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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불확실성의 시대’…다양한 체험으로 ‘진로’ 눈떠야

등록 2008-02-03 17:15수정 2008-02-14 10:44

정연순의 진로교육 나침반
정연순의 진로교육 나침반
진로교육 / 정연순의 진로교육 나침반

인류역사에서 아이들이 진로를 준비하게 된 때는 그리 오래전이 아니다. 예전에는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 무엇을 하며 살까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자연스럽게 부모의 일을 도우며 자라났고, 어른이 되면 부모가 하던 일을 물려받았다. 별도의 직업 선택과 준비가 필요해진 것은 산업사회 이후의 일이다. 근대에서 진로 준비는 가정이 아니라 학교의 역할로 옮겨졌다. 하지만 이때의 진로 결정이 그렇게 복잡한 일은 아니어서 사람들은 대부분 학업성취에 따라 진로를 선택했다. 학업에 열중하여 좋은 성적을 얻는 것이 좋은 직업을 준비하는 길이었고, 학교를 졸업하고 들어간 직장에서 평생을 보내는 것을 당연한 일로 여겼다.

그런데 최근에는 사회의 변화가 너무 빨라서 아이들이 어른이 될 십여년 뒤에는 어떤 직업을 가질 수 있을지 짐작하기 어려운 지경이다. 더 많은 기술과 지식을 배우느라 직업세계의 진입은 늦어지지만, 막상 어렵게 얻은 직장에서 일할 수 있는 기간은 점점 짧아지고 실업에 대한 불안도 커지고 있다. 영어공부와 취직준비에 매달리는 대학생들도 자신의 진로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한 취업 포털 회사의 설문조사에 응한 대학 4학년 가운데 아직 진로를 결정하지 못한 사람의 비율이 40.5%나 됐다고 한다. 무작정 취업준비에만 매달리며 장래에 대한 불안을 달래는 청년들이 많다는 이야기다. 교육세계와 일의 세계가 자연스럽게 연결되기 어려운 시대의 현상이다.

예측이 불가능한 시대, 학생들은 다양한 체험을 통해 삶을 준비하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 사진은 진로체험 학습에 참여한 중학생들 모습.
예측이 불가능한 시대, 학생들은 다양한 체험을 통해 삶을 준비하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 사진은 진로체험 학습에 참여한 중학생들 모습.


그러니 이제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진로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흐름이다. 작년 말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이 공인중개사 자격증 시험에 최연소 합격하여 작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경기도 능곡고등학교 2학년 김수미 양이다. 학교 공부에 큰 재미를 못 느끼는 딸에게 어머니는 공인중개사 자격시험을 권했다고 한다. 그런데 자격증 시험 준비를 하며 오히려 공부의 재미를 알게 된 김양은 법과대학에 진학하여 관련된 공부를 계속하려는 계획을 세우게 되었다고 한다. 자격증과 함께 얻은 자신감과 보람이 김양의 진로 선택에 기반이 되었으리라. 어른이 된 뒤 공인중개사 자격증이 어떻게 쓰일지 알 수 없지만, 시험 준비과정에서 얻은 성취의 경험은 김양의 삶에 중요한 자산이 될 것임은 틀림없다.

예측이 가능한 시대와 그렇지 않은 시대에는 삶을 준비하는 전략이 달라져야 한다. 이제 학교에 다니는 것만으로 진로가 마련되리라는 기대를 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저절로 주어지지 않으니 선택하고 계획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불확실성의 시대에는 체험을 통한 성취의 보람, 몰입의 경험을 가져 본 아이들만이 자신의 삶을 기획하고 운영할 전략적 원칙들을 체득해 갈 수 있다. 아이들에게 입시 경쟁에 매달리는 것 말고도 다른 선택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다양한 삶의 영역을 체험하게 하며, 스스로의 활동을 기획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해 주는 일은 이 사회와 어른들이 해야 할 몫이다.

한국고용정보원 진로교육센터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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