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호 <국어실력이 밥 먹여준다> 저자
김철호의 교실 밖 국어여행 / 난이도 중2~고1
18. 피동사와 사동사
19. 관형사①
20. 관형사② 오늘부터는 관형사를 들여다보자. 우선 말뜻부터 알아보는 게 순서겠다. 어떤 과목이든 용어의 정확한 개념부터 알고 넘어가는 게 중요하니까. ‘관형사’의 ‘관(冠)’은 머리에 쓰는 ‘갓’을 뜻한다. 왜 품사 이름에 ‘갓’이 들어갔을까? 그러고 보니 영어의 ‘관사’에도 이 ‘관’자가 들어가 있다. 관사의 두 종류인 ‘정관사’와 ‘부정관사’의 ‘관’이 모두 이 ‘갓 관’자다. ‘머리에서 발끝까지’라는 말이 있다. 머리는 사람 몸의 처음이요 발은 끝이니, 결국 우리 몸뚱이를 통째로 가리킬 때 쓰는 표현이다. 그런데 옛사람들한테는 머리보다 더 위에 오는 것이 있었다. 바로 ‘갓’이다. 이 갓은 사람 몸의 꼭대기인 머리보다도 위에 있으니, 한마디로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다. 명사, 대명사, 수사를 합쳐서 체언이라고 한다. 이 체언을 ‘머리’라고 했을 때, 그 위에(문장에서는 앞에) ‘갓’처럼 덧붙는 말이 바로 관형사다. 관형사는 ‘체언이 쓰는 모자’다. 영어에서도 관사는 항상 명사 앞에 온다. 그중에서 특정한 것 앞에 붙는 말이 정(定)관사고, 정하지 않은 것 앞에 오는 말이 부정(不定)관사다. 이제 ‘형(形)’에 대해 알아볼 차례다. ‘모양’을 뜻하는 ‘형’자는 ‘형용사’에도 들어 있다. 이 글자가 문법 용어에 쓰이면 주로 ‘꾸민다’는 뜻을 지닌다. ‘모양을 낸다≒꾸민다’로 이해하면 되겠다. 관형사와 형용사에 이렇게 같은 ‘항렬자’가 들어간 걸로 보아, 둘 사이에 비슷한 구석이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관형사도 체언을 꾸미고, 형용사도 체언을 꾸민다. 이게 공통점이다. 차이는 뭐냐? 형용사는 앞이나 뒤에서 다 꾸미고, 관형사는 앞에서만 꾸민다.
영어와 비교해보면 한국어 고유의 품사인 관형사의 성격이 금방 드러난다. 영어의 ‘good’은 ‘This is a good book.’처럼 명사 앞에 올 수도 있고, ‘This book is good.’처럼 명사 뒤에서 서술어로 쓰일 수도 있다. 이건 우리말의 형용사도 마찬가지다. ‘이건 좋은 책이다’처럼 ‘좋은’이 ‘책’ 앞에 올 수도 있고, ‘이 책은 좋다’처럼 ‘책’ 뒤에서 서술어로서 앞의 ‘책’을 꾸밀 수도 있다. 그런데 언뜻 형용사처럼 보이는 우리말의 몇몇 낱말들은 체언 앞에만 올 수 있을 뿐 뒤에서 서술어로 쓰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새 신을 신고 뛰어보자 팔짝’ 할 때의 ‘새’가 바로 그렇다. 이 말을 ‘신’과 순서를 바꿔서 ‘이 신은 새다(?)’ 할 수는 없다. ‘믿음을 헌 신짝처럼 버렸다’에서 ‘헌’도 마찬가지다. 정리해보자. 형용사와 관형사는 체언을 꾸미는 말이라는 점에서 똑같다. 다른 점은 형용사가 앞뒤에서(뒤에서는 서술어로) 체언을 꾸미는 데 비해 관형사는 앞에서만 꾸밀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 말고 둘 사이에는 중요한 차이가 또 하나 있다. 모양이 변하느냐 변하지 않느냐가 바로 그것이다. ‘좋다’는 ‘좋으니’ ‘좋아서’ ‘좋구나’ ‘좋다니까’ 등등 이런저런 어미를 붙여서 여러 가지로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새’나 ‘헌’은 어떤 어미도 붙을 수가 없다. 넓게 보면, 둘 다 체언을 꾸민다는 점에서 관형사를 형용사의 한 종류라고 볼 수도 있다. 다음 시간에 살펴보겠지만, 관형사는 다른 품사에 비해 어휘 수가 매우 적은 편이다. 그런데도 독립적인 품사 대접을 받는 것은 이렇게 형태와 기능 면에서 형용사와 사뭇 다른 면모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김철호 <국어실력이 밥 먹여준다> 저자
19. 관형사①
20. 관형사② 오늘부터는 관형사를 들여다보자. 우선 말뜻부터 알아보는 게 순서겠다. 어떤 과목이든 용어의 정확한 개념부터 알고 넘어가는 게 중요하니까. ‘관형사’의 ‘관(冠)’은 머리에 쓰는 ‘갓’을 뜻한다. 왜 품사 이름에 ‘갓’이 들어갔을까? 그러고 보니 영어의 ‘관사’에도 이 ‘관’자가 들어가 있다. 관사의 두 종류인 ‘정관사’와 ‘부정관사’의 ‘관’이 모두 이 ‘갓 관’자다. ‘머리에서 발끝까지’라는 말이 있다. 머리는 사람 몸의 처음이요 발은 끝이니, 결국 우리 몸뚱이를 통째로 가리킬 때 쓰는 표현이다. 그런데 옛사람들한테는 머리보다 더 위에 오는 것이 있었다. 바로 ‘갓’이다. 이 갓은 사람 몸의 꼭대기인 머리보다도 위에 있으니, 한마디로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다. 명사, 대명사, 수사를 합쳐서 체언이라고 한다. 이 체언을 ‘머리’라고 했을 때, 그 위에(문장에서는 앞에) ‘갓’처럼 덧붙는 말이 바로 관형사다. 관형사는 ‘체언이 쓰는 모자’다. 영어에서도 관사는 항상 명사 앞에 온다. 그중에서 특정한 것 앞에 붙는 말이 정(定)관사고, 정하지 않은 것 앞에 오는 말이 부정(不定)관사다. 이제 ‘형(形)’에 대해 알아볼 차례다. ‘모양’을 뜻하는 ‘형’자는 ‘형용사’에도 들어 있다. 이 글자가 문법 용어에 쓰이면 주로 ‘꾸민다’는 뜻을 지닌다. ‘모양을 낸다≒꾸민다’로 이해하면 되겠다. 관형사와 형용사에 이렇게 같은 ‘항렬자’가 들어간 걸로 보아, 둘 사이에 비슷한 구석이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관형사도 체언을 꾸미고, 형용사도 체언을 꾸민다. 이게 공통점이다. 차이는 뭐냐? 형용사는 앞이나 뒤에서 다 꾸미고, 관형사는 앞에서만 꾸민다.
영어와 비교해보면 한국어 고유의 품사인 관형사의 성격이 금방 드러난다. 영어의 ‘good’은 ‘This is a good book.’처럼 명사 앞에 올 수도 있고, ‘This book is good.’처럼 명사 뒤에서 서술어로 쓰일 수도 있다. 이건 우리말의 형용사도 마찬가지다. ‘이건 좋은 책이다’처럼 ‘좋은’이 ‘책’ 앞에 올 수도 있고, ‘이 책은 좋다’처럼 ‘책’ 뒤에서 서술어로서 앞의 ‘책’을 꾸밀 수도 있다. 그런데 언뜻 형용사처럼 보이는 우리말의 몇몇 낱말들은 체언 앞에만 올 수 있을 뿐 뒤에서 서술어로 쓰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새 신을 신고 뛰어보자 팔짝’ 할 때의 ‘새’가 바로 그렇다. 이 말을 ‘신’과 순서를 바꿔서 ‘이 신은 새다(?)’ 할 수는 없다. ‘믿음을 헌 신짝처럼 버렸다’에서 ‘헌’도 마찬가지다. 정리해보자. 형용사와 관형사는 체언을 꾸미는 말이라는 점에서 똑같다. 다른 점은 형용사가 앞뒤에서(뒤에서는 서술어로) 체언을 꾸미는 데 비해 관형사는 앞에서만 꾸밀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 말고 둘 사이에는 중요한 차이가 또 하나 있다. 모양이 변하느냐 변하지 않느냐가 바로 그것이다. ‘좋다’는 ‘좋으니’ ‘좋아서’ ‘좋구나’ ‘좋다니까’ 등등 이런저런 어미를 붙여서 여러 가지로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새’나 ‘헌’은 어떤 어미도 붙을 수가 없다. 넓게 보면, 둘 다 체언을 꾸민다는 점에서 관형사를 형용사의 한 종류라고 볼 수도 있다. 다음 시간에 살펴보겠지만, 관형사는 다른 품사에 비해 어휘 수가 매우 적은 편이다. 그런데도 독립적인 품사 대접을 받는 것은 이렇게 형태와 기능 면에서 형용사와 사뭇 다른 면모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김철호 <국어실력이 밥 먹여준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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