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미의 진로교육 나침반
이로미의 진로교육 나침반 /
유명 연예인의 자녀가 연예인이 되거나 정치인인 부모의 뒤를 이어 정치에 입문하는 사람을 종종 보게 된다. 이를 보면 자녀의 진로를 결정하는 데 부모의 영향이 크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그러나 자녀의 진로지도에 과연 어떻게 개입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부모들이 많은 실정이다.
자녀의 진로지도에 많은 에너지를 투입하는 부모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헬리콥터 부모’ 란 부모가 마치 헬리콥터처럼 자녀의 주변을 맴돌며 사사건건 아이와 관련한 결정을 내리는 것을 빗대어 생긴 신조어다. 진로처럼 중요한 의사결정을 이런 부모들이 소홀히 할 리 없다.
엊그제 텔레비전에서 본 한 초등학교 5학년 학생의 인터뷰가 떠오른다. 부모 손에 이끌려 학원으로 온 아이들 가운데 한 학생을 붙잡고 열심히 공부하는 이유를 물었다. “엄마가 과학고등학교 나와서 의사 되래요.” 아이의 말에서 의사가 되는 주인공은 ‘나’가 아니라 ‘엄마’처럼 느껴진다.
동네 학부모들이 삼삼오오 이야기할 때도 부모들은 항상 어려서부터 확실한 진로를 ‘정해’주어야 한다는 데 찬성한다. 이처럼 부모들 스스로 자녀 진로지도에 나서고 있는 것이 현재의 추세다. 그러나 어떻게 개입해야 할까?
우선 부모부터 알고 있는 직업의 종류가 몇 개쯤인지 자문해 보기를 권한다. 몇 십 개를 넘어가는가? 그중에 내 아이를 위한 직업들을 선택하라면 정말 한 손에 꼽힐지도 모른다. 부모 자신이 선망해온 전문직 몇 개면 그뿐, 그 다음은 구체적으로 어떤 학교를 다녀야 할 것까지 정해주기도 한다. 또는 고용 안정성이 최고라며 공무원 등의 직업을 은근히 권하는 수도 있다. 그러나 부모의 좁은 진로지식으로 진로를 일방적으로 강조하면 자녀의 진로 결정에 왜곡된 영향을 줄 수 있다. 부모가 살아온 과거의 직업정보나 선망해온 직업의 이미지에 의존해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의 진로를 계획하고 지도하며 아예 ‘정해’ 주어서는 곤란하다. 그 사이 도시지역 의사의 수는 포화상태이고 ‘공무원 신화’도 깨져가고 있다.
우리나라 부모들의 높은 교육열은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다. 영재교육, 영어연수, 조기유학으로 인한 기러기 아빠와 펭귄 아빠의 등장…. 자녀 진로지도에 대한 에너지는 이토록 충분한데 다만 방향과 전문성이 문제다. 부모는 아이들의 잠재력을 어떻게 키워줄 수 있을지 고민하고 그 고민에 걸맞은 진로지도 전문성을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우리 사회에는 부모의 진로지도 능력을 키워줄 시스템이 거의 존재하지 않았는데, 최근 한국고용정보원의 ‘커리나비’(CAREer NAVIgation)를 비롯해 진로지도에 관심을 가진 부모를 지원할 수 있는 진로교육 프로그램이 생기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진로 관련 자료를 탐독하고 자녀들과 대화를 나눠보는 부모의 모습에서 진로교육에 관한 진지한 성찰이 시작될 것이다.
이로미 한국고용정보원 진로교육센터 부연구위원

진로교육에서는 부모의 구실이 매우 중요하다. 자녀가 어떤 적성과 흥미를 갖고 있는지 충분한 대화 시간을 가져주는 게 좋다. 권복기 기자
이로미 한국고용정보원 진로교육센터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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