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대 송필준 교수
자전거로 2천km 전국일주 성공한 대구대 송필준 교수
“나태해지는 나 자신을 채찍질하고 나약해 보이는 요즘 학생들에게 자극을 주고 싶었습니다.”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의 대학교수가 제자들에게 도전정신을 심어주기 위해 자전거로 2천㎞의 전국일주를 마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다.
대구대 송필준(56·사진·전산통계학과) 교수의 전국일주 사실이 최근 대학 홈페이지 게시판에 한 제자가 올린 글을 통해 알려지자 1200여명의 학생들이 이 글을 조회했고, 전국 일주 성공을 축하하는 댓글이 쇄도하고 있다.
송 교수는 지난 7월25일 여름방학을 이용해 20만원을 주고 직접 구입한 자전거에 학생들이 만들어 준 학과 깃발 하나와 야영할 텐트를 싣고 전국일주 대장정에 올랐다.
그는 영천과 포항을 거쳐 울진, 삼척 등 동해안을 따라 속초에 도착해 미시령을 넘은 뒤 기수를 남쪽으로 돌려 인제, 홍천, 아산, 보성, 군산, 영광, 해남, 완도까지 내달렸다. 이어 완도에서 제주도로 건너가 닷새동안 해안도로를 따라 섬 일주를 한 뒤 부산, 삼랑진, 밀양, 청도를 거쳐 22일 만에 출발지인 대구대 정문으로 들어섰다.
이 과정에 송 교수는 때로는 살인적인 폭염과 악천후 속에서 여정을 보내며 그날그날의 경험과 감상을 메모 형식의 글로 기록했다. 잠은 주로 초·중등학교의 운동장에서 텐트 야영으로, 식사는 하루 한 끼만 식당밥을 사먹고 나머지는 빵이나 라면 등으로 해결했다. 풍족한 전국일주는 의미가 없다며 하루 1만원 정도만 지출했다. 제주행 왕복 뱃삯 5만6700원을 포함한 여행경비는 불과 26만9140원. 송 교수는 자신과 제자들에게 자극을 주려 ‘자신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였는가’라는 문구를 새긴 자전거 전국일주 기념패를 만들어 연구실 한쪽에 걸어두었다.
송 교수는 “자칫 나태할 수 있는 삶을 다시 조이는 좋은 계기였다”며 “젊은 학생들이 자신을 이기고 세상을 폭넓게 체험할 수 있는 여행의 기회를 많이 갖기 바란다”고 말했다.
대구/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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