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선택에 대한 원칙과 기준이 없으면 학원에 지나치게 의존해 결국 스스로 주도하는 학습을 할 수 없게 된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의 한 학원가 모습. <한겨레> 김진수 기자.a href=mailto:jsk@hani.co.kr>jsk@hani.co.kr
학원 선택 어떻게
이주의 교육테마 /
“엄마들이 학원을 고르는 기준은 동네마다 다르다. 압구정동에서는 학원 인테리어를 보고, 대치동에서는 몰래 수업을 엿들어보고, 지방에서는 몇 명이 함께 오면 얼마가 할인되는지를 보고 학원을 결정한다.” 학원계에 떠도는 우스갯소리다. 말 그대로 우스갯소리이지만, 그만큼 학부모들이나 학생들이 학원선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잘 쓰면 보약이지만, 잘못 선택하면 거꾸로 치명적인 독이 될 수 있는 사교육, 신중한 선택을 위해서는 ‘가이드’가 필요하다.
이 가이드는 서울대생 3121명의 공부 코드를 분석한 ‘스터디코드’ 이론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으며, 실제 컨설팅 현장에서도 쓰이고 있다. 특히 일반 학원뿐만 아니라, 개인 과외와 최근 빠른 속도로 대중화되고 있는 인터넷 강의 등 사교육의 전반적인 부분을 포함하고 있어, 그 활용도가 매우 높을 것이다.
1단계. 커리큘럼 정하기
: 무턱대고 학원부터 고르기 전에 어떤 과목, 어떤 커리큘럼이 필요한지 분석하는 것이 첫 단계다.
체크 1. 목표시험
내신의 경우 출제위원은 엄연히 학교 선생님임을 기억하자. 즉, 학교 수업이나 수업 시간에 필기한 내용을 한 번이라도 더 훑어보는 게 학원에 가는 것보다 훨씬 낫다는 뜻이다. 내신학원은 가급적 다니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학교수업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있을 때처럼 급박한 상황에서만 ‘단기적으로’ 이용한다.
수능은 사실상 사교육의 활용도가 가장 높은 시험이다. 수능 강의는 학교수업만으로 부족하기 쉬운 수능 사고력 배양에 직접적으로 도움을 줄 뿐 아니라, 내신과 논술의 일정 부분을 중복해서 포괄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학원을 수능용으로 고르는 것이 현명한 전략이다.
논술의 경우 현실적으로 고등학생이 내신, 수능을 대비하면서 논술 학원까지 다니기는 힘들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최근 논술의 출제경향 변화이다. 논술은 초기 ‘주장, 논설문’ 형식에서, 최근에는 교과목 내용을 다수 포함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즉, 교과목 내용을 심도 있게 공부하는 것이 논술 대비도 된다는 뜻이며, 이것은 수능 공부와 어느 정도 겹치는 부분이다. 고등학교 3년 동안 수능에 집중하고, 수능 끝난 직후 1~2개월 동안 단기적으로 논술의 형식적인 면을 정리해주는 학원을 이용하는 게 가장 좋은 전략이다.
체크 2. 시기
기본 틀은 이렇다. 장기계획이 필요한 수능/논술 시험을 기준으로 봤을 때, 고1,2는 수능 개념 중심의 학원, 고3 초·중반은 수능 문제풀이 학원을 선택하고, 고3 후반은 수능/논술 최종 실전연습을 위해 학원을 다니지 않는 게 원칙이다. 이 기본 틀을 바탕으로 시기별 학원을 선택한다.
학기 중에는 학교 수업과 거의 비슷한 진도로 진행되는 ‘수능 개념 학원’을 이용한다. 이렇게 학교 수업 때 미진했던 부분을 보충하거나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가면 수능과 내신 모두에 도움이 된다. 선행이나 특강 등은 방학으로 미룬다.
방학의 경우에는 다른 전략을 짜야 한다. 수능/논술/서술형 내신은 강도 높은 ‘개념 이해’가 필요하다. 방학 공부의 기본원칙은 ‘지난 학기 내용 중 이해 안 되는 부분을 완벽히 마무리하고 다음 학기로 넘어간다’가 되어야 한다. 직전 학기 내용 중 이해 안 되는 부분을 ‘선택적으로’ 보충하고, 선행수업은 이러한 보충이 모두 끝난 후에 듣는 것이 현명하다.
체크 3. 과목
수학, 과학, 사회는 학원의 도움이 가장 필요한 과목들이다. 개념에 대한 심도 있는 이해가 중요한데, 양도 많고 내용도 어려워 학교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전 단원’ 진도를 학원에서 또 듣는 것은 시간적인 부담이 너무 크다. 모르는 단원만 선택적으로 이용하는 전략적 태도가 필요하다.
언어와 외국어의 경우 최소한으로 이용하고 일정 시점부터는 혼자 공부하는 게 원칙이다. 언어는 문학작품 정리나 지문해석의 감을 잡아주는 강의, 외국어는 문법 총정리 및 독해의 기본을 잡아주는 강의를 단기적으로 듣고, 이후부터는 혼자 해 나간다. 혼자 공부해 나가다가 맥을 다시 잡아야 할 필요가 있을 경우에만 역시 단기적으로 이용한다. 이런 패턴을 반복한다.
2단계. 학원 선택하기
: 과목과 커리큘럼을 선택했다면, 이제는 여러 학원을 비교해 ‘가장 좋은 학원’을 고르는 단계다.
체크 1. 수업내용
단순히 교재의 내용을 풀어 설명해주는 개념 강의는 피한다. 교재에 없는 내용까지 깊게 파고들고, 내용 자체보다는 그 이면의 원리를 설명하며, 다른 단원과 자꾸 연결시켜 통합적으로 설명하는 강의가 수능/논술/서술형 내신 시대의 알짜 강의다.
문제 강의라도 문제 수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 단순히 문제를 많이 풀고 유형에 익숙해지게 만드는 강의는 수능/논술/서술형 내신에 맞지 않다. 적게 풀더라도 자세하게 풀이원리와 개념과의 관계를 설명해 ‘문제 통찰력’을 키워주는 강의가 좋다.
체크 2. 형식
인터넷강의는 검증된 강사, 저렴한 가격, 원하는 시간에 필요한 강의만 골라서 들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컴퓨터로 딴짓을 하지 않도록 잘 지도할 수 있다면, 좋은 수단이다. 과외는 1대1 맞춤화를 할 수 있는 장점이 있고, 자신이 필요한 단원만 선택적으로 들을 때 좋다. 반면, 검증된 강사를 구하기 힘들고, 비교적 고가라는 단점이 있다.
현장감을 좋아하고, 다른 학생들을 보면서 느끼는 라이벌 의식이 공부에 도움이 되는 학생이라면 학원을 추천할 만하다.
체크 3. 환경
학원까지의 동선과 주변환경, 같이 다니는 친구 등을 검토한다. 주위에서 들리는 학원 평판에도 귀를 기울이고, 인터넷 강의의 경우 컴퓨터의 위치나 집안 환경까지 검토해본다.
3단계. 학원 잘 다니기
: 학원을 잘 골라 등록했다고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이제부터는 100% 활용이 필요하다.
체크 1. 예습-수업-복습
좋은 학원을 열심히 골라서 등록한 순간, 그것으로 끝이라고 안심하는 학부모와 학생이 많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야 보배’라는 말이 있다. 학교 수업과 마찬가지로, 꾸준한 예·복습과 수업에 대한 강도 높은 집중은 ‘절대 불변의 원칙’임을 기억하자.
체크 2. 중간평가
앞의 1,2단계를 거쳤다면 매우 신중한 방식으로 사교육을 선택한 것이겠지만, 그래도 아직 ‘실제 그 수업이 어떠한가’는 알지 못한다. 강의가 시작되면, 주기적으로 냉정한 ‘중간평가’가 필요하다. 1,2단계에서 평가한 기준들이 제대로 구현되고 있는지 평가한다. 커리큘럼은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수업의 질은 예상과 같은지 평가한다.
아무리 잘 고른 학원이라도 학생이 못 받아들이는 경우도 많다. 뜻밖에 다른 과목 공부에 영향을 미친다거나, 숙제가 너무 많아 학교 공부에 방해가 된다거나, 체력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주기적인 체크가 필요하다. 중간평가를 했을 때 예상과 다를 경우 냉정하게 중단하고 교체해야 한다. 또 원하던 진도가 모두 끝났는데 에도 학원 측의 권유로 계속 등록을 연장하는 학부모도 적지 않다. 원하는 진도가 끝났으면 과감히 중단하고, 다시 1,2단계의 검토를 거쳐 다른 과목, 다른 커리큘럼으로 갈아타야 한다.
조남호/ ㈜스터디코드 대표, 공부법 전문가
학원 다니더라도 ‘스스로 공부’는 꼭! 학원을 잘 선택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이지만, 그 전에 반드시 기억해야 할 ‘절대 원칙’이 한 가지 있다. 역설적이지만, 최고의 학원 선택 전략은 ‘되도록 학원을 최소화한다’는 것이다. 학원을 다니게 되면, 필연적으로 다른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 바로 ‘혼자 공부하는 시간(Self Study)’이다. 이 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그래프를 보면 알 수 있다.
왼쪽 그래프는 학교 수업시간, 학원 수업시간, 혼자 공부하는 시간 모두를 합친 ‘전체 공부시간’이다. 보는 바와 같이 서울대생과 보통 고등학생의 차이가 크지 않다. 오른쪽 그래프는 전체 공부시간에서 학교, 학원 수업시간을 뺀, 순수하게 ‘혼자 공부하는 시간’의 그래프다. 왼쪽의 그래프와 달리 굉장한 차이를 보인다. 서울대생 3121명은 공통적으로 하루 평균 ‘3시간’을 혼자 공부했고, 이 시간을 엄수했다.
서울대생이라고 해서 학원을 다니지 않은 것은 아니다. 다만, 그들은 ‘혼자 공부하는 시간이 최소 3시간은 필요하다’는 원칙으로 학원을 전략적으로 선택했다는 것이다. 혼자 공부하는 시간이 필요한 이유는 수능/논술/서술형 내신이라는 ‘현실적인 이유’ 때문이다. 수능/논술/서술형 내신은 고강도의 이해와 사고력을 요구한다. 그런데 그런 이해와 사고력은 단순히 수업을 듣는 것만으로는 절대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반드시 혼자 수업 내용을 곱씹어보는 ‘스스로 하는 공부’의 과정이 필요하다.
학원 다니더라도 ‘스스로 공부’는 꼭! 학원을 잘 선택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이지만, 그 전에 반드시 기억해야 할 ‘절대 원칙’이 한 가지 있다. 역설적이지만, 최고의 학원 선택 전략은 ‘되도록 학원을 최소화한다’는 것이다. 학원을 다니게 되면, 필연적으로 다른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 바로 ‘혼자 공부하는 시간(Self Study)’이다. 이 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그래프를 보면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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