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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아이 변화 자극제는 부모의 여유와 믿음

등록 2007-10-28 14:44수정 2007-10-28 15:00

남관희의 학부모 코칭
남관희의 학부모 코칭
남관희의 학부모 코칭 /

아침에 혼자 못 일어나는 중학생의 버릇을 고친 엄마가 있다. 아이는 다음 날이 중간고사 시작이라며 엄마에게 아침 일찍 깨워달라고 부탁했다. 엄마는 “나도 일찍 나가야 하니까 네가 스스로 일어나라”고 하며 거절했다. 아이는 약간 의아했지만, 알았다며 잠자리에 들었다. 아침에 어떤 방법으로든 깨워주던 엄마였기에 설마했던 모양이다.

엄마는 아침에 고민했다. ‘안 일어나고, 더 자면 시험에 늦을 텐데…. 중간고사가 얼마나 중요한데, 깨울까’라는 생각과 ‘아니야! 중간고사 한 번 망치더라도 지금이 아이에게 좋은 버릇을 갖게 할 수 있는 기회야’라는 생각이 오갔다. 결국 후자의 길을 택했다. 일이 손에 잘 잡히지 않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오전 11시가 되어서야 아이한테서 전화를 받았다. 아이를 달래 학교에 가게 했다. 결과적으로 중간고사 몇 과목은 망쳤지만 그 뒤로는 스스로 자기 일을 챙기는 아이가 됐다,

공부에는 별 관심이 없고 말썽을 피우던 아이를 공부 잘하게 만든 아빠도 있다. 중학교 1학년인 아이가 형편없는 중간고사 성적표를 가져왔다. 아빠는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지금 이 성적표 중에서 다음 기말고사 때 확실하게 1점이라도 올릴 과목을 정하고, 성공하면 중국음식점에서 원하는 대로 사주겠다는고 했다. 아이는 바로 체육 점수를 올리겠다고 약속했는데 정말 기말고사쯤에는 신경을 많이 쓰는 게 보였다. 90점이 넘는 점수를 받자 약속대로 맛있는 걸 사 주면서 충분히 축하해줬다. 다음 도전은 사회과목. 역시 도전에 성공했다. 이렇게 성공 체험을 하게 하고 충분히 축하해주는 것을 몇 번 되풀이하자 자연스럽게 모든 성적이 좋아져 특목고에 진학할 수 있었다. 성적 향상은 자존감을 높여주는 데도 한 몫을 했다. 착하기는 한데 가끔 못 참는 상황이 오면 주먹다짐을 해 치료비도 몇 번 물어주어야 했는데, 성적 향상과 더불어 자존감이 높아지자 주먹다짐도 없어지게 됐다.

두 사례에서 이들 부모가 다른 부모들과 가장 다른 점은 무엇인가? 나는 ‘여유’라고 생각한다. 중간고사, 기말고사 한두 번이 인생에서 중요한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큰 배움의 기회로 연결했다. 보통의 부모들은 아이들을 어떤 모습으로 변화시키려면 자동차 정비공처럼 뭔가 당장 바꿀 것을 찾는다. 좋은 부모는 정원사처럼 먼 미래의 모습을 그리며 작더라도 의미있는 일을 한다.

이런 여유는 아이들에 대한 믿음에서 출발한다. 지금 내밀기 시작한 싹 중에는 더 좋아보이는 것도 있고, 덜 좋아보이는 것도 있다. 그러나 모든 싹이 훌륭한 빛깔의 꽃을 피우고 좋은 열매를 맺게 될 것이라는 정원사로서의 믿음이 있다면 우리는 좀 더 여유를 가지고 자녀들의 근본적 변화를 모색할 수 있다.

남관희 한국리더십센터 전문교수, 한국코칭센터 전문코치 khnam@ekl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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