들과 정보 교류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자료는 어떻게 모았나?

=내 카페에는 다른 데는 없는 정보가 많다. 대치동, 목동, 노량진 등 유명 학원가에 활동하는 강사분들의 커뮤니티를 알아내 자료 협조를 요청했다. 고급 정보로부터 소외된 지방 학생들을 위한 사이트의 취지를 설명하면 대개 좋은 자료를 공유할 수 있게 해 줬다. 고교 수학에 대한 대학원 논문, 일본 도쿄대학 본고사 문제, 미국 연례 수학 시험 분석을 통한 수능 고난도 예상 문제 등 유명 강사들이 인기강의에 활용하는 자료가 많은 이유다. 서울에서 고액 과외를 하는 대학원생들이 블로그에 올려 놓은 자료도 찾아냈다. 이공계 전공 중인 대학생들이나 전문직 종사자들이 기꺼이 자신의 자료를 업로드 해 주는 경우도 많다.

◆현 입시에서 특히 정보나 자료가 중요한 이유는?

=정보화 시대에는 모든 것이 정보화돼 있다. 입시나 학습에 관련된 자료도 마찬가지다. ‘작년 기출 문제 분석’ 자료나 ‘빈출 단원 분석’과 같이 이용하기 편리하게 세분화된 정보가 인터넷에 널려 있다. 정보는 엄청나게 중요한 것도 아니고 어마어마한 분량도 아니다. 백짓장 한 장의 차이다. 그러나 백지 한 장과 같은 0.1점 차이로도 합격의 희비가 엇갈리는 게 대한민국 입시체제다. 0.1점의 차이를 만들어 내는 게 정보라고 본다.

◆특별히 이공계를 대상으로 한 이유는?

=처음에는 일반적인 입시나 학습에 관한 정보를 올렸다. 그러다 서울 강남역에서 병원을 운영 중이라는 의사분이 메일을 주셔서 이공계로 특화하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이공계열로 진학하고 싶었는데 경제적인 고려 때문에 의대를 선택해 지금까지 후회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개인적으로도 공대 진학을 꿈꿨기 때문에 결정은 쉬웠다. 그 분 친척이 유명한 입시정보사이트의 운영자로 있어서 좋은 자료를 많이 제공받았다.

◆커뮤니티 운영을 하면서 보람을 느꼈을 때는?

=지난해 포항공대, 카이스트, 서울대 공대 수시 모집에서 카페 출신 합격자가 많았다. 심층면접에 카페의 자료가 결정적인 도움을 줬다는 내용으로 300여통 정도의 메일이 왔다. 의대나 한의대를 생각하고 있다가 커뮤니티 활동을 하면서 진로를 이공계열로 수정했다는 학생들의 메일에도 보람을 느낀다. 수업 자료로 활용해 큰 도움을 받았다는 학교 선생님들과 내 덕에 학원에 의지하지 않고 혼자 공부할 수 있게 됐다는 학생들을 볼 때도 뿌듯하다. 하지만 여전히 전체 회원수의 20% 정도에 그치는 지방 학생들을 보면 착잡하다. 지방에 있는 학생들도 적극적으로 정보를 찾고 활용했으면 좋겠다.

송 군은 현재 본인의 카페에서 ‘공교육 살리기 운동’을 진행 중이다. 입시의 최전선에서 불합리한 교육 제도의 속살을 봐 버린 송 군의 개혁의지가 대단하다. 대학 평준화에 전국의 모든 고교를 특목고로 만드는 등 다소 엉뚱한 제안들이지만 이상이 이성보다 큰 청춘에게 상식이란 말은 무의미해 보인다. 인터넷 카페를 통해 공부하고, 꿈을 꾸는 송 군의 도전이 주목된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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