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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윤지희 “수능점수제는 성적순 줄세우는 격”
이범 “자사고 설립땐 고교서열화 될 것”

등록 2008-01-20 20:22수정 2008-01-21 14:21

이범 그래텍 이사(왼쪽)와 윤지희 교육과 시민사회 공동대표가 한겨레교육문화센터에서 이명박 당선인의 교육정책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진명선 기자 <A href="mailto:torani@hani.co.kr">torani@hani.co.kr</A>
이범 그래텍 이사(왼쪽)와 윤지희 교육과 시민사회 공동대표가 한겨레교육문화센터에서 이명박 당선인의 교육정책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새 정부 교육정책 어떻게 볼 것인가

제17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교육 ‘개혁’을 놓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쟁점도 다양하고 예측도 천차만별이라 학생과 학부모들의 혼란만 가중되는 모양새다. <함께하는 교육>이 교육 주체 처지에서 현재의 논란을 바로 보고자 윤지희 ‘교육과 시민사회’ 공동대표와 이범 ‘그래텍’(곰TV) 이사를 초청해 좌담을 열었다. 2시간이 넘게 진행된 좌담은 지난 16일 한겨레교육문화센터6층에서 진행됐다.

사회: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이 인수위원회를 통해 쏟아지고 있다. 인수위의 발표 내용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5년간의 교육정책 기조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는 큰 것으로 보인다.


윤지희(이하 윤): 인수위에서는 교육정책의 방향이나 내용에 대한 종합적인 발표를 2월초에 하겠다고 한다. 공청회 같은 사회적 의견 수렴절차 없이 그것이 가능한지 모르겠다. 관련 단체나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계획을 치밀하게 구체화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사회적 대화와 토론없이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그 내용이나 방향과는 무관하게 절차적 민주주의에 관한 문제다.

이범(이하 이): 이명박 당선인의 교육 공약에 대한 깊이있는 토론과 검토가 필요하다. 그런데 대운하 공약의 경우에는 당선인이 그 분야 전문가여서 그런지 긍정적 방향이든 부정적 방향이든지간에 매우 디테일한 측면까지 논의되는데 교육정책은 여전히 추상적 수준에 머물러 있다. 공약의 핵심은 ‘자율화’인데 이 방향으로 5년동안 갈 경우 예상되는 부작용이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 교육 분야의 경우 노무현 정부의 실패도 상당히 그런 측면이 컸는데 똑같은 잘못이 반복되지 않았으면 한다.


윤지희 〈교육과 시민사회〉 공동대표
윤지희 〈교육과 시민사회〉 공동대표
학부모들이 무릎 ‘탁’ 치는
그런 정책 제시하겠다더니…

자사고 못들어가면 이류학생 돼
대입, 수능보다 내신위주로 가야

사회: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 방향 가운데 가장 문제로 지적할 수 있는 부분이나 논란이 될 수 있는 내용은 무엇이라고 보나.

이: 대입제도를 보면 단기적으로 적절한 처방일 수 있다. 수능을 등급제에서 점수제로 바꾸고 논술을 축소한다면 학부모와 수험생들이 기존 제도에 대한 느꼈던 부당함을 불식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물론 본고사가 부활하지 않는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아무래도 핵심적 뇌관은 100곳에 이르는 이른바 자율형사립고(이하 ‘자사고’) 설립 문제다. 자사고 신입생을 기존처럼 성적대로 뽑는다면 외고와 합쳐져 고등학교가 통합서열화할 것이다. 외고 입시가 대규모로 확대된다고 보면 된다. 본고사처럼 입시제도는 단기간에 폐지가 가능하지만, 자사고는 학교이기 때문에 일단 한번 생겨나면 없애기 힘들어진다.

윤: 자사고 100곳이 만들어지면 자사고 입학을 위한 사교육이 급증할 것이다. 보통 현재 중학교에서 외고 준비를 하는 아이들이 한 반에 3,4명이라면 자사고 100곳이 들어서면 절반 이상이 그 입학을 위해 매달리게 된다. 자사고 100곳은 전체 고등학교의 5% 정도를 차지하는데 이 숫자는 서울에 있는 이른바 상위권 대학 7곳 입학 정원과 비슷하다. 5% 안에 들어가야 명문대 들어간다는 얘기가 나오게 된다. 자사고 못들어가고 일반고에 가면 ‘이류학생’이 될 것이다. 외고나 자사고가 적어서 사교육 많아졌다는 이명박 당선인 쪽의 주장은 현실을 모르는 것이다. 그리고 수능점수제 환원은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반대한다. 획일적 수업과 암기식 시험이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수능과 내신 가운데 무엇을 더 우선에 둘 것인가를 고르라고 한다면 내신 위주로 가야 한다고 본다. 대학이 수능을 더 선호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수능은 1등부터 60만등까지 줄세우는 게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그 부분에서 생각이 좀 다르다. 내신 점수에는 두 가지 맹점이 있다. 학원 다니면 점수가 금방 올라가는 게 내신 점수다. 내신 위주 대입 제도가 발표된 2004년의 이듬해인 2005년에 사교육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또 하나는 30%에 이르는 비평준화지역의 상위권 학생들 문제다. 대도시에서는 체감이 안 되지만, 2005년과 2006년 중소도시에서는 내신 때문에 전학가는 학생들이 많았다. 내신 강화가 실제로 긍정적 성과를 거두려면 비평준화지역의 문제를 풀어야 한다. 왜 500명 단위의 입시지옥이 60만명 단위의 입시지옥보다 덜한 것이라고 보는지 이해할 수 없다.

또 내신 교육의 획일성에서 탈피하려면 교사들에게 가해지는 관료적 통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내신이 강화되면 사교육이 줄어들 것이라고 본, 참여정부의 판단은 섣부른 것이었다. 이명박 정부의 정책들도 비슷하다.

윤: 비평준화 지역 상위권 학생들의 불이익 가능성에 대한 지적은 타당하다고 본다. 그러나 그것이 내신 위주 정책으로 가지 못하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현재의 외고나 자사고에서도 그런 문제는 나타난다. 그런 학교들의 어려움은 다른 방식으로 풀어야지 내신의 비중을 줄이는 방식으로 가서는 안 된다. 상위권 고등학교와 그 외 고등학교로 나뉘어 있는 지금의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 비평준화지역의 경우에는 지역여론을 설득하면서 평준화로 가야 한다. 내신 중심으로 간다는 발표가 났을 때 그 해의 비평준화지역의 특정학교 경쟁률이 상당히 떨어지기도 했다. 그 후 대학들이 수능 중심으로 간다고 하니까 다시 경쟁이 심해졌다.

교사 통제 부분을 얘기했는데, 학교 교육의 질을 높이는 사례들은 많이 나타나고 있다. 도리어 그런 점이 입시에 반영되지 못하기 때문에 지속적인 발전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관료적 통제 때문에 내신을 못한다고 하면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된다.


이범 그래텍(곰TV) 이사
이범 그래텍(곰TV) 이사
수능점수제로 전환·논술 축소
단기적으론 적절한 처방

내신강화 대입제도 문제 많지만
본고사 부활 움직임 차단 필요해

이: 우리나라처럼 붕어빵 교과서로 가르치면서 통제가 없다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검인정 교과서라고 하지만 사실상 국정교과서다. 소단원 제목까지 똑같고, 교과서에 포함될 것과 포함되어서는 안 되는 것까지 상세한 지침이 있다. 다양한 교육이 이뤄질 수 없다. 관료적 통제를 온존한 상태에서 내신을 강화하는 것은 학생들을 더욱 지옥으로 내모는 일이다. 대입 제도의 목표가 특정지역이나 특정학교에 불이익을 주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내신이 지니는 긍정적 함의와 부정적 함의가 동시에 존재하기 때문에 서울대의 지역균형선발 제도 같은 것을 국공립대를 중심으로 확대하면 ‘지역쿼터제’로서의 의미를 지닐 수 있다.

사회: 교육부도 정부 조직 개편의 대상이었다. 교육부의 부처 통합이나 특정 업무의 지방교육청 이관은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나.

이: 꼼꼼히 따져보면 사실 교육부는 해체된 것이 아니다. 그대로 남았다. 오히려 과학기술부가 해체된 것에 가깝다. 또 통폐합 조처가 완전 자율화를 뜻하지도 않는다. 교육부 역시 대학이 본고사를 치르겠다고 하면 개입하지 않겠나. 솔직하게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게 좋다고 본다. 그래야 학부모나 학생, 교사들도 미래를 예측할 수 있게 된다.

윤: 대학입시 업무의 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 이관도 이해하기 어렵다. 공약에도 나오지 않았던 부분이다. 대교협이라는 곳에 대해서 국민들도 잘 모른다. 실무능력과 행정능력도 갖춰져 있지 않았고, 대학 총장들의 네트워크일 뿐인데 그곳에 그런 권한을 주는 근거를 알기 어렵다. 앞으로 대입 제도 결정권 전부를 그곳에 넘긴다는 것인지, 어떤 의미인지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

사회: 학벌이 유력한 사회적 자본인 학벌주의 사회나 이를 구조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는 서열화된 대학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입시지옥은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것 아닌가. 이에 대한 문제의식은 정책방향에 별로 나타나 있지 않은 것 같다.

이: 자사고 문제와 본고사 부활 움직임을 막는 일이 급선무이지만, 그 일이 끝난 뒤에는 대학서열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본다. 궁극적으로는 스웨덴이나 프랑스식 대학평준화가 대안일 수 있지만, 사립대를 모두 없애야 하는 등 현실적합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가능한 방법을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하버드나 메사츠세츠공대(MIT) 같은 곳을 보면 학부 입학생의 절반 이상이 고등학교 체육반에서 활동한 경력이 있다. 우리 사회도 엘리트나 리더에 대한 철학을 바꿔야 입시제도도 변할 수 있다.

윤: 공부가 기쁨이 아니라 고통인 사회는 건강하지 않다. 초등학교 1학년때부터 12년 동안을 그런 고통을 겪게 되면 대학 이후의 삶을 창의적으로, 경쟁력 있게 살아갈 수 없다. 이명박 당선인이 학부모들이 무릎을 탁치는 교육정책을 내놓겠다고 했는데 지금 방향은 그렇지 않다. 아이들이 여유를 가지고 자신의 생각을 키울 수 있는 교육정책이 나와야 한다.

<대담>

윤지희 교육과 시민사회 공동대표

이범 그래텍(곰TV) 이사, EBS 강사

사회·정리: 김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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