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서울 이화여대 엘지컨벤션홀에서 열린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정기총회에 참석한 김신일(왼쪽)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과 신임 회장으로 추천된 손병두 서강대 총장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돈없는 사람 교육서 배제 시킨다”
“소수 엘리트 학교 빼면 들러리 전락…정부책임 방기” “내신비중 줄면 사교육 시장 커진다”
자사고·특목고 수요 늘어…온라인 업체 추가도 껑충 교육의 공공성보다 자율성을 강조하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교육 공약을 두고, 사설 학원가와 공교육 현장의 반응이 뚜렷이 갈리고 있다. ‘특수목적고·자율고 설립 권한의 지방 이양’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 등으로 특목고 등이 확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학원들은 새로운 도약기를 맞을 것으로 기대하는 반면, 학교에선 공교육이 더욱 어렵게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서울 강남의 한 특목고 입시학원 조아무개 이사는 “대학입학 자율화로 입시에서 내신 비중이 줄면, 그동안 내신 때문에 학생들이 꺼렸던 자립형 사립고·특목고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사업 환경이 좋아진 만큼, 사업 확장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목동 ㄷ학원 방아무개 원장은 “내신 부담이 줄면 입시 점수를 끌어올리려 학원을 찾는 학생들이 많아질 것”이라며 “내신이 중시될 때 빛을 보지 못한 학원 강사들도 제법 활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어 사교육 시장도 벌써부터 들썩이고 있다. 영어 전문 ㅈ학원 장아무개 부원장은 “외국어고 같은 특목고가 늘면 외국어 사교육 수요가 더욱 커질 것”이라며 “조기유학 사업과도 연계해 사업을 확대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ㅎ학원 정아무개 원장은 “대입 자율화로 본고사가 활성화되면 학생들이 학교에서만 대비할 수 없게 될 것”이라며 “사교육 시장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사교육업체들도 ‘이명박 특수’를 기대하고 있다. 메가스터디 주가는 지난해 말 25만원까지 떨어졌으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특목고 등의 설립 자율화 방침을 밝힌 이틀 뒤인 4일 29만5천원까지 치솟았다. 이명박 당선인은 “연간 30조원의 사교육비를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공언했지만,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교육 정책의 변화로 사교육 시장은 확장될 것”이라는 정반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일선 고교 교사들은 자율형 사립고 100곳 설립 공약에 이어, 특목고·자율고 지정 권한을 시·도교육청에 넘긴다는 인수위 발표에 우려를 나타냈다. 박용성 전남 여수여고 교사는 “수도권 상위권 대학들은 자사고나 특목고 학생들로 채워질 것”이라며 “돈과 능력 없는 이들을 더 확실하게 배제시키는 체제로 교육제도가 흘러갈 것”이라고 걱정했다. 허병두 서울 숭문고 교사는 “학비 부담이 큰 자사고들을 봐도, 고교 다양화 공약대로 가면 계급 간 갈등, 부익부 빈익빈을 심화시킬 것”이라며 “사교육을 부추길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김학윤 서울 잠신고 교사는 “초·중등교육은 국가가 책임을 지는 게 원칙인데, 이를 지역교육청에 넘기는 것은 책임 방기”라고 말했다.
농어촌 지역에 기숙형 공립고 150곳 설립 공약에도 비판이 제기됐다. 송승훈 경기 광동고 교사는 “예산은 그대로인데 기숙사를 지으려면 몇몇 학교에만 예산을 몰아주게 될 것”이라며 “소수 엘리트 학교들은 돋보이겠지만, 나머지 학교는 들러리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현준 김소연 기자 haojune@hani.co.kr
“소수 엘리트 학교 빼면 들러리 전락…정부책임 방기” “내신비중 줄면 사교육 시장 커진다”
자사고·특목고 수요 늘어…온라인 업체 추가도 껑충 교육의 공공성보다 자율성을 강조하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교육 공약을 두고, 사설 학원가와 공교육 현장의 반응이 뚜렷이 갈리고 있다. ‘특수목적고·자율고 설립 권한의 지방 이양’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 등으로 특목고 등이 확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학원들은 새로운 도약기를 맞을 것으로 기대하는 반면, 학교에선 공교육이 더욱 어렵게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서울 강남의 한 특목고 입시학원 조아무개 이사는 “대학입학 자율화로 입시에서 내신 비중이 줄면, 그동안 내신 때문에 학생들이 꺼렸던 자립형 사립고·특목고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사업 환경이 좋아진 만큼, 사업 확장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목동 ㄷ학원 방아무개 원장은 “내신 부담이 줄면 입시 점수를 끌어올리려 학원을 찾는 학생들이 많아질 것”이라며 “내신이 중시될 때 빛을 보지 못한 학원 강사들도 제법 활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어 사교육 시장도 벌써부터 들썩이고 있다. 영어 전문 ㅈ학원 장아무개 부원장은 “외국어고 같은 특목고가 늘면 외국어 사교육 수요가 더욱 커질 것”이라며 “조기유학 사업과도 연계해 사업을 확대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ㅎ학원 정아무개 원장은 “대입 자율화로 본고사가 활성화되면 학생들이 학교에서만 대비할 수 없게 될 것”이라며 “사교육 시장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사교육업체들도 ‘이명박 특수’를 기대하고 있다. 메가스터디 주가는 지난해 말 25만원까지 떨어졌으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특목고 등의 설립 자율화 방침을 밝힌 이틀 뒤인 4일 29만5천원까지 치솟았다. 이명박 당선인은 “연간 30조원의 사교육비를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공언했지만,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교육 정책의 변화로 사교육 시장은 확장될 것”이라는 정반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일선 고교 교사들은 자율형 사립고 100곳 설립 공약에 이어, 특목고·자율고 지정 권한을 시·도교육청에 넘긴다는 인수위 발표에 우려를 나타냈다. 박용성 전남 여수여고 교사는 “수도권 상위권 대학들은 자사고나 특목고 학생들로 채워질 것”이라며 “돈과 능력 없는 이들을 더 확실하게 배제시키는 체제로 교육제도가 흘러갈 것”이라고 걱정했다. 허병두 서울 숭문고 교사는 “학비 부담이 큰 자사고들을 봐도, 고교 다양화 공약대로 가면 계급 간 갈등, 부익부 빈익빈을 심화시킬 것”이라며 “사교육을 부추길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김학윤 서울 잠신고 교사는 “초·중등교육은 국가가 책임을 지는 게 원칙인데, 이를 지역교육청에 넘기는 것은 책임 방기”라고 말했다.
농어촌 지역에 기숙형 공립고 150곳 설립 공약에도 비판이 제기됐다. 송승훈 경기 광동고 교사는 “예산은 그대로인데 기숙사를 지으려면 몇몇 학교에만 예산을 몰아주게 될 것”이라며 “소수 엘리트 학교들은 돋보이겠지만, 나머지 학교는 들러리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현준 김소연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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