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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자연 닮은 황토집이라 몸·마음 편안

등록 2008-03-03 19:25수정 2008-03-03 19:32

황토로 지은 전남 강진 푸른들 어린이집 전경.
황토로 지은 전남 강진 푸른들 어린이집 전경.
[교실 밖 교실] 황토흙·나무만 써 건물 지어
온도·습도 조절 되고 은은한 향
아토피 없어지고 정서적 안정
오래된 미래-생태유아교육 ④ 생태건축 ‘푸른들 어린이집’

산책, 바깥놀이, 텃밭 가꾸기, 명상 등의 활동이 생태유아교육의 ‘소프트웨어’라고 한다면 생태적인 생활공간은 ‘하드웨어’라고 할 수 있다. 생태유아교육에서는 유아교육기관은 ‘생명의 기운이 깃든 살림집’이어야 한다고 본다. 임재택 부산대 유아교육과 교수는 “우리가 옛날부터 전통의 가정집을 살림집이라고 하는 이유도 생활공간인 집은 인간이라는 생명체를 모시고 돌보고 섬기는 일을 하는 곳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유아교육기관이 들어서 있는 현대식 콘크리트 건물은 각종 유해 화학물질을 내뿜는 공간으로, 살림집과는 거리가 멀다. 아토피와 천식 등 알레르기 질환에 시달리는 아이들이 느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임 교수는 “따라서 생태유아교육기관은 흙, 돌, 나무 등 자연의 재료로 지은 집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텃밭 가꾸기 등 생태유아교육 프로그램을 실천하는 곳은 점차 늘고 있지만, 생태건축으로 지은 유아교육기관은 아직까지 매우 드문 실정이다.

황토로 지은 전남 강진 푸른들 어린이집 내부 모습.
황토로 지은 전남 강진 푸른들 어린이집 내부 모습.
생태유아공동체 유아교육기관 중에서는 전남 강진군 읍내에 있는 푸른들 어린이집이 모범 사례로 꼽힌다. 푸른들 어린이집은 지난해 2월 전통 한옥 형태의 건물 한 동을 증축했다. 2~4살 어린이 30여명이 생활하는 이 건물은 유해 화학물질을 내뿜는 자재는 일절 들어가지 않은 생태건축물이다. 건물을 짓는 데 들어간 자재는 황토흙과 나무가 전부다.

벽은 짚과 물을 섞어 반죽한 뒤 2주 동안 발효시킨 황토흙으로 만들었다. 황토 벽 두께가 22㎝에 이른다. 바깥 미장도 황토와 모래에 찰수수죽과 해초 삶은 물을 섞어 만든 것으로 했다. 찰수수죽은 풀 역할을, 해초 삶은 물은 발수제 역할을 한다. 바닥에는 25㎝ 두께의 황토를 깐 뒤 그 위에 목재 마루를 깔았다. 지붕에도 25㎝ 두께의 황토를 깔고 기와를 얹었다. 대들보와 서까래 등 집을 짓는 데 들어가는 목재로는 피톤치드 효과가 좋은 삼나무와 홍송 등을 썼다. 고영민 원장은 “아침에 문을 열면 교실에서 은은한 소나무 향이 난다”며 “나무와 황토 등 자연의 색깔이 주는 따스함 때문인지 아이들도 정서적으로 매우 안정되어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이 건물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내복만 입고 지낸다. 하루 종일 훈훈한 기운이 감돌기 때문이다. 습도 조절이 잘 되어서 그런지 여름에도 항상 쾌적한 상태가 유지된다. 문만 열어 놓으면, 아주 더울 때 열흘 정도만 빼고는 에어컨을 켤 일이 없다. 장마철에도 교실에 들어가면 뽀쏭뽀송한 느낌이 든다고 한다. 여름에 아이들이 하루 종일 땀 흘리며 뛰어 놀아도 땀 냄새가 나지 않는다. 고 원장은 “건물 자체가 항아리처럼 항상 숨을 쉬는 것 같다”고 했다. 이처럼 자연을 닮은 집에서 생활하고, 급식과 간식에도 생태유아공동체에서 공급받은 친환경 유기농산물 재료를 쓰다 보니, 당장 아토피가 눈에 띄게 줄었다. 처음에 왔을 때 진물이 흐를 정도로 아토피가 심했던 아이도 지금은 목 부위를 빼고는 피부가 깨끗해졌다. 신경질적이던 성격도 밝게 바뀌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 곳은 학부모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이다. “우리 아이도 이 곳에 다니면 저기에서 생활하게 되느냐”라고 묻는 부모들이 많다. 아이를 데리러 와서 한두 시간씩 앉아 있다 가곤 한다. 기존 건물을 사용하는 반 아이들의 부모들한테서는 “우리 아이도 저기에서 생활했으면 좋겠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올해부터는 새 건물 일부를 기존 건물에서 생활하는 5살 이상 아이들도 돌아가면서 책 읽고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하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기존 건물도 안쪽 벽에 황토흙을 바르는 리모델링 공사를 하는 것이 고 원장의 목표다.


“원장들이 교재·교구를 사는 데는 돈을 아끼지 않으면서 생활공간을 생태적으로 가꾸는 데는 인색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처음에 잘 지어 놓으면 아이들의 건강에도 좋을 뿐 아니라, 두고두고 남는 장사가 될 겁니다. 건강한 삶에 대한 요구는 커질 테니까요.” 생태유아교육의 완성은 생태건축이라는 것이 고 원장의 생각이다.

강진/글·사진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건물 새로 짓지 않아도 바닥·벽지만 바꿔도 좋아

생태건축이 이상적이긴 하지만, 기존 건물을 허물고 새로 짓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또 생태적인 생활공간은 꼭 신축을 통해서만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생태건축연구소 이윤하 소장은 “기존 방식대로 건물을 지었더라도 마감재를 친환경 제품으로 쓰거나 리모델링을 할 때 화학성 벽지를 떼어 낸 뒤 벽에 흙을 바르고 바닥에 목재 마루를 까는 등 부분적인 공사를 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 부천 소사어린이집이 한 예다. 1981년 문을 연 이 어린이집은 2006년 건물을 새로 지으면서 안쪽 벽에 황토흙을 바르고 그 위에 화학성 벽지 대신 한지를 발랐다. 조명도 모두 간접조명으로 바꿨다. 창문도 최대한 넓혀 자연채광이 가능하도록 했다. 교실에도 플라스틱 교구는 전혀 없고 씨앗, 나무토막 등 자연물 놀잇감이 빼곡하다.

서울 양천구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샘터유치원은 2005년 노후한 건물을 리모델링하면서 교실 바닥을 목재 마루로 깔고, 천장에는 황토를 발랐다. 벽은 천연 페인트로 칠했다. 카펫은 자연 소재로 바꾸고, 커튼도 광목에 황토와 치자로 천연염색한 것을 썼다. 서울 성북구의 한 아파트 관리동에 있는 푸른솔어린이집은 목재로 내장 공사를 했다. 이 밖에 바닥에 동판을 깔고 그 위에 흙을 덧입힌 뒤 종이 장판을 깔거나 황토 벽지, 황토 바닥재를 마감재로 쓰는 방법도 있다.

최근에는 지방자치단체들도 친환경 어린이집을 만드는 데 나서고 있다. 지난해 6월 서울 송파구가 송파여성문화회관 일부를 리모델링해 문을 연 행복한어린이집은 천장을 공기정화능력이 뛰어난 규조토로 만들고, 자연 추출물을 이용한 천연 페인트를 사용하는 등 친환경 어린이집을 표방한다. 송파구는 앞으로 짓는 모든 구립 어린이집을 이런 방식으로 짓기로 했다. 서울시도 ‘아토피 없는 서울’ 프로젝트의 하나로, 통폐합되는 동사무소 건물을 친환경 자재로 리모델링해 각 자치구마다 한 곳씩 친환경 어린이집을 만들 계획이다.

이종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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