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적 혼란 크지만 입시 틀 흔들 수준 아니다”
다른과목 선택 학생 불이익·눈치지원 가능성
다른과목 선택 학생 불이익·눈치지원 가능성
2008학년도 대학 수학능력시험 복수 정답 인정으로 수능 성적 통지 이후 답안을 재채점하고, 수시모집 합격자 사정을 다시 해야 하는 등 적지 않은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수험생들의 심리적 혼란은 크지만, 실제 파장이 입시의 전체 틀을 흔들 수준은 아니라는 게 다수 입시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일단 파장이 미치는 범위가 자연계열로 한정된다. 인문·자연계열의 교차 지원을 허용하는 대학들도 꽤 있지만, 과학탐구 영역에 응시한 수험생들은 대개 자연계열 학과에 지원한다. 올해 전체 수능 응시자 55만588명 가운데 자연계열에 지원할 것으로 보이는 과학탐구 영역 응시자는 19만381명(34.6%)이다. 이 가운데 물리Ⅱ 과목 선택자는 1만9597명으로 과학탐구 응시자의 10.3%, 전체 응시자의 3.6%였다.
재채점 결과 1~3등급으로 한 등급씩 오른 인원은 275명이다. 하지만 등급별로 들어오고 빠져나가는 수를 계산하면 1~3등급에서 실제 늘어나는 인원은 115명에 그친다. 2등급으로 추가된 인원이 108명, 2등급에서 빠지는 인원이 52명이어서 실제 2등급 추가자는 56명인 식이다. 1등급 추가 인원은 52명, 3등급은 7명이다.
물리Ⅱ가 수능 성적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높지 않다. 수능 성적 산출 때 온전히 반영되는 언어·수리·외국어 영역과 달리 물리Ⅱ는 과학탐구 영역 8과목 가운데 1과목이다. 학생들은 보통 서너 과목을 선택하고 대학들은 이 가운데 2~4과목을 반영한다. 고려대는 언어·수리·외국어 비중이 85.8%이고, 과학탐구는 세 과목을 더해 14.2%만 반영한다. 이영덕 대성학원 평가이사는 “파장이 미치는 범위가 제한적이고, 갖는 힘도 아주 크지는 않을 것”이라며 “당사자를 제외한 수험생들의 지원 전략까지 흔들릴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제점도 적지 않다. 과학탐구 영역의 생물·화학 등 다른 과목을 선택한 학생이 물리Ⅱ 선택 학생에 견줘 등급 비율에서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복수 정답 인정으로 물리Ⅱ 1등급 비율은 5.06%에서 5.32%, 2등급은 6.58%에서 6.87%로 소폭 올랐다. 예컨대 15명을 뽑는 학과에 지원한 수험생이 물리Ⅱ 등급 상승자 영향으로 떨어진다면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수시모집에서 등급 조정으로 여러 대학에 복수 합격한 수험생은 한 곳만 선택하고 다른 대학 등록은 포기해야 하고, 정시모집 원서접수도 취소해야 하는 불편을 겪게 됐다. 서울대처럼 이미 정시모집 원서 접수를 마감한 대학의 경우, 등급 상향자들은 경쟁률을 살펴 ‘눈치지원’할 수 있는 점도 기존 접수자들과의 형평성 차원에서 문제로 지적된다.
유성룡 이투스 입시정보실장은 “당장 혼란이 있겠지만 수험생들은 동요하지 말고 원래 계획대로 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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