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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대학자율화와 자사고 확충, 교육문제 해결할 수 있나?

등록 2007-10-11 14:33

[교육청소년] 2010년 10월 11일 보정이의 가상 일기
이 가상일기는 이명박 후보의 ‘대학 자율화 정책’에 대한 교육시민단체의 인터뷰 내용을 바탕으로, 보다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일기 형식으로 엮은 글입니다. -편집 주

2010년 10월11일 보정이의 일기

고등학교 2학년인 나는 요즘 2학기 중간고사를 보고 있다. 예년 같으면 시험기간은 곧 전쟁기간이다. 그동안 배웠던 범위내에서 복습을 하고 학원보충과 모자란 공부를 밤샘으로 마무리하며 내신성적을 유지했다. 그도 그럴것이 작년까지만해도 대학입시에서 내신은 꽤 중요했었다. 그래서 내신, 수능, 본고사를 모두 준비해야 하는 죽음의 트라이앵글이라는 말까지 나왔었다.

우리학교는 하위등급, 대학본고사 올인위해 자퇴하다


하지만 올해 시험기간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 ‘대학 자율화 정책’으로 인해 올해 각 대학들은 본고사를 통해 학생을 선발하겠다고 발표했다. 고3이 된 선배들을 포함해 나와 같은 고2들은 완전 낙동강 오리랑 신세가 됐다. 대입에서 내신이 중요하다고해 모든걸 걸었는데,이제와서 본고사로 뽑겠다니…….

그래서인지 요즘은 시험기간이지만 이전과 같은 긴장감이 전혀 없다. 시험을 잘보기 위해 학원보충수업에 가는 친구들도 없다. 다만 지원하는 대학 시험을 준비를 위해 본고사 준비 학원에서 모든 시간을 다 보낸다. 어느새 학원에는 외고대비반이 있는 것처럼 ‘고대준비반’, ‘서울대준비반’등이 생겼다. 학교에서 교과서로 배우는 것 만으로는 대학별 고사를 준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학에 가기위한 우리의 이런 절박함을 선생님들도 아는지, 자퇴하는 친구들을 잡지 못한다. 얼마전 친한친구 4명이 자퇴를 했다. 대학별 본고사 준비에 학교 수업은 필요없다는 것이다. 나도 그 생각에 동의한다. 우리에겐 학교 공부따로 대학 본고사 공부따로 할 시간이 주어져 있지 않다.

더욱이 우리학교의 등급은 서울시내에서 하위권이다. 대학의 ‘입시 자율화 정책’ 이후 그동안 교육부가 금지했다던 3불(기여입학, 본고사,고교등급제 금지)정책이 없어졌다. 때문에 대학별 본고사가 살아났고 고등학교에 등급을 매겨 점수를 주게 된것이다.

이런 상황이니 하위권인 우리학교에서 대학갈 수 있는 방법은 자퇴하고 본고사 준비에 올인하는 것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자퇴하는 친구들 숫자가 많아지고 있다. 복잡한 마음이다.

하지만 자사고(자립형사립고)에 다니는 내 친구 얘기를 들어보면, 이 정도는 별것 아니구나라고 생각된다. 중학교 때부터 매일 밤 마다 3군데 학원을 돌며 공부해 자사고에 입학했던 내 친구는 입학과 동시에 학교 또 다른 전쟁에 돌입했다. 영어와 논술, 수학, 과학, 국어 등 다니는 학원이 5군데, 한달에 학원비만 몇 백만원이다.

첫째 동생 보라, 고교입학 위해 학원 4군데 다녀

중학교 3학년인 첫째 동생 보라는 고입준비로 매일 밤샘이다.

그래서 함께 방을 쓰고 있는 난 불을 환하게 켠채로 잠을 청해야 한다. 보라는 집 근처 인문계로 입학하길 원하지만 고교등급제 시행 이후 비평준화가 되면서 시험을 보고 학교에 입학해야 한다. 덕분에 외국어고, 과학고, 자사고는 그렇다치고 인문계 1등급 학교를 가기 위해 밤낮으로 열성이다.

그런데 쉽지 않은 모양이다. 작년에 비해 자사고를 포함한 특목고의 숫자가 많아져 상대적으로 인문계고교가 줄어들었고, 소수의 인문계 마져 등급이 매겨지면서 고교 입학경쟁은 대입경쟁보다 더욱 치열하다. 집 바로 앞에 자사고가 있지만 1년에 1천만원의 수업비와 기숙사비를 감당할 수 없어 인문계로 가야하는 내 동생이 요즘 참 가엽다.

30년전 비평준화 시절을 보냈다던 우리 삼촌은 늘 우리 첫째 동생을 보며 “그 시절보다 명문고 서열화가 더욱 심하다”며 한숨을 짓는다. 그렇기도 한것이 현재 중학생인 보라가 다니는 학원만 4군데이다. 영어, 수학, 과학, 논술…….

초등학생 막내 보은, 영어수업 따라가기 위해 영어과외 듣다

오늘은 엄마의 큰 한숨소리를 들었다. 세 자매인 우리들의 교육비가 만만치 않아 경제적으로 어려운 것 같다. 올해 초부터 엄마는 첫째 동생 고입에 필요한 학원을 보내기 위해 허드랫일을 하고 계신다. 그런데 몇일전 초등학교 5학년인 막내동생의 충격발언으로 엄마의 주름은 더 늘었다.

지난 대선공약에서 얘기됐던 ‘영어 공교육 완성 프로젝트’로 선생님들이 초등학교 수업을 영어로 하게 됐다. 그로 인해 올해 5학년이된 막내 보은이는 영어로 수업을 듣게 됐다.

그런데 며칠 전 영어실력이 또래들보다 좋았던 보은이가 가족앞에서 대성통곡을 했다. 영어로 진행하는 수업을 잘 따라가지 못해 속상했던 모양이다. 다른 친구들은 영어학원을 다니며 갈수록 실력이 늘고 있는데 반해 학원에 다니지 않는 보은이는 학교 수업만으론 버거웠나보다. ‘아무것도 알아들을 수 없다’며 소리치는 보은이에게 엄마가 영어과외를 시켜준다고 약속했다.

원래 보은이는 영어를 잘해 외국어고에 입학하길 원했다. 하지만 보은이가 외고에 입학하려면 외고대비학원에 다녀야 할것이다. 그럼 영어과외와 외고대비학원을 병행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우리 세 자매가 다니는 학원만 6군데가 된다. 작년이 생각난다.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대학자율화와 고교 다양화 정책을 내오고 결국 시행됐다. 하지만 사교육비가 줄어들긴커녕 초등학생이던 우리 막내동생은 나보다 더 각박한 학업속에 찌들어 있고, 첫째 동생은 전에 없던 학원속에 파묻혀있다. 내신이 중요하니 내신에 신경쓰라고 했던 말만 믿고 열심히 공부했던 난, 다시 대학별 본고사가 부활되어 어떻게 공부해야 하나 막막하다.

앞으로 1년, 과연 내가 좋은 대학 갈 수 있을까?

신청이 기자 tlscjddl@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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