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적성검사와 흥미검사는 학생들에게 자신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준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를 고르고 각 분야의 다양한 문제들을 풀어보면서 본인의 진로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다는 의미다. 물론 이 과정을 통해 나온 결과지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해석해보는 것이 좋다. 한국고용정보원 제공
후천적 교육으로 계발 가능…지능과 달라
결과표 적힌 수치보다 전문가 해석 관심을
결과표 적힌 수치보다 전문가 해석 관심을
적성검사를 형식적인 검사로 여기는 시절은 갔다. 수능 영역별 가중치 적용, 특목고와 특성화고 증가 등으로 진학과 진로에 관심이 많은 학부모들은 일찍부터 자녀의 적성에 관심을 쏟는다. 이들은 적성검사에 대해 “막연했던 내 자녀의 적성을 객관적인 데이터로 보여주기 때문에 기대게 되는 부분이 있다”고 말한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 사는 학부모 이아무개(46)씨도 마찬가지다. 그는 “중학교 때부터 특목고를 목표로 공부했던 아들이 과연 문과에 맞는지 이과에 맞는지도 알고 싶고, 문과라면 언어 분야에 어느 정도 소질이 있는지도 알고 싶었다”며 적성검사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이씨처럼 적성검사에 관심이 많은 학부모들 가운데에는 심지어 6개월에 한 번씩 자녀에게 적성검사를 받게 하는 이들도 있을 정도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적성검사 개념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활용에 대한 오해부터 풀고 가야 한다고 충고한다.
적성은 어떤 일에 알맞은 능력을 말한다. 적성검사는 어떤 사람이 수리ㆍ언어ㆍ지각 등 몇 개의 분야에서 어느 정도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말해주는 결과다. 그러나 정보가 부족한 학부모나 교사들은 적성검사와 흥미검사를 구별하지 못한다. 흥미검사를 받고도 적성검사를 받았다고 하기도 하고, 두 가지가 같은 것인 양 ‘적성흥미검사’라고 뭉뚱그리기도 한다.
한국고용정보원 진로교육센터 이효남 책임연구원은 “‘적성’과 ‘흥미’가 어떻게 다른지부터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적성이 ‘능력에 대한 예측’이라면 흥미는 선호도, 곧 ‘어떤 분야를 얼마나 좋아하느냐에 대한 예측’이다. 적성검사 결과에는 언어ㆍ수리ㆍ공간ㆍ지각ㆍ집중 등 보통 10개 영역에 대한 수준이 예측돼 나오고, 흥미검사 결과에는 현실형ㆍ탐구형ㆍ사회형ㆍ진취형 등에서 어떤 성향을 두드러지게 보이는지가 나온다.
‘적성’과 ‘지능’을 구분하지 못해 생기는 오해도 많다. 충북대학교 심리학과 박광배 교수는 “이 둘은 비슷하지만 분명히 다르다”고 말한다. 지능이 학교 등에서 학습된 능력을 제외한 것 즉 ‘타고난 것’이라면, 적성은 학습된 것을 모두 포함한다. 적성은 후천적 요인에 따라 더 계발되고 향상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런 지식이 없는 학부모들은 적성검사에 지나치게 의존한다. 적성검사를 절대적인 수치로 생각하고 이에 따라 무조건 진학ㆍ진로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하거나, 결과지를 성적표처럼 생각하고 백분위 숫자가 낮은 분야가 있을 때는 좌절도 한다. 의정부종합고용지원센터에서 적성검사 상담을 맡고 있는 이정숙씨는 “요즘 부모들의 기대가 큰 탓인지 학부모의 기대나 확신이 높은 분야에서 분명히 능력이 높게 나올 거라고 생각하고 그것을 확인하는 차원에서 찾아오는 이들도 있다”고 했다.
박광배 교수는 “이런 오해와 절대적인 맹신을 조심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적성검사는 어떤 분야에 더 능력이 있는지를 알려주는 참고사항일 뿐, 절대적인 기준이 되진 않기 때문이다. 특히 적성이 후천적 요인에 따라 바뀔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어느 분야에서 능력이 낮다 해서 좌절할 필요는 전혀 없다는 얘기다.
그런 의미에서 적성검사는 스스로 뭘 잘하는지 모르겠다고 좌절하는 학생들에게 그 아이만의 가능성을 찾아주는 구실로서 의미가 있다. 물론 자기 진로에 대한 소신이 뚜렷한 학생들에게는 그가 택한 분야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거나 다른 분야에도 능력이 있다는 가능성을 알려주고 자신감을 품게 하는 구실도 한다. 다양한 분야에서 수준이 높게 나온 학생, 한 분야에만 특별하게 높은 능력 수준을 보이는 학생 가운데 누가 더 뛰어나고 덜 뛰어나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다. 오히려 학부모들이 관심을 쏟아야 할 것은 적성검사 결과표에 적힌 숫자가 아니라 결과에 대한 전문가의 해석이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직업진로정보센터 방혜진씨는 “어느 업체의 적성검사 프로그램이 더 정확하고 좋다는 학부모들이 있지만, 중요한 건 검사 프로그램이 아니라 결과를 개인의 상황에 따라 종합적으로 해석해주는 전문가의 해석과 조언”이라고 말한다. 결과표의 수치는 단순한 숫자로 돼 있어 오해의 가능성도 높고 개인의 상황에 따라 가중치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적성검사의 의미는 결과물과 결과 해석에만 제한되지 않는다. 한국고용정보원 진로교육센터 이효남 책임연구원은 “검사를 하는 것만으로도 교육적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을 고르거나 각 분야의 다양한 문제를 접하면서 학생 스스로 흥미나 적성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검사 과정 자체가 진로교육의 중요한 과정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김청연 기자 carax3@hani.co.kr
적성검사 네가지 오해
일찍 검사를 받으면 좋다?
자녀가 일찍 적성을 찾길 바라는 마음에서 초등학교 때부터 적성검사를 받게 하는 학부모들이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중학교 2학년 때쯤 적성검사를 받기 시작하는 게 가장 좋다고 말한다. 이 검사는 현재 상태를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면 그만큼 예측력이 떨어지기 쉽다. 또 언어적으로 미성숙한 나이에는 검사지의 질문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일이 많아 검사가 무의미할 수도 있다. 오히려 이 시기에는 다양한 분야의 흥미와 적성을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자주 하는 게 좋다?
충북대 심리학과 박광배 교수는 “간혹 적성검사를 할 때마다 점수가 높아진다고 좋아하는 학부모들이 있지만 이는 능력이 높아진 게 아니라 시험 테크닉이 생긴 것”이라고 설명한다. 너무 자주 하다 보면 테크닉만 익혀 정확한 적성을 파악하기 어렵게 될 수도 있다. 적성검사는 2~3년에 한 번씩 해주는 게 좋고, 적성검사를 하지 않은 해에는 흥미검사, 직업관 검사 등을 해보는 게 좋다. 물론 이런 검사들은 여러 번 하는 것보다는 한 번 할 때 제대로 해보는 게 중요하다.
검사 점수는 절대적이다?
부모들은 결과지에 나온 점수를 보고 내 자녀의 능력에 큰 문제가 있을까 걱정한다. 그러나 이 점수는 그 또래 학생들과 비교했을 때 어느 정도 수준이라는 예측일 뿐이다. 적성은 후천적 학습에 따라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
결과지 해석은 유료 업체로 가야 받을 수 있다?
비싼 돈을 내고 검사를 받아야만 믿음이 간다는 학부모들이 있지만 그렇지 않다. 한국고용정보원의 청소년워크넷(youth.work.go.kr),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커리어넷(careernet.re.kr)에서는 온라인상에서 적성검사와 흥미검사, 상담 등을 무료로 해주고 있다. 또 전국고용지원센터(jobcenter.work.go.kr)에 문의하면 오프라인 검사와 상담도 받을 수 있다. 전문가의 해석 등을 적극 참고할 때 적성검사는 의미 있는 검사가 될 수 있다.
김청연 기자
그런 의미에서 적성검사는 스스로 뭘 잘하는지 모르겠다고 좌절하는 학생들에게 그 아이만의 가능성을 찾아주는 구실로서 의미가 있다. 물론 자기 진로에 대한 소신이 뚜렷한 학생들에게는 그가 택한 분야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거나 다른 분야에도 능력이 있다는 가능성을 알려주고 자신감을 품게 하는 구실도 한다. 다양한 분야에서 수준이 높게 나온 학생, 한 분야에만 특별하게 높은 능력 수준을 보이는 학생 가운데 누가 더 뛰어나고 덜 뛰어나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다. 오히려 학부모들이 관심을 쏟아야 할 것은 적성검사 결과표에 적힌 숫자가 아니라 결과에 대한 전문가의 해석이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직업진로정보센터 방혜진씨는 “어느 업체의 적성검사 프로그램이 더 정확하고 좋다는 학부모들이 있지만, 중요한 건 검사 프로그램이 아니라 결과를 개인의 상황에 따라 종합적으로 해석해주는 전문가의 해석과 조언”이라고 말한다. 결과표의 수치는 단순한 숫자로 돼 있어 오해의 가능성도 높고 개인의 상황에 따라 가중치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적성검사의 의미는 결과물과 결과 해석에만 제한되지 않는다. 한국고용정보원 진로교육센터 이효남 책임연구원은 “검사를 하는 것만으로도 교육적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을 고르거나 각 분야의 다양한 문제를 접하면서 학생 스스로 흥미나 적성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검사 과정 자체가 진로교육의 중요한 과정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김청연 기자 carax3@hani.co.kr

관련 기관에서는 적성검사뿐 아니라 흥미검사, 가치관검사 등도 함께 받을 수 있다. 이미지는 한국고용정보원의 청소년용 적성검사 결과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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