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19일 전남대에서 열린 전교조 참교육실천대회에서 프랑스의 프레네 교육 전문가들이 교사들에게 프레네 교육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
[교실 밖 교실] 전교조 프 전문가 초청해 ‘참실대회’
현지탐방·세미나 등으로 연구해와
자발성 바탕한 학습 돕는게 핵심
“교사들 사이 협동·교류 배워야” 프랑스의 초등학교 교사 셀레스탱 프레네(1896~1966)가 공교육 개혁을 위해 창안한 프레네 교육은 독일의 발도르프 교육, 이탈리아의 몬테소리 교육과 함께 20세기 유럽 교육개혁운동의 큰 흐름을 차지하고 있는 교육사상이다. 그러나 유럽에서 중요한 개혁 교육사상으로 자리잡은 이 프레네 교육은 발도르프 교육이나 몬테소리 교육에 견줘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그 이름 자체가 생소한 편이다. 1989년 창립 이래 학교 현장에서 참교육 운동을 펼쳐 온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한국의 공교육 상황에서 프레네 교육의 실천 가능성을 모색하는 데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전교조는 16~19일 전남대에서 1400여명의 조합원들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제7회 전국참교육실천대회에 프랑스의 프레네 교육 전문가 두 명을 초청했다. 이들은 첫날 열린 교육정책마당을 비롯해, 초등교육과정, 특수교육, 대안교육, 학생자치, 학급운영, 학교자치, 수학교육, 도덕교육 등 8개 분과에 특별 강사로 참여해 프레네 교육의 철학과 특징 등을 소개했다. 프레네 교육과 전교조의 만남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전교조는 공교육의 대안을 찾기 위한 참교육 연구·실천 사업의 하나로 2006년 1월, 2007년 1월 두 차례에 걸쳐 프레네 학교를 포함한 유럽의 개혁학교 현장을 둘러봤다. 지난해 8월에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프레네 교육 국제연수 및 국제학술대회에 참가했다. 전교조 조합원들이 중심이 돼 꾸린 ‘새로운 학교 연구 모임’에서도 학교 혁신 모델의 하나로 프레네 교육을 공부해 왔다. 전교조는 이번 참교육실천대회 프레네 특강에 이어 21일부터 23일까지 국내와 프랑스 프레네 교육 전문가를 강사로 초빙해 ‘자발성이 살아 숨쉬는 프레네 교육’ 직무연수를 진행하고 있다. 전교조 참교육실 진영효 정책국장은 “프레네 교육은 전교조가 지향하는 참교육 운동의 방향과 많은 유사점을 갖고 있다”며 “프레네 교사들과의 국제적인 연대가 공교육 테두리 안에서 대안을 찾는 데 충분한 상상력을 불어넣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전교조가 프레네 교육에 주목하는 가장 큰 이유는 프레네 교육이 ‘공교육 안에서의 대안적인 교육’으로 출발했다는 데 있다. 같은 공교육 개혁 모델이지만, 발도르프 학교는 기존의 학교체제 밖에 있는 별도의 사립학교 형태로 설립된다는 점에서 프레네 교육과는 차이가 있다. 프레네 교육은 별도의 학교를 세우기보다는 뜻있는 교사들이 기존의 공립학교를 프레네 방식으로 바꾸거나, 자기가 맡고 있는 학급에서 프레네 방식을 실천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다른 교사들이 기피하는 열악한 지역의 학교로 프레네 교육을 지향하는 교사들이 집단적으로 전근을 신청해 프레네 학교로 바꾸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이런 방식의 공교육 개혁 사례는 한국에서도 그리 낯설지만은 않다. 공립학교로는 드물게 입학 문의가 끊이지 않아 전학을 제한해야 할 정도로 학부모들의 호평을 받고 있는 경기 광주 남한산초등학교와 충남 아산 거산초등학교, 경북 상주 남부초등학교 등은 전교조 교사들이 폐교 위기에 처한 시골 학교에 한꺼번에 들어가 새로운 학교로 탈바꿈시킨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전교조가 프레네 교육의 실천 방식을 참교육 운동과 일맥상통한다고 보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전교조의 유럽 개혁학교 탐방연수단 단장인 김영주 대전 봉암초 교사(전교조 대전지부 수석부지부장)는 “입시를 목적으로 한 교육이 아니라 자발성에 기초한 학습을 통해 학생들에게 스스로 자기 삶을 살아갈 힘을 길러주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프레네 교육은 전교조의 지향과 상당히 일치한다”며 “프랑스에서도 기존 공교육에 문제의식을 느낀 교사들이 프레네 교육을 돌파구로 삼고 있고, 이를 통해 학생들을 변화시키는 데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사와 함께 두 차례 연수에 참가한 신은희 충북 청원 비봉초 교사는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프레네 학교에서 이뤄지는 몇 가지 실천 내용이 아니라 교사들의 협동과 소통, 공유라는 프레네 교육의 형식”이라며 “전교조가 앞장서서 교과와 학년을 뛰어넘는 교사들 사이의 교류와 협력을 조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광주/글·사진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프 교사들 주어진 자율성 적극 활용 한국과 비슷한 여건 속 차이점 전교조 참교육실천대회에 참가한 교사들은 프랑스에서 온 프레네 교육 전문가들을 만난 자리에서 많은 질문을 쏟아냈다. 이를 통해 프레네 교육의 한국적 적용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타진했다. 교사들의 가장 큰 관심은 프랑스 교사들은 교육과정을 얼마나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지였다. 공립학교에서 학생들이 저마다 자기 진도를 갖고 학습을 조직하는 ‘자기진도조절학습’을 한다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는 질문이 많았다. 교사들은 “프랑스에서는 정부가 총론만 제시할 뿐, 교사들이 자율적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교과서도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는 설명을 듣고서야 고개를 끄덕였다. 전교조 참교육실 진영효 정책국장은 “프레네 교사들은 프랑스의 모든 교사들에게 주어진 자율성을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교사들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교육과정 운영의 자율성에서는 한국과 큰 차이가 났지만, 교육 여건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프랑스 프레네 학교의 학급당 학생수는 20~35명으로 우리보다 약간 적었으나, 교사 한 명이 10여 개의 과목을 가르치고, 주당 수업시수가 26시간에 이르는 점 등은 우리와 차이가 없었다. 김영주 교사는 “이런 여건에서도 아이들 하나하나를 배려하는 개별화 교육이 가능한 것은 프레네 교사들의 헌신성과 교육과정 운영의 자율성, 전국의 프레네 교사들이 수많은 수업자료들을 나누고 공유하는 연대 정신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종규 기자
자발성 바탕한 학습 돕는게 핵심
“교사들 사이 협동·교류 배워야” 프랑스의 초등학교 교사 셀레스탱 프레네(1896~1966)가 공교육 개혁을 위해 창안한 프레네 교육은 독일의 발도르프 교육, 이탈리아의 몬테소리 교육과 함께 20세기 유럽 교육개혁운동의 큰 흐름을 차지하고 있는 교육사상이다. 그러나 유럽에서 중요한 개혁 교육사상으로 자리잡은 이 프레네 교육은 발도르프 교육이나 몬테소리 교육에 견줘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그 이름 자체가 생소한 편이다. 1989년 창립 이래 학교 현장에서 참교육 운동을 펼쳐 온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한국의 공교육 상황에서 프레네 교육의 실천 가능성을 모색하는 데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전교조는 16~19일 전남대에서 1400여명의 조합원들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제7회 전국참교육실천대회에 프랑스의 프레네 교육 전문가 두 명을 초청했다. 이들은 첫날 열린 교육정책마당을 비롯해, 초등교육과정, 특수교육, 대안교육, 학생자치, 학급운영, 학교자치, 수학교육, 도덕교육 등 8개 분과에 특별 강사로 참여해 프레네 교육의 철학과 특징 등을 소개했다. 프레네 교육과 전교조의 만남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전교조는 공교육의 대안을 찾기 위한 참교육 연구·실천 사업의 하나로 2006년 1월, 2007년 1월 두 차례에 걸쳐 프레네 학교를 포함한 유럽의 개혁학교 현장을 둘러봤다. 지난해 8월에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프레네 교육 국제연수 및 국제학술대회에 참가했다. 전교조 조합원들이 중심이 돼 꾸린 ‘새로운 학교 연구 모임’에서도 학교 혁신 모델의 하나로 프레네 교육을 공부해 왔다. 전교조는 이번 참교육실천대회 프레네 특강에 이어 21일부터 23일까지 국내와 프랑스 프레네 교육 전문가를 강사로 초빙해 ‘자발성이 살아 숨쉬는 프레네 교육’ 직무연수를 진행하고 있다. 전교조 참교육실 진영효 정책국장은 “프레네 교육은 전교조가 지향하는 참교육 운동의 방향과 많은 유사점을 갖고 있다”며 “프레네 교사들과의 국제적인 연대가 공교육 테두리 안에서 대안을 찾는 데 충분한 상상력을 불어넣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전교조가 프레네 교육에 주목하는 가장 큰 이유는 프레네 교육이 ‘공교육 안에서의 대안적인 교육’으로 출발했다는 데 있다. 같은 공교육 개혁 모델이지만, 발도르프 학교는 기존의 학교체제 밖에 있는 별도의 사립학교 형태로 설립된다는 점에서 프레네 교육과는 차이가 있다. 프레네 교육은 별도의 학교를 세우기보다는 뜻있는 교사들이 기존의 공립학교를 프레네 방식으로 바꾸거나, 자기가 맡고 있는 학급에서 프레네 방식을 실천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다른 교사들이 기피하는 열악한 지역의 학교로 프레네 교육을 지향하는 교사들이 집단적으로 전근을 신청해 프레네 학교로 바꾸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이런 방식의 공교육 개혁 사례는 한국에서도 그리 낯설지만은 않다. 공립학교로는 드물게 입학 문의가 끊이지 않아 전학을 제한해야 할 정도로 학부모들의 호평을 받고 있는 경기 광주 남한산초등학교와 충남 아산 거산초등학교, 경북 상주 남부초등학교 등은 전교조 교사들이 폐교 위기에 처한 시골 학교에 한꺼번에 들어가 새로운 학교로 탈바꿈시킨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전교조가 프레네 교육의 실천 방식을 참교육 운동과 일맥상통한다고 보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전교조의 유럽 개혁학교 탐방연수단 단장인 김영주 대전 봉암초 교사(전교조 대전지부 수석부지부장)는 “입시를 목적으로 한 교육이 아니라 자발성에 기초한 학습을 통해 학생들에게 스스로 자기 삶을 살아갈 힘을 길러주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프레네 교육은 전교조의 지향과 상당히 일치한다”며 “프랑스에서도 기존 공교육에 문제의식을 느낀 교사들이 프레네 교육을 돌파구로 삼고 있고, 이를 통해 학생들을 변화시키는 데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사와 함께 두 차례 연수에 참가한 신은희 충북 청원 비봉초 교사는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프레네 학교에서 이뤄지는 몇 가지 실천 내용이 아니라 교사들의 협동과 소통, 공유라는 프레네 교육의 형식”이라며 “전교조가 앞장서서 교과와 학년을 뛰어넘는 교사들 사이의 교류와 협력을 조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광주/글·사진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프 교사들 주어진 자율성 적극 활용 한국과 비슷한 여건 속 차이점 전교조 참교육실천대회에 참가한 교사들은 프랑스에서 온 프레네 교육 전문가들을 만난 자리에서 많은 질문을 쏟아냈다. 이를 통해 프레네 교육의 한국적 적용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타진했다. 교사들의 가장 큰 관심은 프랑스 교사들은 교육과정을 얼마나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지였다. 공립학교에서 학생들이 저마다 자기 진도를 갖고 학습을 조직하는 ‘자기진도조절학습’을 한다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는 질문이 많았다. 교사들은 “프랑스에서는 정부가 총론만 제시할 뿐, 교사들이 자율적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교과서도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는 설명을 듣고서야 고개를 끄덕였다. 전교조 참교육실 진영효 정책국장은 “프레네 교사들은 프랑스의 모든 교사들에게 주어진 자율성을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교사들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교육과정 운영의 자율성에서는 한국과 큰 차이가 났지만, 교육 여건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프랑스 프레네 학교의 학급당 학생수는 20~35명으로 우리보다 약간 적었으나, 교사 한 명이 10여 개의 과목을 가르치고, 주당 수업시수가 26시간에 이르는 점 등은 우리와 차이가 없었다. 김영주 교사는 “이런 여건에서도 아이들 하나하나를 배려하는 개별화 교육이 가능한 것은 프레네 교사들의 헌신성과 교육과정 운영의 자율성, 전국의 프레네 교사들이 수많은 수업자료들을 나누고 공유하는 연대 정신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종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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