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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부모는 자녀의 중요한 역할모델”

등록 2008-03-02 16:44수정 2008-03-02 16:54

진로교육에서 가정의 구실이 강조되는만큼 부모는 제대로 된 진로교육 정보를 수집할 필요가 있다. 진학설명회 위주로 부모 대상 교육을 실시하는 학교 풍토도 변화해야 한다. 사진은 돌마고에서 열린 학부모 대상 진로교육 강연회의 모습이다. 사진 돌마고 제공
진로교육에서 가정의 구실이 강조되는만큼 부모는 제대로 된 진로교육 정보를 수집할 필요가 있다. 진학설명회 위주로 부모 대상 교육을 실시하는 학교 풍토도 변화해야 한다. 사진은 돌마고에서 열린 학부모 대상 진로교육 강연회의 모습이다. 사진 돌마고 제공
진로교육
진로교육을 바로 세우자!

① 왜 진로교육인가?
② 진로교육의 현주소
③ 진로교육의 출발, 가정
④ 학교와 사회의 역할

“깊이 알면 다들 개성 있는 아이들이죠. 그런데 생활기록부를 보면 모두 같은 애들처럼 보여요. 어떻게 이 많은 아이들이 똑같이 공무원 아니면 교사를 꿈꾸나 싶죠. 학기 초, 내가 데리고 있을 때만은 자기 적성을 확실히 찾아줘야지, 그 개성들이 드러나게 해줘야지 욕심을 부려보지만 항상 어려워요.”

경기도 안산의 한 중학교에 근무하는 이아무개(36) 교사의 말이다. 새학기가 시작되면 아이들에게 적성을 찾아줘야지 하고 굳게 결심한다. 생활기록부에 자기 적성이라도 제대로 쓰게 해주고 싶다. 그러나 이런 결심을 이루지 못하고 학기를 마치는 게 벌써 6년째다. 그는 “부모님들이 진학만큼 진로에 관심을 쏟는다면 이 숙제가 쉽게 풀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부모 바라는 직업 지나친 강요 부작용 커
아이가 관심있는 분야살펴 ‘꿈’ 키워줘야


입시 위주의 교육에 몰리면서 학교가 단순히 지식과 기능을 가르치는 곳이 되고 있다. ‘진학’만을 놓고 몰두한 탓에 ‘진로’는 뒷전으로 밀려난 지 오래다. 그래도 진로교육을 의욕적으로 해보려는 교사들은 많다. 이런 교사들에게 학부모의 도움은 절대적이다. 교사 한 명이 35명이 넘는 학생들의 적성과 흥미, 성격 등을 훤히 꿰긴 어렵기 때문이다.

진로교육에 관한 한 부모의 지도만큼 효과가 큰 것이 없다. 2006년 말, 노동부에서 전국 15~34살 남녀 1000명(남자 511명, 여자 489명)을 상대로 조사한 ‘청소년기 직업 및 진로 교육 필요성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청소년기 직업관 형성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로 전체 응답자의 27.9%가 ‘부모 및 가족’이라고 답했다. 사회 저명인사, 학교 선생님의 영향력은 각각 5위(7.7%), 6위(7.2%)로 낮았다. 경인교대 교육학과 황매향 교수는 “산업화 이후 부모 직업을 가업으로 물려받는 일은 거의 없어졌지만 부모는 여전히 자녀의 중요한 역할모델”이라고 말했다. 일에 대한 태도와 기본적인 직업가치관 등에서 영향을 받는 것은 부모라는 얘기다.

그런데도 학부모들의 진로에 대한 의식수준은 여전히 낮다. 교육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지난해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서 조사한 진로교육 지표조사를 보면, 가정의 경제적 여건이 진로에 영향을 준다고 보는 학생들이 많았다. 초등학생 4565명 가운데 92.0%, 중학생 4441명 가운데 89.2%, 고등학생 6972명 가운데 84.1%가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교사들은 진로교육에 대한 학부모의 의식이 돈 많은 집이나 그렇지 않은 집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환경에 있는 학부모들은 진로에 관심이 많다고 하지만, 이는 ‘진학’에 대한 관심이지 ‘진로’에 대한 관심은 아니다. 한국청소년상담원 상담팀의 송은미씨는 “진로에 그나마 관심이 있어 상담을 신청해 학생과 함께 방문하는 부모님들이 ‘우리 아이가 성적이 잘 안 나와요’라는 푸념부터 한다”고 전했다.

?직업에 대한 학부모들의 의식도 비현실적이다. 능곡고 김태희 교사는 “아이의 현실은 모르고 안정적이라고 하는 교사나 공무원, 돈 잘 버는 경영인, 의사, 변호사 등의 직업을 선호하는 부모들이 여전히 많다”고 했다. 학생들은 각종 매체를 접하면서 현실적이며 구체적인 미래를 설계하는 데 반해, 부모들의 눈높이는 여전히 지나치게 편중돼 있는 것이다. 지난해 말 한국고용정보원이 조사한 결과에서도 중ㆍ고ㆍ대학생 300명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46%가 부모와 학생이 원하는 직업에 차이가 있다고 답했다. 이런 차이는 학부모들이 스스로 이루지 못한 꿈을 자녀에게 강요하는 데서 비롯되기도 한다. 한국고용정보원 직업정보센터 이랑 연구원은 “이것이 바로 우리나라 부모들이 진로에 관해 자주 범하는 실수 가운데 하나”라고 설명했다.

진로와 직업관 형성에 부모 의존도가 높은 것은 한국 사회에서 두드러지는 특징이다. 한국고용정보원 진로교육센터 노경란 부연구위원은 “끈끈한 가족애를 강조하는 사회ㆍ문화적인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는 부모 스스로도 자신의 기대를 자식에게 많이 투영하는 편이고 자녀들도 부모가 준 만큼 기여해야 한다는 생각이 깊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올바른 진로지도를 위해 부모 스스로 진로에 대한 개념을 제대로 정립하고 있는지 살피는 게 우선이다. 경기도 분당 돌마고 학부형 김인례씨는 학교에서 열리는 부모 진로교육을 통해 뒤늦게 진로에 대한 관심을 키웠다. 고3 아들이 이공계에 진학할 것을 기대했는데, 정작 아들은 교사나 법조인이 될 꿈을 꾸고 있었다고 한다. 그는 “대화가 쉽지는 않았지만 아들과 얘기하는 과정에서 부모의 과욕이 아이를 망칠 수 있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고 했다.

반면 부모의 과욕 자체가 부러운 아이들도 꽤 많다. 동해 삼육고 마혜영 교사는 “교육전산망을 통해 학부모와 교육 정보를 공유할 환경은 마련됐지만 성적 외에 생활기록부 등의 학생 자료에 관심을 두는 학부모는 거의 없다”며 “생활기록부의 ‘부모란’을 직접 작성하는 학생들도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진로를 찾아주려면 내 아이가 어떤 성격인지, 뭘 좋아하는지 등 기본적인 관심을 쏟는 것이 절실하다는 당부다.

김청연 기자 carax3@hani.co.kr


부모의 꿈 변천사 들려주며
‘자녀의 꿈’이야기 나눠보길

‘커리나비’ 개발참여 황매향 교수


‘커리나비’ 개발참여 황매향 교수
‘커리나비’ 개발참여 황매향 교수
가정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는 진로교육은 무엇일까? 경인교대 교육학과 황매향 교수에게 가정 내 진로교육에서 필요한 것을 물었다. 그는 한국 고용정보원의 자녀 진로지도 프로그램 ‘커리나비’(CAREer NAVIgation) 개발에 참여했고, <진로탐색과 생애설계> 등을 쓴 바 있다.

- 자녀의 적성과 흥미를 찾아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 적성과 흥미는 타고나는 측면과 길러지는 측면이 모두 있다. 어리면 어릴수록 길러지는 면에 초점을 둬야한다. 부모들은 자신이 바라는 방향의 적성이나 흥미를 보이면 쉽게 발견하고, 그 발달을 촉진하려 온갖 지원을 하지만, 부모가 바라지 않는 분야에서 적성이나 흥미를 보이면 무시하거나 못하게 한다. 자신의 욕구를 자제하면서 자녀의 적성과 흥미를 발견해야 한다. 적성, 흥미는 어떤 활동에 노출되지 않고서는 발견될 수 없기 때문에 가능한 여러 활동을 해볼 수 있게 기회를 줘야한다.

- 진로교육에 대한 학부모들의 가장 큰 편견은 무엇인가?

= 자녀가 잘 크는 것이 부모의 노력이 아니라 외부의 힘 때문이라고 본다. 그러면서 자녀와 얘기를 나누고 자녀의 특성을 발견하려 노력하기보다는 자녀와 멀리 떨어진 곳에서 남의 얘기에만 귀를 기울인다. 이 과정에서 자녀의 미래에 대해 불안을 키우는데 불안감을 줄이려고 아이에게 일류 대학, 안정적인 직업, 돈 많이 버는 직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이제 막 진로교육에 관심을 갖게 된 부모들에게 “이것부터 시작하라”고 정보를 준다면?

= 엄마와 아빠가 일하느라 힘들고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얘기는 안 하는 게 좋다. 아이에게 일 자체를 기피하도록 만들 수 있다. 부모의 꿈 변천사는 일상적으로 얘기해줄 필요가 있다. 진로는 자녀만의 문제는 아니다. 부모 자신의 진로 고민 경험을 자녀들과 나눠보는 과정에서 자녀도 스스로 ‘내 꿈의 변천사’를 정리할 수 있다. 자녀와 함께 자서전을 읽고 얘기하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 다른 사람의 인생사만큼 진로교육에 효과적인 것도 없다. 진로 관련 사이트에 매일 들어가보는 습관도 권장할 만하다. 특정 직업이나 직업인과 관련한 테마 여행 등을 구상해보면 적성이나 흥미 영역도 넓어지고, 목적 지향적인 삶의 태도도 가질 수 있다.

김청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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