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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네티즌, 정치권과 맞장뜨다

등록 2007-12-26 14:37수정 2007-12-26 14:52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정치] [기획②]2007대선 정치참여의 주인으로 나섰던 네티즌
바이러스는 연말기획으로 각계각층에서 올 한해 세상을 바꾸려고 나선 주역을 선정해 보도합니다. 그들은 바로 대중문화의 일방적인 수용자에서 벗어나 자기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기 시작한 ‘팬클럽’, 대선에서 선거법 규제 속에서도 정치의 주인으로 나서려고 한 ‘네티즌’, 인권 개선을 위해 목소리를 높인 ‘수원지역 청소년’입니다. 이들이 각자의 현실에서 어떤 노력을 통해 세상을 바꾸려고 했는지 살펴봅시다. -편집자 주

인터넷의 발달은 고루하기만 했던 정치권에도 이른바 ‘선거혁명’을 불렀다. 지난 2002년 제16대 대통령 선거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네티즌들의 힘으로 당선된 후 우리사회는 불특정다수의 집합이라고 여겼던 ‘인터넷’과 ‘네티즌’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과거 선거운동원들의 유세와 후보의 연설이 선거에 대단한 영향력을 미쳤다면 미디어와 인터넷이 발달한 오늘날 TV토론회를 비롯해 실시간 인터넷뉴스, 인터넷 토론게시판 등 대선후보의 행보와 정책을 파악할 수 있는 길은 다양해졌다.

또한 네티즌이 직접 만든 동영상 같은 순수제작물인 UCC가 인기를 끌고 개인 블로그나 미니홈피를 운영하는 움직임이 활발해지면서 네티즌이 선거운동을 주도하는 강력한 힘을 가진 유권자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네티즌, 입에 재갈물린 규제에 맞서 정치의 주역으로 거듭나다

하지만 정치적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방법과 창구가 늘어나는 등 현실조건은 좋아졌음에도, 인터넷 실명제, UCC제한, 선거법 규제 등 제재가 늘어나면서 유권자들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통로가 차단됐다.

특히 네티즌들의 입에 재갈을 물린 것이나 다름 아닌 선거법의 횡포는 인터넷 공간을 넘어 현실에서 일어났다. 아무리 언론에 보도된 사실을 바탕으로 블로그 글을 작성 하거나 토론방에 리플을 달아도 그 내용이 특정후보에 유리하거나 불리하다고 판단되면 삭제되거나 경찰조사까지 받았다.

시민단체와 네티즌들은 정치적 의사표현을 가로막는 선거법을 개정하라는 기자회견을 여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시민단체와 네티즌들은 정치적 의사표현을 가로막는 선거법을 개정하라는 기자회견을 여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그러나 선거법의 과도한 규제는 오히려 네티즌들의 정치참여에 불을 지피는 계기가 됐다. 선거법이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막고 있으며 후보검증을 통해 올바른 대통령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고 있다고 강력히 주장하고 나선 것.

네티즌들은 선관위에서 삭제요청 받은 UCC를 국내 사이트가 아닌 해외사이트에 올리거나 삭제 후에도 반복해서 게시하는 등 불복종 운동을 펼쳤다. 포털사이트, 미니홈피, 블로그 등 인터넷 상에 선거UCC를 올리는 행위는 규제대상이지만 해외사이트나 이메일로 배포하는 것은 제외되기 때문.

‘대통령 이명박 괜찮은가’UCC를 제작해 경찰조사까지 받은 김연수씨는 “‘특정 후보자의 당선 혹은 낙선에 유리하고자 하는 의도’가 들어가 있는 모든 UCC가 규제대상인데, 그 기준이 너무 애매모호하다”며 “현행 공직선거법 제93조는 인터넷 상에서 네티즌들의 정치참여를 과도하게 규제하여 유권자의 알권리를 제한하는 등 역기능이 현저하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 등 6개의 시민단체도 네티즌 192명과 공동으로 선거법 93조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이들은 “공직선거법이 인터넷을 엄격하게 규제하면서 국민의 정당한 표현의 자유와 유권자로서의 정치적 권리가 중대하게 위협받고 있다”며 선거법 개정을 촉구했다.

블로거, 정치이슈 주도·1인 미디어시대 열어

네티즌들은 선거법에 대한 불만을 넘어 자신의 블로그나 포털사이트 토론방을 통해 정치적 이슈를 제기하고 주도했다. 이는 주로 메타블로그인 올블로그와 다음 블로거뉴스를 통해 폭발적으로 나타나 1인 미디어시대의 장을 열었다.

블로거로 활동하는 네티즌들은 대선과 관련한 이슈를 블로그와 인터넷 게시판에 올리며 활발한 토론을 벌였다.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블로거로 활동하는 네티즌들은 대선과 관련한 이슈를 블로그와 인터넷 게시판에 올리며 활발한 토론을 벌였다.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대선 전날까지 유권자와 정치권의 관심을 모았던 정동영 후보와 문국현 후보의 단일화에 관련해서도 네티즌들은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했다. ‘대의를 위해서 후보 간 의견을 좁히고 반부패세력의 결집을 통해 대선승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과 ‘눈앞의 당리당략을 위해 단일화 논의를 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또한 네티즌들은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상대방 후보를 비방하고 지나친 ‘네거티브’입장을 취하는 후보에게 ‘정책대결을 하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밖에 ‘군소 후보들에게도 방송토론회 기회를 균등하게 주어야 한다’, ‘선거일을 법정 공식휴일로 지정해야 한다’ 등 참신한 의견을 내놓으면 정치의 주인으로 거듭나려했다.

네티즌이 만든 유행어 ‘식사준표·양념승덕’, ‘주어 경원’, ‘허본좌’

각종 비리의혹과 네거티브가 난무했던 17대 대선, 그나마 국민들에게 웃음을 준 건 네티즌들이 만들어 낸 유행어였다.

특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BBK 주가조작은 여러 사람을 인터넷스타로 만들었다. 그 중 ‘양념승덕’과 ‘식사준표’는 아직도 네티즌들 사이에 인기어로 회자되고 있다.

양념승덕과 식사준표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양념승덕과 식사준표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이명박 후보와 김경준 측에서 서로 만난 시점이 엇갈리는 가운데 지난 11월 23일 한나라당 클린정치위원회 고승덕 변호사가 ‘결정적 자료’를 제시한다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하지만 고 변호사가 기자들의 계속된 질문에 제대로 답변을 하지 못하고 “이건 양념 정도고요”라고 말한 것이 YTN 돌발영상을 통해 알려지면서 ‘양념승덕’으로 불리게 됐다. 이 자리에 동석한 홍준표 의원도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을 하지 않고, 기자들에게 “식사하셨어요?”라는 질문해 네티즌은 ‘식사준표’라고 붙였다.

또한 이명박 후보가 BBK를 설립했다는 발언이 담긴 광운대 강연 동영상이 공개되자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내가’라는 주어가 들어가 있지 않으므로 무효라고 주장해 ‘주어 경원’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이어 네티즌들은 이를 풍자해 ‘주어 없애기’놀이에 열중하기도 했다.

이밖에 경제공화당 허경영 후보는 황당한 공약으로 인터넷 세계에서 극존칭을 나타내는 ‘허본좌’라는 별명을 얻었으며, 자녀 취업과 대학생 지지선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던 후보를 ‘위장명박’으로 꼬집었다.

선거법 개정·네티즌의 활발한 정치참여 보장해야

이는 기존 정치에 대한 불신과 혐오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네티즌들만의 방식대로 희화하고 비판하는 정치참여의 일환이었다.

온갖 선거법 규제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의사표현을 갈망하는 네티즌들의 의지와 시민의식의 성숙도가 드러났다는 점에서 이번 대선은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그러나 17대 대선이 끝난 지금, 네티즌들은 ‘침묵을 강요했던’ 이번 선거에 많은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ARMA’라는 필명으로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유명인사가 된 블로거 정승민(37세)씨는 올해 ‘우토로’, ‘선거법’, ‘대선’을 주제로 블로그 포스팅을 해왔다. 또 김연수 씨의 이명박UCC를 스크랩했다는 이유로 경찰에서 조사까지 받았다.

정 씨는 “2002년 대선이후 블로거들이 늘어나면서 올해 대선에서 네티즌이 기성언론에 대항해서 색다른 여론을 주도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며 “아직까지 온라인 상에서 블로거들의 공간이 부족하고 정보전달의 범위가 협소해 대안언론의 역할을 하기는 미흡하지만, 선거운동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치적 의사표현은 당연한 권리인데 사회적으로 경직된 분위기가 형성돼 있어서 아쉬웠다”며 “네티즌들이 의자에 앉아서 키보드만 두드리는 건 문제다. 온라인에서의 흐름을 오프라인으로도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참다운 참여민주주의를 이끌어내기 위해선 선거법을 개정하고 사이버공간에서 차단된 네티즌들의 활발한 정치참여를 보장해야 할 것이다.

김지훈 기자 news-1318virus@hanmail.net
ⓒ2007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즐겨찾기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 [기획①] 이래도 우리가 ‘빠순이’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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