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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몸치’ 아이들 어찌해야 하나

등록 2005-04-10 20:11수정 2005-04-10 20:11

선생님이 말하는 교실안팎

뜀틀도 청봉 매달리기도 못하는
‘몸치’ 아이들 어찌해야 하나

초등학교 체육이 담당해야 할 몫은 어디까지일까. 아이들이 즐거워하고 재미있으면 되는 것일까. 부끄럽지만 지금까지는 그렇게 생각해 왔다. 체육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이 아이들의 흥미를 끌지 못하니 피구, 축구를 자주 하거나 전래놀이를 하면서 꽤나 아이들을 생각하는 교사인 척했다. 그런데 요즘 그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생각이 부쩍 든다. 두 가지 일이 겪고 나서 생긴 고민이다.

고민 하나. 6학년 체육은 필수 과정에 철봉이 있다. 목표는 ‘거꾸로 오르기’다. 예비단계가 제시되어 있지만, 지금 아이들 몸 상태로는 목표에 도달하려는 교사의 노력은 부질없어 보인다. 일단 손아귀에 힘이 없어 철봉에 매달리지 못하고 맥없이 떨어지는 아이들이 여럿이다. 무엇보다 해야겠다는 의지도 없고, 그저 나는 못하니 대충 넘어가 달라는 태도를 보이는 아이들도 참 많다. 그런데 어떻게 거꾸로 오르기를 할 수 있을까? 몇 차례 한 사람씩 잡고 거꾸로 올라갈 수 있도록 잡고 돌려 주지만, 그저 내 힘으로 돌아갈 뿐이다. 34명을 다 돌려 주고 나니 기진맥진한데 그래도 그렇게 한 바퀴 돌았다는 사실에서 용기를 얻기를 바랐다. 그러나 34명 가운데 두 아이만 목표에 도달했다.

고민 둘. 필수과정에 뜀틀도 있다. 곧바로 뜀틀에서 구르면 떨어지거나 다칠 것 같아 일단 매트를 깔고 구르기부터 해 보았다. 예상대로 머리 뒤통수가 닿으면서 구르는 아이가 드물었다. 이마를 매트에 대고 넘으려고 하거나 정수리를 대고 넘으려고 하는 아이가 많다. 그랬을 경우 떨어질 때 충격도 크고 잘못하면 목도 다친다. 어떤 아이는 아예 머리를 매트에 대는 시늉은 하지만, 팔로 받치지를 못하고 그냥 팩 쓰러지고 만다. 힘이 없어 보인다. 그런 아이를 데리고 뜀틀에서 구르기를 한다고? 어림없는 일이다.

이상하게 체육 교육과정 이수는 느슨해서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교사나 학부모나 국어, 수학, 과학 따위의 과목은 중요하다 생각하며 단원마다 빠뜨리지 않기를 바라면서 유난히 체육은 적당히 놀면서 넘어가길 원한다.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못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 생각한다. 우리 아이 체육 못하니까 심하게 하지 말라는 학부모의 요구를 학기 초에 어김없이 듣게 되는 것도 그런 맥락이다. 그러니 대충 축구나 피구를 하면서 체육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이 생기는 것이다. 결국 손아귀에 힘이 없어 철봉을 잡지 못하는 것도, 뜀틀에서 구르지 못하는 것도 다 그런 과정에서 생기는 일이다. 수학 한 문제 못 푸는 것은 무슨 큰일인 양 호들갑을 떨면서 철봉에 매달리지 못해도 별것 아니게 생각하는 우리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학교체육이 제자리를 찾기는 어렵다. 그러니 고민스러운 것이다. 어찌해야 하는가. 김권호/서울 일신초등학교 교사 kimbechu@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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